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가 나라 쥐고 흔든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264] <친일과 망각> 뉴스타파 제작진

등록 2015.08.20 19:55수정 2015.08.2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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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과 망각> 1부 첫 장면 ⓒ 뉴스타파


흔히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하고 독립 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속설이 있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아래 뉴스타파)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친일파 후손들의 삶을 알아 보기 위해 다큐멘터리 4부작 <친일과 망각>을 제작했다.

다큐멘터리 <친일과 망각>은 참여정부 시절 친일반민족진상규명위원회가 선정한 친일 반민족 행위자 1006명의 후손 1177명의 재산과 학력, 직업 등을 추적했다. 제작 기간만 8개월이 걸렸다. <친일과 망각>의 기획의도와 제작 뒷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이 다큐를 제작한 <뉴스타파>의 박중석, 심인보 기자를 지난 17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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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과 망각> 제작진(왼쪽부타 박중석, 심인보 기자) ⓒ 이영광


- 광복 70주년을 맞아 제작한 <친일과 망각>이란 다큐멘터리 반응이 뜨거운 거 같은데 소감이 어떤가요?
심인보 기자 : "많은 분이 큰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저희 홈페이지 접속이 많이 늘었고 유튜브에서도 13만 정도 보신 거 같아요. SNS 통해서 많은 분이 응원과 감상을 보내주고 계십니다."

- 이유가 뭐라고 보세요?
심인보 기자 : "광복 70주년을 맞아 정부가 우리 역사의 한쪽 면만을 부각하기 위해 공영방송이나 사기업들까지 동원해 대대적인 관제 행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정부가 말하지 않은 중요한 문제를 저희 다큐멘터리가 다루다 보니, 관심을 가져주시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 다큐멘터리를 어떻게 제작하게 되었나요?
심인보 기자 : "10년 전인 광복 60주년으로 돌아가 보면, 그 당시 분위기는 반민특위 해체 이후 줄곧 미루어져 왔던 친일 청산이라는 역사적 과제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대단히 뜨거웠습니다. 당시 우리 사회가 그 과제를 완수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습니다. 그러나 소중한 성과를 냈음에도 친일 청산을 원하지 않는 세력들로부터 반격을 당했습니다.

그에 응당한 2차 생산물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정치적 논란으로 들어가 버린 후 10년이 지난 거예요. 그래서 광복 70주년에는 10년 전 일군 1차적인 친일 청산 작업의 성과를 받아 그걸 해석하고 반추하고 음미하는 사회적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당시 선정된 1006명의 후손을 찾아가는 일이었습니다."

박중석 기자 : "막연하게 친일파 후손들은 잘살고 있고 한국 사회를 친일파가 다 장악했다는 세간의 이야기들이 많잖아요. 이 부분이 과연 사실인지 어느 정도 친일파의 후손들이 우리 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어요. 이를 통해 친일 청산 작업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청산뿐만 아니라 친일 극복의 과제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인 문제 제기를 던지고 싶었던 거죠."

- 말씀처럼 흔히 '친일하면 3대가 흥하고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이번 취재를 통해 이 말을 확인하셨을 때 어떤 심정이었나요?
심인보 기자 : "저희가 한 작업은 그러한 예상이 어디까지 맞고 어디서부터 틀렸는지를 정확한 사실관계에 따라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통념이 잘 들어맞는 부분도 있었어요. 예를 들면 친일 후손들의 서울대 졸업 비율이나 유학 비율은 생각보다 너무 높아서 놀랐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친일 후손들 가운데 파워엘리트의 비율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낮아지고 있었어요. '친일파가 우리 사회 전체를 쥐고 흔든다'라는 것이 다소 과장되었지만 우리가 그 문제에 지나치게 열패감을 느끼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친일파 후손들이 대체로 잘 먹고 잘 살면서 사회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나라를 완전히 쥐고 흔드는 것도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어찌 보면 영화 <암살>이 흥행한 것도 그렇고 우리 사회의 대다수 구성원이 친일 문제에 대해 가진 감정 자체가 하나의 강력한 힘이고, 그 힘이 친일 후손들을 끊임없이 견제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그들이 공적인 영역보다는 의사라든지 대학교수, 기업인 등 노른자위 같은 직업을 선택하게 된 것 같습니다. 친일청산이 완전히 실패하고 패배한 것처럼 보이지만 어떻게 보면 끊임없는 긴장관계 속에서 친일 후손도 사회적인 압박을 받고 있어요. 또 한편으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친일파의 역사도 정리되고 있어 그 진상은 생각하는 것 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느낌이었죠."

