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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이스포츠 강국으로 만든 PC방

[주장] 게임도 재능... 바라보는 시선 달라져야

15.10.27 14:50최종업데이트15.10.2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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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과 25일에 열린 롤드컵(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에서 역사상 최초로 한국팀끼리 결승전을 치르게 되는 일이 벌어졌다. 중국, 북미, 유럽 등의 강팀들을 모두 꺾고 한국팀끼리 맞붙는 것은 물론, 한국이 이스포츠(e-sports) 최강국임을 증명했다. 롤은 게임 중 하나인 리그오브레전드(LOL)를 말한다.

한국은 롤드컵에 출전하기 시작한 시즌2부터 4시즌 연속 결승팀을 배출한 팀이 되었고, 3시즌 연속 우승이 확정되었다. 특히 SK텔레콤 T1은 이번에 우승할 경우 최초로 2회 우승일 뿐만아니라, 현재의 연승가도를 계속 달린다면 전승우승이라는 진풍경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유소년 시스템도 없이 한국은 어떻게 강국이 되었는가?

과거 스타크래프트부터 현재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리그오브레전드까지, 한국은 이스포츠에서 항상 강국이었다. 과거에는 투자가 잘 되지 않는 종목이었지만, 요즘에는 이스포츠도 스포츠의 한 종목으로 인정받으면서 기업들의 지원이 쏟아지고 있다. 리그오브레전드 한국 리그인 LCK(Legue of Legend Champions Korea)만 해도 10개 팀이 경쟁을 벌일 만큼 과거에 비해팀도 확대되었다.

그러나 이런 성장에도 불구하고 이스포츠에는 축구나 야구 등 다른 스포츠처럼 프로 선수를 유소년 시스템에서 키워내는 경우는 없다. 유럽같은 경우에도 이스포츠 선두들은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취미로 하는 경우도 있었고, 중국은 대부분 리그의 주축이 한국 선다. 유소년에서 키워지는 경우는 없다.

또한 게임의 수명도 유소년 시스템이 없는 이유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게임이라는 종목의 특성상 그 인기가 오래가지 않는 경우가 생기면 유소년 시스템이라는 것이 무의미해진다. 따라서 현재 이스포츠팀들은 선수들을 뽑는 선발전을 시행해서 선수들을 뽑은 후에 육성시키는 시스템을 취하고 있다.

이런 유소년 시스템이 없는 중에도 왜 한국은 이스포츠 강팀이 되었을까? 어디서 '페이커(FAKER)'이상혁 선수같은 천재가 등장하게 되었을까? 그것은 바로 한국에 깔려있는 PC방의 힘이라고 볼 수 있다.

엄마들의 골칫거리, 한국을 이스포츠 강국으로 만들다

한국 이스포츠팀들이 선발전으로 선수를 뽑아도 다른 국가보다 실력있는 선수를 뽑게 되는 이유는 한국의 PC방 문화때문이다. 엄마들은 아이들이 학원을 빼먹는 등 학업을 소홀히 하게 되는 원인으로 PC방을 이야기한다. 중고등학교 시절, 학원이나 수업을 빼먹고 PC방에서 게임에 빠져 하루를 보내고 부모님께 거짓말하며 공부했다고 한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PC방 문화는 다른 나라엔 없다.

호주나 미국, 유럽같은 경우에는 PC방의 개념이 한국과는 다르다. 대부분 정보를 찾는 정도의 PC방이다. 한국처럼 게임을 하는 장소가 아니다. 또한 인터넷도 한국보다 빠르지 않고, 시설도 한국처럼 최신형 컴퓨터가 있는 것이 아니다. 도서관 컴퓨터 정도 수준의, 정보찾기용 컴퓨터가 배치되어 있다. 중국같은 경우는 PC방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처럼 많은 수준은 아니다. 한국의 경우 동네마다 최소 1개 이상씩 있을 정도지만, 중국은 도시마다 2, 3개 정도 있는 게 전부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동네마다 1개에 50석 이상을 갖춘 최신형 시스템의 PC방이 많다. 가격도 1시간에 500~1200원 사이로, 학생들에게는 그만한 취미공간이 있을 수 없다. 또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즐겨 우정이 돈독해지기에도 시간을 보내기에도 최적화된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게임을 하면서 공감대가 형성되는 요즘 아이들의 특성상, PC방에 가서 게임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시대에 뒤처지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기때문이다. 이러다보니 PC방으로 엄청난 학생들이 몰리게 되고, 게임을 즐기다보니 유능한 선수들이 많다. 유소년 시스템 없이도 선발전에서 발군의 기량을 보인 선수들이 뽑히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한국의 PC방에서 이스포츠 유명 선수들이 탄생했다는 이야기는 많다. 대표적인 선수로 리그오브레전드 CJ 엔투스팀의 '매드라이프(MadLife)' 홍민기 선수다. 친구 따라 PC방에 가서 리그오브레전드를 최초로 접했고, 조금씩 연습하다가 뛰어난 기량으로 프로게이머가 된 사례다. 프로게이머가 된 이후에도 PC방에 찾아 다른 게임을 접하거나, 리그오브레전드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PC방은 엄마들의 골칫거리이기도 하지만, 한국 이스포츠의 유소년 시스템이자,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측면이 많다. 게임에 중독되고, 취미가 아닌 병이 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뛰어난 실력이 있다는 공부보다 있는 재능으로 게임을 하는 것에도 '공부 못하는 애'라는 시선보다 '다른 것에 재능이 있는 아이'라는 것으로 사회의 시선이 바뀌는 것도 필요해보인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의 이스포츠는 더욱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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