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수 던진 문재인과 허찔린 비주류, 운명의 '3일'

[분석] 엄격한 기준 제시한 '재신임 카드', 문재인 살리나

등록 2015.09.13 21:00수정 2015.09.1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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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리는 여론조사 결과 문 대표 사퇴를 묻는 여론조사 결과는 엇갈렸다. 5월 15일 보도 ⓒ JTBC


지난 5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와 <한국갤럽>이 각각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당시 4.29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놓고 당내 '문재인 책임론'이 거세게 제기되던 때였다. '문재인 대표 사퇴'를 묻는 여론조사, 결과는 전혀 달랐다.

먼저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는 문 대표에게 충격적이었다. 사퇴 찬성의견이 45.1%, 반대의견이 43.4%였다. 찬/반이 팽팽히 맞섰지만 문 대표는 과반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여론조사 결과는 '문재인 OUT'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자 중 79.8%는 사퇴반대, 새누리당 지지자 중 78.8%는 사퇴찬성이었다. 

<한국갤럽> 조사결과는 달랐다. '문 대표가 사퇴할 일 아니다'는 응답이 53%,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33%였다. 비슷한 시기에 한 조사결과가 완전히 상반되게 나온 것이다. 두 여론조사 결과 중 동일한 대목은 한 가지였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새정치연합 지지자 중 81%가 문 대표 사퇴에 반대한 것이다.

문재인의 승부수, 장담 못하는 결과

문재인을 향한 '일갈' 안철수 의원이 총선 참패를 언급하며 문 대표의 거취표명을 요구했다. <동아일보> 9월 9일자 ⓒ 동아일보


문 대표가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미래와 저의 미래를 국민과 당원들께 맡깁니다'라며 대표직 재신임을 묻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지난 4월 재보선 참패 이후 지속적으로 자신을 흔들던 당내 비주류 세력과 승부를 보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젠틀재인'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 강수였다.

문 대표가 제안한 재신임의 요건은 엄격했다. 공천제도 개혁을 담은 혁신안이 당 중앙위원회에서 통과될 것, 전 당원 ARS 투표에서 재신임을 받을 것, 국민여론조사를 통해 재신임을 받을 것 등 총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지만 '당 대표' 직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앞서 본 두 개의 여론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문 대표는 재신임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를 더욱 암울하게 하는 것은 '전 당원 ARS 투표'를 한다는 점이다. 지난 2.8 전당대회 당시 '당원'은 권리당원 ARS와 일반당원 여론조사 두 방식으로 참여했는데 둘 다 문 대표가 박지원 후보에게 졌다. 권리당원ARS에서 문재인 39.98%, 박지원 45.76%였다. 일반당원 여론조사에서도 문재인 43.29%, 박지원 44.41%였다.


자신에게 가혹한 여론조사 방식으로 재신임을 묻겠다고 나설 만큼 문 대표가 처한 상황은 절박해 보인다. 지난 9일 재신임을 묻겠다는 긴급 기자회견문에 '기강'이란 표현이 6번이나 등장한다.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4.29재보선 참패 이후 새정치연합에는 기강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표 면전에서 '거취 표명'을 요구한 비주류가 도대체 몇이었던가.

문 대표가 재신임 카드를 꺼내 든 지난 9일 상황만 놓고 보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혁신은 실패했다'고 선언한 안철수 의원이 보란 듯이 '신당'의 간판격인 천정배 의원과 독대했다. 천정배 의원은 호남신당을 만들려 하는데 대선주자가 없어서 고민 중인 상황이다. 다음에는 안철수-천정배-박지원 삼자회담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뿐 아니다. 9일에는 당에 적잖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정세균 의원이 기자회견을 갖고 문 대표의 거취 표명을 요구할 예정이었다. 결국 문 대표가 먼저 긴급 기자회견을 해 취소되긴 했지만 '범친노' 성향으로 알려진 그의 움직임은 문 대표를 둘러싼 상황이 당내의 '적과 아군'할 것 없이 절박한 상황임을 보여준다.

내년 총선 전망? 지리멸렬한 야당, 50% 지지율 보이는 대통령 

제1야당에 대한 자극적 총선 전망 정치컨설턴트인 박성민이 '총선 필패'를 예상하는 칼럼을 기고했다. <한겨레> 9월 12일자 ⓒ 한겨레


야권을 대혼란으로 빠뜨린 세력 중앙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30% 초반의 레임덕 지지율에서 헤매던 것이 엊그제였는데 어느덧 50% 지지율을 자랑하는 힘 있는 대통령이 돼 있다. 대구를 방문하면서는 지역구 의원들을 초대하지 않았는데, 인천을 방문할 때에는 초대했다. 대구에 적잖은 영향력이 있는 유승민 의원을 우회적으로 견제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레임덕 대통령의 행보가 아니다.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원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DMZ 지뢰폭발 사건을 처리하기 위한 '무박 4일' 고위급 회담이 큰 영향을 미쳤다. 북으로부터 '유감' 표명을 받아냈다. 전운이 감돌던 한반도에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질 정도로 대화 분위기가 조성됐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뛰어난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주었다. 정치인 박근혜는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런 능력이 내년 4월 총선 직전에 다시 확인된다면?