- 후손 1177명을 찾아냈잖아요. 전체 친일파 후손의 몇 %인가요?
박중석 기자 : "저희가 (친일파의) 취재 대상으로 삼은 건 2005년도에 대통령 직속으로 활동했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1006명의 후손이었어요. 이건 민족문제연구소가 <친일인명사전>을 통해 발표한 4476명 중 4분의 1수준이에요. 논란을 피하고자 국가기구가 확정한 1006명의 후손을 찾은 거죠. 첫 번째로는 1949년도 반민특위 당시 50명 정도의 심문 조서에 나와 있는 가족사항을 확인했어요. 그리고 2000년대 들어와서 친일파 후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많이 냈어요. 그 가운데 소송 당사자로 참여한 202명의 소송자료나 판결문 등을 통해 이들의 인적사항을 확인했죠.

지난 2006년부터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 위원회가 친일재산으로 확정해 국가귀속 결정을 내릴 때 토지의 지번까지 신문에 공시했어요. 한 5천 필지 정도 되는데 5천 필지의 등기부 등본을 일일이 뗐어요. 그리고 거기에 나오는 주소를 확인하며 1006명의 친일파 후손들의 명단을 확인했는데, 최종적으로 1177명이죠. 이게 전체의 몇%인지는 확인하기 어려워요. 왜냐하면 1006명만 해도 후손들이 수만 명일 텐데 그걸 다 찾는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죠."

선대의 친일행적 사과한 사람은 3명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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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의 <친일과 망각>의 한 장면. ⓒ 뉴스타파


- 그럼 1006명 중엔 우리가 아는 이광수나 서정주 등 문인, 그리고 현재 논란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부친이나 박정희 대통령 등은 포함 안 되었나요?
박중석 기자 : "네. 박정희 대통령은 1006명에 포함 안 되어 있어요. 민족문제연구소가 만든 <친일인명사전>에 포함되어 있죠. 논란의 대상이 몇 명 있었는데 예를 들어 박정희, 김성수, 방응모, 홍진기였어요. 그중 박정희와 홍진기가 빠지게 돼요.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이 빠질 수밖에 없었죠.

저희가 1006명의 후손 중 집중적으로 찾았던 게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은 귀족들과 당시 조선인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정치기구인 중추원 참의를 지낸 이들의 가문이었어요. 대표적인 게 민영휘인데 그런 가문들을 중심으로 최고 엘리트 계층의 후손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살펴봤어요."

- 취재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심인보 기자 : "하나 소개하자면 친일파 후손을 찾을 때 정확한 인물을 특정해야 하잖아요. 저희가 이름과 생년월일을 알아낸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아는 A씨와 서울대 교수 A씨가 동일인물인지 생년월일로 판단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직접 본인에게 확인했는데 이름과 생년월일은 같지만 다른 사람인 경우가 3명 정도 있었어요. 당사자에게 저희가 사과했죠."

박중석 기자 : "1차적으로 확인된 사람을 대상으로는 확인 작업을 하기 위해 메일을 보냈어요. 그중에 이름과 생년월일은 물론 심지어 한자까지 같아요. 근데 동명이인인 경우가 있었던 거죠. 이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게 어려웠죠."

- 아쉬움도 있을 것 같아요.
박중석 기자 : "저희가 이 작업을 한 데엔 두 가지가 목적이었는데 하나는 해방 후 70년 동안 친일 청산이 안 이뤄짐으로써 후손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에 대한 것들을 주소지, 학력, 직업을 통해 확인하는 거죠. 그건 어느 정도 이룬 것 같아요. 또 하나는 그들을 통해서 선대의 친일 행적에 대해 듣고 싶었어요. 그리고 친일 청산이 필요하다는 우리의 인식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솔직히 듣고 싶었어요.

