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논쟁에 파묻힌 오픈 프라이머리

[주장]총선이 코앞인 지금, 가장 시급한 문제는 따로 있다

등록 2015.10.15 18:53수정 2015.10.15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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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정교과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총선을 앞두고 주목을 받았던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진 감이 있다. 안심번호 도입을 두고 여야 대표가 만나 합의를 봤으나 당내 이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미봉책에 그치고 말았다.

사실 이번 국정교과서 문제라든지, 오픈 프라이머리 등 일련의 사태를 보면 당과 청와대 간의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정치 역학 문제는 차치하고, 개인적으로는 시점이 시점인 만큼 오픈 프라이머리가 국정교과서보다도 중요하다고 여기기에 이 문제를 다시 짚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야당에서도 이념 논쟁에 따라 매몰되기 보다는 마땅히 선거법 등 당장 시급한 문제들을 이슈로 활용해야한다. 본문은 여야가 내놓은 해법을 떠나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찬성하는 개인적 입장임을 미리 밝힌다.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찬성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시대의 전환에 따른 기존 정당 정치의 쇠퇴 속에서 오픈 프라이머리는 국민의 대표성을 강화함으로써 정당 정치를 강화할 수 있다. 흔히 오픈 프라이머리가 정당 정치를 위협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음을 자각해야 한다. 최근 주요 정당의 당비납부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등 진성당원의 수효가 줄고 있다.

선진국들은 이미 앞서 겪은 공통적인 사항으로서 오랜 세월 지속된 보편적인 현상이다. 당원이 줄고 당의 위상이 움츠러드는 것에 대해 각 정당도 그동안 많은 대책을 내세웠겠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실정이다.

반대 측은 이런 상황에 오픈 프라이머리까지 도입하면 당원의 지지기반을 흔들고 지도부의 권한을 약화시켜, 정당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정당 정치가 약화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당원 중심의 정당은 대중 정당 모델로서 19C 산업화 시대, 즉 이미 구시대의 유물이다.

대중 정당 모델은 노동과 자본 등 특정 계층을 대변하는 성격이 강한 정당으로서 오늘날과는 맞지 않다. 현대 사회에서는 더 이상 당원만이 정치 참여의 유일한 경로가 아니며 시민운동 등을 통한 참여 민주주의의 길이 확대되고 있다. 또한 다원화된 가치들로 인해 더 이상 특정 계층을 대변하는 것만으로는 대의민주주의의 실현에 한계가 있다.


이 논의를 하는 데 있어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사실은 정당 정치는 목적이 아니라 대의민주주의의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현재 정당 정치와 공천제가 민의를 제대로 대표하고 있지 못하는 근본적인 한계에 부딪혔다면 그 기능과 방식의 변화가 요구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대중 정당은 현대에 이르러 지지기반을 당 외부로 확대시키는 포괄 정당 모델로 진화했다. 따라서 당원과 당 지도부의 권한 약화와 당 정체성 상실을 우려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서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정당 정치의 약화로 결부시키는 것은 매우 그릇된 판단이다.

실제로 그 그릇된 판단의 결과가 여론조사로 나타났다. 2008년 18대 총선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기권한 20대 유권자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본 결과, 35.4%가 지지할 당이나 후보자가 없어서 기권하였다고 응답하였다. 오픈 프라이머리 반대 측이 주장한 대로 당규와 정강 등 당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후보자를 공천하였더니 의도와는 다르게 국민들은 전혀 호응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정치적 무관심층은 더욱 많아지고 정치 혐오 가 나타나는등 민주주의의 퇴보로 이어질 것이다.

둘째, 공천 과정에서의 투명성 확보 등 공천 민주화를 실현할 수 있다. 기존 공천제의 가장 큰 문제는 기존 공천제가 반대 측이 신봉하는 정치적 신념에 의거해서만 이루어져도 문제인데 그렇지도 않다는 사실이다. 현재의 공천제는 전략 공천, 밀실 공천, 공천을 받기 위한 불법정치자금 사건 등 투명하지 않은 공천 과정으로 인해 얼룩진 지 오래고 결국 국민들의 정치 불신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야기하고 있다.

이 폐해들에 대해 반대 측에서도 딱히 반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픈 프라이머리를 강력히 주장하는 김무성 대표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무성 대표는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친박계였던 이유로 2008년 총선 때 친이계로부터 보복 공천을 당하였고, 2012년 총선에서는 친박계와 멀어진 김무성 대표는 또다시 보복공천을 당하고 말았다.

그 밖에도 지역구와는 아무런 연고가 없는 사람이 전략 공천을 받는 것을 보고 지역구 주민들이 정치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을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 사료된다. 금권 정치 역시 판을 치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부터 시작해서 이상득 전 의원까지 불법정치자금에 연루된 자들을 찾기란 결코 어렵지 않은 일이다.

