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 사고 싶다"는 사람들, 삼성이 걱정되네요

[광복 70주년 기념 백두산 자전거 순례⑥] 백두산 라이딩 마치고 통화에서 단동까지

등록 2015.08.26 16:57수정 2015.08.2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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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천지까지 라이딩을 마치고 통화에서 벅찬 감동을 누르고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일정도 강행군이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통화의 OO호텔에서 오전 5시 30분에 일어나 6시부터 밥을 먹고 7시에 출발하는 일정이 반복됐습니다.

하지만 오전 7시에 출발한 일행은 통화에서 단동을 향해 출발한 것이 아니라 통화 시내에 있는 한 쇼핑몰로 갔습니다. 일요일 오전 7시, 쇼핑몰에 있는 가게 중에 작은 슈퍼 한 곳을 제외하고는 아직 문을 연 곳이 없었습니다.


여행사와 제휴를 맺은 '죽가공품 매장' 한 곳만 문을 열었더군요. 저희 일행뿐만 아니라 한국인 여행객을 태운 관광버스들이 앞다퉈 쇼핑몰 앞으로 몰려왔습니다.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건물 안으로 들어갔더니 대형 엘리베이트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긴 복도를 따라 5분쯤 걸어가면서 주변을 살펴보니 크고 작은 점포들이 몰려 있는 쇼핑센터 건물이더군요. 복도 끝에는 작은 교육실에 여러 개 몰려 있었습니다. 교육실 안쪽에는 5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가 놓여 있었고, 앞쪽에는 여러가지 죽가공품이 전시돼 있었습니다. 제품 설명회가 이뤄지는 장소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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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 쇼핑몰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던 단동시가지 ⓒ 이윤기


저희 일행이 모두 자리를 잡고 앉으니 한국어를 잘 하는 중국인 강사가 들어왔습니다. 그녀는 교육장 안을 둘러보더니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그 까닭은 저희 일행 절반 이상이 청소년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죽가공품 매장'에는 아이들에게 판매 할 만한 물건이 별로 없었던 것입니다.

여행사가 추천한 죽가공품 매장, 참 인기 없네

그녀는 5분 만에 설명을 마쳤습니다. "청소년들이 많아서 설명을 하기가 적합하지 않다"고 하면서 죽섬유 속옷과 생활용품 등이 품질이 좋고 값이 싸다며 매장으로 가서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구입하라고 하더군요. 교육장 바로 건너편에 있는 매장으로 갔습니다만, 정말로 살 만한 물건이 별로 없더군요.


100평은 넘어 보이는 매장을 둘러 보았지만 제가 관심 있는 물건들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우리를 안내해준 가이드를 생각해서 '죽차' 몇 통을 구입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버스로 돌아와서 살펴 보니 아무것도 안 사고 그냥 나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사실 저희 일행들이 쇼핑을 하고 싶어 했던 곳은 '샤오미 매장'이나 '샤오미 정품'을 살 수 있는 쇼핑센터 같은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여행사 가이드는 계속 일정을 핑게 대면서 '샤오미 매장'이나 대형 쇼핑몰 방문이 어렵다고 하더군요.

사실 단동까지 이동한 후에 저희 일행 중 어른 8명이 압록강으로 보트를 타러 간 동안 나머지 일행들은 점심을 먹은 식당에서 1시간을 마냥 기다리며 보냈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가이드에게 단동 시내에 있는 쇼핑몰에 잠깐 들렀다가 '국제 여객선 터미널'로 가자고 부탁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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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이라 문이 닫힌 통화시 쇼핑몰 ⓒ 이윤기


여행사의 방침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가이드가 마음대로 저희 일행을 쇼핑몰 같은 곳으로 데리고 갈 수도 없고, 또 출국 시간이 임박했기 때문에 쇼핑몰 같은 곳에 들렀다가 제 시간이 돌아오지 않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는 걱정도 있는 듯했습니다.

마지막날까지 샤오미 쇼핑에 실패하자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이번 백두산 라이딩에 온 참가자 중에 두 명이 자전거에 액션캠을 부착하고 와서 촬영했는데, 모두 중국 제품이었습니다.

자전거를 타는 저희 일행 중 여러 사람이 가격대비 성능이 뛰어 난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산 액션캠을 구입하고 싶어했고, 샤오미 매장을 가고 싶어 했습니다. 청소년들은 샤오미 보조배터리와 샤오미 이어폰을 구입하고 싶어 했지요. 진행팀 실무자들이 가이드와 샤오미 매장 방문을 의논하는 것을 지켜보던 아이들도 은근히 기대하고 있더군요.

중국에서 정품 샤오미 사고 싶다

하지만 여행사 측이 협조를 해주지 않았고 백두산을 다녀오는 전체 일정도 빠듯했기 때문에 샤오미 매장이나 샤오미 제품을 살 수 있는 쇼핑몰 방문은 아쉽게도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통화에서 단동 국제여객선터미널로 이동하면서 시간을 아껴 썼다면 충분히 단동 시내에서 샤오미 쇼핑을 할 수도 있었는데…. 여행사와 가이드가 협조해주지 않은 게 못내 아쉽긴 하더군요.

아무튼 주목해 봐야 할 것은 중국을 방문하는 저희 일행 중 2/3 이상이 여행사가 추천하는 쇼핑보다 '샤오미'나 중국산 전자제품 쇼핑에 매우 관심이 높았다는 사실입니다. 마치 15~20여 년 전, 한국 관광객이 일본으로 여행을 가면 도쿄의 전자 상가 '아키하바라'에 몰려가곤 했지요. 전기 밥솥이나 워크맨을 사오던 시절이 연상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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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에 부착가능한 중국산 인기 액션캠 ⓒ 이윤기


아마 저희 일행이 중국 전자제품 매장에 들렀는데 국내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다면, 다들 샤오미 보조배터리, 이어폰이나 액션캠을 구입하는 사람들도 많았을 것입니다. 예정에는 중국산 전자제품을 '짝퉁'이라고 놀렸지만 최근에는 디자인과 품질이 무척 좋아지면서 중국산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자전거에 액션캠을 설치해서 온 두 분이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다며, 구입을 권유했기 때문에 평소에 자전거를 타는 저희 일행들 대부분이 샤오미나 SJ-7000 등의 액션캠을 구입하고 싶어했습니다. 아마 샤오미나 전자제품 매장을 방문했다면, '죽가공품 매장' 보다는 몇 배가 넘는 물품을 구입했겠지요.

아직 여행사나 가이드는 이런 한국인의 쇼핑 트렌드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앞으로 중국을 여행하는 한국 관광객들은 중국의 값싸고 품질 좋은 전자제품 쇼핑에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 여행사나 가이들들이 수수료(?) 수입을 올리려면 죽가공품 매장보다는 정품을 살수 있는 전자제품 매장으로 안내하는 것이 훨씬 낫겠지요.

이번 백두산 자전거 순례를 다녀오면서 경험해 보니 중국을 여행하는 한국인 여행자들의 쇼핑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확연히 실감할 수 있겠더군요. 값싸고 품질마저 좋은 중국산을 대표하는 샤오미, "I LOVE XIAOMI"를 외치는 우리 청소년들을 보며 삼성, LG는 말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 중소 기업들의 미래가 많이 걱정스러웠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백두산 #여행 #중국 #쇼핑 #샤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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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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