왜냐면 박태균 서울 국제대학원 교수가 말했듯이 이분들은 이미 사회 중추에 계시잖아요. 그리고 우리 사회의 의견과 의제를 설정하는 데 영향력이 큰 오피니언 리더예요. 그래서 친일 청산에 대한 이분들의 생각이 어떠하냐에 따라서 우리 사회가 어디로든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걸 못 들은 게 아쉬웠어요. 결과적으로 선대의 친일 행적에 대해 공개 사죄하는 사람이 굉장히 드물었어요.

물론 1177명 중 몇 분들이 이메일이나 익명으로 선대의 친일 행적을 사죄하는 발언을 했지만 공개적으로 사과한 사람은 단 3명 만이란 게 아쉬웠어요. 물론 3명은 극소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 희망이 있음을 보여주기도 하는 거죠. 선대의 잘못을 훌훌 털어버리고 사회 구성원으로 같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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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과 망각>에서 증조부의 친일에 대해 사과하고 있는 문효치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중추원 참의였던 문종구의 후손) ⓒ 뉴스타파


- 그래도 3명이지만, 사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심인보 기자 : "자문 받은 분 중에 한 교수님께서, 대체 이 프로그램이 '친일파의 후손들이 다 해먹는다'는 세간의 통념을 확인하는 것 외에 어떤 의미가 있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어떤 사안에 대해 폭로하고 그 사안이 사회적 분노를 일으키는 것은 좋지만, 그 뒤에 구체적인 액션 플랜이 없다면 그것은 오히려 사람들을 자조하게 한다는 거죠.

그런 면에서 4부는 바로 그런 의문에 대한 저희 제작진의 답변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부에서 3부까지 친일파 후손들의 현재를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을 각성 시키고 분노하게 했다면 4부에서는, 자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답하려고 노력했다는 뜻입니다.

친일 후손들 역시 우리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므로 이들을 친일 후손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하거나 처벌할 수는 없잖아요. 우리 사회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친일 후손도 힘을 보태야 하는데 그렇다고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이들을 다시 끌어안을 수도 없고요. 그런 의미에서 선조의 친일행적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진정성 있는 사과가 선행된다면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들을 저희 프로그램 보시는 분들에게 전달해 주고 싶었어요."

- 올해가 광복 70주년이고 100주년까지는 30년밖에 안 남았어요. 이대로 가다가는 100주년 때도 지금과 똑같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는데.
심인보 기자: "왜곡된 역사관을 가진 이인호 KBS 이사장과 같은 사람이 지금처럼 제멋대로 발언하고 공영방송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놓아둔다면 친일파라는 말조차 없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일제 강점기 친일 행위는 민족과 국가를 배신한 행위라는 사회적 합의가 있지만, 그 사회적 합의를 저들이 침식하지 않도록 하는게 중요하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과거를 기억하고 함께 얘기하고 그에 따르는 2차 생산물들을 계속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광복 100주년을 행복하게 맞겠죠."

박중석 기자 : "우리 사회에서 친일 후손과 화해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뭔지를 고민했는데, 그것의 전제는 과거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과거를 잊기 위해서라도 혹은 과거를 넘어서 화해를 하기 위해서라도 정확히 알고 있어야죠. 친일 문제가 끝난 게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면 이것을 공론화할 수 있는 사료관을 만들어야 해요. 그래서 지금까지 축적된 친일의 문제들을 보여줘야 하는데 제대로 못 만들었어요. 문제를 얘기할 수 있는 상설 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주세요.
심인보 기자 : "많은 분이 본 거 같은데 훨씬 더 많은 분이 봐주시길 바랍니다. 저희는 후원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조직입니다. 저희가 장기간에 걸친 취재를 할 수 있도록 후원해주신 진실의 수호자인 3만5천 후원회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박중석 기자 : "1부부터 4부까지 다 보시면 좋겠지만, 특히 4부를 많이 보시길 바라죠. 친일파 후손 가운데서 사과한 사람은 단 3명에 불과하지만, 그분들이 어떤 이야기를 꺼내놓았는지 봐야죠. 용서를 구하면 받아들이는 사람의 태도가 중요하잖아요. 저희 다큐멘터리 제목이 '친일과 망각'인데, 잊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그걸 기억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망각하면 안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그렇게 제목을 잡았거든요. 제목을 생각하면서 1부와 4부를 보시면 제작했던 의미들이 좀 더 살아나지 않을까 생각해요."

○ 편집ㅣ장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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