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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뱀파이어' 잔치에 먹을 건 없네

[이카루스의 TV속으로] 드라마 속 뱀파이어는 왜 시청률 사냥에 실패했을까

15.08.27 15:02최종업데이트15.08.2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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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수목드라마 <밤을 걷는 선비> 포스터 ⓒ MBC


올해에만 3편이다. KBS 2TV <블러드>와 <오렌지 마말레이드>에 이어 MBC <밤을 걷는 선비>까지, 안방극장에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방송됐다. 역시나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OCN <뱀파이어 검사> 시리즈와 같은 드라마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불과 몇 개월 사이에 3편의 드라마가 연달아 뱀파이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은 이례적이라 할 만하다.

재미있는 건, 괴력을 발휘하고 하늘을 나는 등 다양한 능력을 가졌다는 뱀파이어가 정작 안방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 4월 종영한 <블러드>는 4.7%(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이하 동일)의 평균 시청률을 기록하며 불명예를 떠안았고, <오렌지 마말레이드>는 그보다 못한 3%대의 평균 시청률로 종영했다.

그나마 <밤을 걷는 선비>가 7% 내외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나름대로 선전(?)하는 듯 보이지만, 원작의 인기와 주요 출연진들을 감안하면 이 또한 아쉽게 느껴지긴 마찬가지.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는 SBS <용팔이>가 20%를 넘기며 순항하는 것에 비춰보면 오히려 초라하게 느껴질 만한 성적표다.

비단 시청률만의 문제는 아니다.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 떠들썩했던 분위기와 달리 세 드라마는 막상 방송이 시작된 이후에는 이렇다 할 화제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한 마디로 기대에 못 미친 것이다. 드라마 속 뱀파이어는 왜 시청률 사냥에 실패한 것일까.

멜로 중심에 단순 선악 대결...재해석이 아쉽다

우선은 식상한 이야기 구조와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인 문제인 '멜로'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겠다. 세 드라마 모두 '착한 흡혈귀 Vs. 나쁜 흡혈귀'라는 선악 구도를 통해 갈등을 유발하는데, 이는 굳이 흡혈귀가 아니어도 가능한 이야기 전개 방식이다. 뻔하고 뻔한 선악 대결을 선보이다 '흡혈귀가 연애하는 이야기'로 드라마가 마무리된다면, 시청자가 채널을 고정해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KBS 2TV 월화드라마 <블러드>의 포스터 ⓒ KBS


중요한 건 역시나 '재해석'이다. <블러드>의 경우 피를 먹고 사는 흡혈귀의 직업이 의사라는 설정은 참신했으나,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의학 드라마라는 장르를 위해 뱀파이어라는 소재를 낭비한 느낌이 강했다. <오렌지 마말레이드>와 <밤을 걷는 선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뱀파이어가 인간사회에 숨어 지내는 존재거나 혹은 그 배경을 조선시대로 택했다면 그에 맞는 타당함이 필요한데, 두 드라마는 모두 원작의 만화적 상상력으로 그 답을 대신한다.

드라마는 만화보다는 좀 더 현실에 발을 붙인 장르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세 드라마는 흡혈귀라는 소재에만 집착할 뿐 그 캐릭터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시청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려고 하는지가 불분명했다. 물론 그저 영화를 보듯 뱀파이어의 화려한 액션을 즐기거나 CG를 감상할 수도 있겠으나, 드라마가 종영되기까지 세 달 가까운 시간을 그저 화려한 볼거리만 가지고 끌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에는 '이야기'가 재미있어야 한다. 착한 뱀파이어가 나쁜 뱀파이어를 무찌르고, 끝내 사랑을 이루게 된다는 이야기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변주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뱀파이어라고 해서 꼭 피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인간의 피를 먹지 못하면 고통에 몸부림치는 뱀파이어라니, 대체 언제적 이야기란 말인가. 발상의 전환 없이는 새로움도 없고, 재미도 기대할 수 없다.

뱀파이어는 더 이상 우리들에게 낯선 소재가 아니다. 앞으로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드라마도 계속 제작될 것이다. 하지만 낯설지 않다는 것이 드라마의 단골 소재가 될 이유일 수는 없다. 배경이 어디든, 직업이 무엇이든,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은 왜 뱀파이어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충분한 답을 내놓을 수 있는 그런 이야기가 필요해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박창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saintpcw.tistory.com), 미디어스, 문화저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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