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만 영주시민 모두 주인공으로 신문에 실을 것"

[풀뿌리신문 탐방①] <영주시민신문>, 영주시민 인사법까지 바꾼다

등록 2015.10.01 10:40수정 2015.10.2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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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시군구에는 민간에서 발행하는 풀뿌리지역신문이 있습니다. 풀뿌리 언론을 흔히 '작지만 강한 언론'이라고 말합니다. 전국 31개 풀뿌리언론 연대모임인 '바른지역언론연대'가 풀뿌리 언론을 찾아 역할과 생존방법을 들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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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초 발행된 <영주시민신문> 1면 기사. 참석자들이 전통 읍례를 현대적으로 간소화한 인사법을 선보이고 있는 모습을 담았다. ⓒ 모소영


전국 시군구에는 민간에서 발행하는 풀뿌리지역신문이 있습니다. 풀뿌리 언론을 흔히 '작지만 강한 언론'이라고 말합니다. 전국 31개 풀뿌리언론 연대모임인 '바른지역언론연대'가 풀뿌리 언론을 찾아 역할과 생존법을 연재합니다 - 기자 말

경북 영주에 가면 소백산이 있고, 부석사도 있다. 또 소수서원도 있고, 매주 영주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주시민신문>이 있다.

최근 <영주시민신문> 1면 머릿 기사에 기이한 사진이 실렸다. 강당에 모인 수십여 명의 참석자들이 두 손을 맞잡고 허리를 숙이고 있다. 사진 설명 기사에는 '읍례를 현대적으로 간소화한 인사법을 선보이고 있다'고 쓰고 있다.

읍례는 두 손을 맞잡아 얼굴 앞으로 들어 올리고 허리를 공손하게 앞으로 구부렸다가 펴면서 손을 내리는 인사다. 이를 영주에서는 요즘 실정에 맞게 두 손을 맞잡은 상태에서 허리를 구부렸다가 편 후 두 손을 내리는 식으로 간소화해 보급하고 있다.

장욱현 영주시장은 시청 관련 모든 의식 행사 때마다 '읍례'를 하겠다고 밝혔다. 선비 정신의 발원지인 선비 고장답게 선비정신을 실천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처럼 영주시민의 인사법까지 바꿔 나가는 데 이바지한 곳이 <영주시민신문>이다. 영주시민신문은 수년 동안 영주의 선비정신을 재해석하고 이를 지면을 통해 알려왔다. 올해는 동양대 한국 선비연구원에 '현대적 선비정신실천매뉴얼' 용역을 의뢰했다.

오공환 <영주시민신문> 편집국장은 "선비정신은 중국은 물론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우리만의 문화"라며 "지역 정체성을 지키고 확신시키는 일 자체가 지역신문의 또 다른 역할이라고 생각해 관심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창간 14주년 "기자들이 글만 써도 먹고 살 수 있는 구조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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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시민신문> 신문사 전경 ⓒ 모소영

주간 <영주시민신문>은 지난 2001년 창간돼 창간 14주년을 맞고 있다. 오 편집국장은 열악한 경영구조에 허덕이다 이를 벗어나게 된 전환점으로 지역신문지원특별법을 꼽았다.

그는 "2009년 까지만 해도 전문인력의 부재, 낮은 수익, 지역주민의 무관심으로 폐간의 위기를 수차례 겪었다"며 "이를 극복하고 자립 경영의 길을 걷고 있는 데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이 큰 역할을 했다"고 평했다.

그는 "지역신문지원특별법에 따른 우선 지원을 받기 위해 지난 2008년 지면평가위를 구성하는 등 사실상 재창간을 선언하고 노력해 왔다"며 "이를 통해 2010년과 2011년 기금을 지원받아 편집과 경영권의 양적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지방 일간신문에서 보도하지 못한 뉴스를 독점 보도하며 위상을 높인 것도 이때부터다. '평은면사무소 이전 주민 투표논란(2011)', '실종 황 씨 의문의 죽음, 그리고 보험회사 살인사건(2011)', 한국선비문화수련의 수탁 운영비리를 다룬 '성균관 '횡령 스캔들(2013)' 기사로 독자들의 시선을 모았다.

이에 더해 지면 개선, 기획기사 확대 등을 통해 독자들의 신뢰도를 높였다. 광고 매출도 쑥쑥 늘어났다.

오 편집국장은 "우선 지원 대상 신문사로 선정되고부터 지역 현안을 다루는 기획 기사량이 늘어 언론의 기능을 충실히 해 가는 신문으로 발돋움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단기 목표는 "기자들이 글만 써도 먹고 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실제 <영주시민신문>은 독자확보와 편집디자인이나 축제신문 만들기 등 기자들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신문사의 성장을 꾀하고 있다. 현재까지 2500부의 유료독자를 확보했다.

장기 목표는 "11만 영주시민 모두를 주인공으로 신문에 게재하는 일"이다. 그는 "시민이 주인공인 신문이 결국 작지만 강한 신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영주시민신문에는 오 편집국장 외에 김이환, 김은아, 김동규,이원식, 홍애련 취재기자와 이현우 편집기자, 윤애옥 업무담당 등 모두 8명이 일하고 있다.