대통령의 지지율이 폭등하자 야권에서는 '총선 참패론'이 들리기 시작했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9일 <동아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100석 이하'라며 비관적 예언을 내놓았다.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역시 '100석 이하'라고 전망을 전했다. 12일 자 <한겨레>에 칼럼을 기고한 박성민 정치컨설턴트는 '자, 이제 총선은 참패다'라며 자극적인 전망도 제시했다. 모두 주어는 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이다.

4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4년 전 이 무렵 야당은 기세등등했다. 2011년 4.27재보선에서 승리했다. 제2의 강남이라는 성남 분당을에서도 야당은 승리했다. 같은 해 10월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실질적 야당 후보였던 박원순이 승리했다. 2011년 그들은 이겼다. 기세를 몰아서 12년 총선 목표를 '과반의석'으로 설정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레임덕에 급속히 빠졌고, 한나라당은 박근혜당으로 탈바꿈했다.  

4년의 시간이 흘렀다. 내년에는 총선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지난 2월 당 대표에 선출된 문재인 대표는 4.29 재보선 패배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사퇴요구'를 받았다. 박지원, 안철수, 김한길, 주승용, 이종걸 등 그를 흔들고 있는 사람들이 제1야당의 중진들이라는 점이 놀랍다. 여기에 '범친노'로 평가되는 정세균까지 가세하는 형국이다. 이러고도 정당이 돌아가고 있다니 그 점이 더욱 놀랍다.

문재인 운명 가를 9월 16일, 그리고 시계는 돌아간다

중앙위원회는 개최, 재신임투표는 연기 9월 12일 새정치연합 3선 이상의 당 중진들이 문재인 대표에게 재신임투표 연기를 제안했고 문 대표가 이를 수용했다. 중앙위원회는 문 대표 주장대로 9월 16일 개최된다. 9월 12일자 보도 ⓒ KBS


이제 야권의 운명은 9월 16일 중앙위원회에서 결정된다. 공천 개혁안을 담은 혁신안이 확정되는 자리기 때문이다. 김상곤의 혁신안이 중앙위원회에서 결정된다면 당 대표의 공천권 행사권한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안'에 따르면 전략공천위원장을 당 대표가 임명한다. 전략공천 대상지역의 선정 역시 위원회에서 결정할 수 있다.

정리해 본다. 지난 4월 재보선 공천 당시 동교동계에서는 '주류 6, 비주류 4' 운운하며 지분 배분을 요구했고 문 대표는 이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재보선에서 패배한 문 대표 흔들기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현재진행형'이다. 어렵게 혁신위원회가 출범했지만 혁신안이 나오기 전부터 이미 '실패한 혁신안'으로 규정당하고 있다.

9월 16일 혁신안이 중앙위원회에서 의결되면 문 대표와 각을 세웠던 비주류는 자신의 지역구가 '전략공천지역'으로 선정될 것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하게 된다. 그들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공천에서 탈락하고 탈당하느니, 선도적 탈당 시점을 고민할 것이다. 박지원 의원은 "신당은 상수"라고 말했다.

그동안 침묵하던 문재인이 뽑아든 '재신임 카드'는 절묘했다. 그가 제안한 재신임 요건은 자신에게 엄격했기에 파장이 컸다. 이 때문에 12일 오후 당 중진들이 모여서 문 대표 재신임 여론조사를 연기할 것을 권고했고 문 대표는 이를 수용했다. 애초 그들은 중앙위원회도 연기할 것을 권고한 바 있는데 이는 철회했다. 중진들이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이종걸 원내대표가 거세게 반발하는 가운데 9월 16일 중앙위원회는 예정대로 개최된다. 당의 큰 운명이 결정될 '3일'이다. 혁신안이 당 최고 의결기구를 통과하게 된다면 문 대표가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될 것이다. '재신임 카드'를 통해 위기 상황을 돌파하고 차기 공천 관련 기준을 확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평소 부족하다고 지적받아 온 승부사 기질에 대해서도 재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제1야당 내부에서 공천권을 둘러싼 건곤일척의 대격돌. 먼저 칼을 뽑아든 문재인 대표와 허를 찔린 비주류 각자에게 9월 16일 중앙위원회까지는 '3일'이 남았다. 야당의 내부진통이 문재인 리더십으로 마무리될 것인지, 아니면 박지원 의원이 언급한 '상수'의 실체를 확인하게 될 것인지, 야당에 주어진 운명의 시간은 지금도 흐르고 있다.

[격랑 속 새정치민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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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박정훈 기자

#문재인 #재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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