기존 공천제의 폐해는 이처럼 반대 측에서도 공감하고 있을 정도로 이를 해결한 대안에 대한 필요성은 여야를 막론하고 해결할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 대안으로서 오픈 프라이머리가 가장 적합한 방법이다. 단순한 상향식 공천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이 문제의 핵심은 당 지도부의 권력을 어떻게 견제하느냐에 달린 것인데, 기존 시행하고 있던 대책들은 모두 미봉책에 그쳤다.

완전국민경선제가 아닌 국민참여경선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실시하고 있었다. 경선 과정에서 당원과 대의원 투표뿐만 아니라 모바일 투표 등을 통한 전국민 대상 여론조사 결과를 일부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문제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았다.

오히려 선거인단 동원을 위해 금권 정치가 더욱 강화됐고, 2012년 총선 경선 선거인단 모집 당시 광주 동구에서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었다. 또한 특정 세대의 과잉 대표 등 문제가 심각했다. 이를 바탕으로 봤을 때 오픈 프라이머리가 아닌 다른 대안들은 모두 그 실효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모든 국민이 선거인단이 되므로 선거인단 동원을 위한 노력은 무용지물이고 과잉대표의 우려도 없을 것이다.

셋째, 공천 민주화를 통해 소신 있는 정치 활동이 가능해진다. 공천 권력이 당이 아닌 국민에게 돌아감으로써 공직자들이 당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국민을 대표하는 데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먼저 우리나라 정당 문화의 특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이념과 정책 중심이 아닌 인물 중심의 정당이라는 것이다. 이러니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권력이 집중되고 부수적으로 계파가 생기며, 당내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계파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과연 공천권을 두고 벌이는 새누리당의 당청 갈등과 새정치민주연합의 계파 갈등이 일회성에 그칠 것이라고 어느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이와 같은 계파 갈등은 수없이 반복된 필연적인 것이다.

두 번째 특징은 지역주의가 심하다는 것이다. 이러니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의식이 생겨, 어떻게든 공천을 받으려고 안간힘을 쓰게 된다. 때문에 오픈 프라이머리를 통해 공천권을 당 지도부로부터 위임받아야 우리나라의 잘못된 정당 문화도 개선되고 폐해도 바로잡을 수 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 때의 일을 비롯해 청와대가 행사하는 월권행위는 삼권분립을 무색케 하고 있다. 또한 심학봉 의원의 성추문 때도 어느 당내 여성의원들도 날카로운 비판의 날을 세우지 않았다. 야당은 계파 갈등이 곪아터져 분당의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이처럼 공천권이 당 지도부에 머물러 있다면, 모두가 당 지도부의 권력의 눈치를 보게 되어 어느 누구도 민생을 돌보지 않고 민의에 귀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이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릇된 정당 문화에서 비롯된 고질병이다. 필자는 그 원인으로 당 지도부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생긴 일이라고 판단한다. 권력의 핵심인 공천권을 분리해야만 개선의 기미가 보일 것이다. 혹자는 신인 정치인의 등장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인적 쇄신, 즉 인물의 문제가 아닌 시스템의 문제이다.

우리나라 국회의 초선 비율은 높은 편이다. 19대 국회는 49.3%, 18대는 44.5%, 17대는 무려 62.5%였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얼마나 바뀌었는가? 계파 갈등과 공천 비리는 여전하다. 이런 환경에서라면 뜻 있는 사람이 당선이 되어도 당의 눈치를 보느라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이는 지지기반이 약해 공천권에 코가 꿰일 초선의원, 비례대표들에게 더욱 크게 작용할 것이다.

이들이 당 지도부보다는 민의를 반영하고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위해 의정활동을 보장하려면 오픈 프라이머리가 도입되어야 한다. 선거법 개정을 통해서 부작용을 얼마든지 최소화할 수 있다.

20대 총선이 몇 개월 남지 않았지만, 아직 선거법 개정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상황이 이런데 국정 교과서 등 이념논쟁으로 비화된 사안들이 여론을 도배하고 있다. 국정 교과서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의민주주의를 바로 세워 민의가 반영된 정책을 세울 수 있도록 정치권을 압박하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민의가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는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반대가 들끓어도 정치권은 언제나 정책을 밀어붙이기식으로 관철할 것이다. 선거법 개정이 근본적 문제의 해결책이라는 것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오픈 프라이머리만이 유일한 해답이라는 것은 아니다. 이 제도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선거구 재획정, 권역별 비례대표제, 석패율제 등 다방면의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여야와 국민들은 이념 논쟁에 파묻힌 선거법 개정안에 몰두해야 할 때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격닷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정치 #오픈 프라이머리 #선거법 #대의민주주의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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