다음은 최근 오 편집국장과 최근 나눈 주요 인터뷰 요지다.

"'선비정신'은 영주만의 문화자산... 지역 정체성 지킬 것"

- '선비정신 실천 매뉴얼'을 영주시민신문의 주도로 동양대학교에 의뢰해 만들었다. 계기가 궁금하다.
"선비정신 실천 매뉴얼은 인성교육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영주는 '선비의 고장' '영주선비문화축제' 등 선비를 구호로 하는 다양한 사업을 진행에 왔고 영주의 문화적 정체성을 이어왔다. 하지만 이것은 지자체의 마케팅 전략으로 멈춰질 수밖에 없는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고민에서 유형의 자산만이 아니라 무형의 자산을 구체화하고 현대적 해석으로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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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공환 영주시민신문 편집국장 ⓒ 모소영

- 선비정신 실천 매뉴얼'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예를 들어 인사 실천 5원칙으로 먼저=내가 먼저 한다, 보면=마주칠 때마다, 즉시=마주치는 즉시 인사한다, 서서=앉아 있거나 누워 있을 때는 일어서서 한다, 답례=인사를 받으면 반드시 답례한다 와 같이 일상생활, 사회생활에서 지켜야 할 행위의 기준 등을 예, 신, 효, 충, 경, 성으로 제시하는 인성교육 지침서이다."

- 왜 신문사가 선비정신에까지 관심을 두게 됐나?
"선비정신은 중국은 물론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우리만의 문화다. 지역 정체성을 지키고 확신시키는 일 자체가 지역신문의 또 다른 역할이라고 생각해 관심을 쏟고 있다."

- 풀뿌리 지역신문과의 인연은?
"대학 때 학보사 생활을 계기로 신문과의 인연을 맺게 되었다. 대학 이후 지역신문 기자 생활을 하면서 8번 정도 언론사를 옮겼다. 월급조차 지급 못 하는 신문사에서 경영을 경험하면서 '왜 지역신문사는 월급도 못 주나' 라는 생각으로 소액주주를 모아 2001년 직접 신문을 창간하게 되었다."

- 창간을 해보니 어떠했나?
"'신문의 수익은 구독료와 광고료다. 그런데 지역민들에게 지역신문은 무료신문이라는 인식이 너무 강해서 초창기 신문사는 늘 경영난에 허덕여야 했다. 지역민들에게 유료신문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기 위해서 사서 보고 싶은 신문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영주시민 모두를 뉴스의 주인으로 기사화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 기자들은 매일 한 명의 주민을 만나고 모든 주민을 세상의 주인공으로 생각하고 직접 취재하고, 인터뷰한다. 보도자료에 의지하는 신문이 아닌 지역민들의 실질적 문제와 진짜 영주 이야기로 신문의 지면을 채워가다 보니 점점 유료독자가 증가했다."

- 올해로 4번째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는 우선지원대상신문사로 선정되었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가?
"지역신문지원특별법은 열악한 신문산업의 든든한 지원군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영주시민신문은 2009년까지만 해도 존립 위기에 항상 직면해 있었다. 하지만 지역 현안을 직접 발굴 취재하고 지역민을 주인공으로 하는 독자 우선주의를 표방하며 지역의 건전한 신문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 지역발전기금 우선지원대상사가 될 수 있었다. 기금의 지원은 신문사의 운영 여건의 개선을 가져왔다. 또 양질의 기사를 기획·취재 할 수 있게 되고 결국 지역민들의 신뢰를 얻게되어 지역신문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

- 좌절의 순간도 있었을 텐데?
"2010년과 2011년에 우선지원대상자로 선정되었다가, 2012, 2013년 선정사에서 떨어졌다. 이때 무척 좌절했다. 하지만 전화위복이 됐다. 임직원 모두가 더욱 노력해 그전보다 더욱 안정된 기반을 닦게 되었다. 작년과 올해 다시 선정 되었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 지역신문사들이 질적 팽창보다 양적 팽창을 통해 성장을 꾀하고 있다. 영주시민신문은 어떠한가?
"우리도 물론 신문사 외에 출판사도 같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양적 팽창은 기자들이 글만 쓰고도 먹고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기자들이 광고를 따오고, 다른 사업을 벌이기보다는 축제신문을 만들고, 시정잡지를 취재하고, 영자신문, 대학신문 등의 편집디자인 등의 용역을 받아 수익을 창출함으로써 우리 기자들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통해 신문사의 성장을 꾀하고 있다."

- 영주시민신문의 목표는?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몰라도 11만 영주시민 모두를 주인공으로 신문에 게재하고 싶다. 영주시민이 주인공인 신문이 결국 작지만 강한 신문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모소영 기자는 <바른지역언론연대> 사무국장입니다.
#영주시민신문 #오공환 #선비정신 #지역신문발전기금 #풀뿌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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