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 없이 어느날 갑자기 통일대박? 불가능"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통일세미나'

등록 2015.06.17 20:27수정 2015.06.17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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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이대로 가다가는 북은 이미 우리가 아닌 다른 나라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박창균 신부).
"5.24조치는 북한에 고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남북경제협력에 참여했던 대부분의 우리 중소기업들을 망하게 했다."(김연철 교수).

대북지원단체인 하나됨을위한늘푸른삼천 이사장인 박창균 신부와 김연철 인제대 교수(통일학부)가 17일 저녁 천주교 마산교구청 강당에서 열린 '통일세미나'에서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는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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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는 17일 저녁 천주교 마산교구청 강장에서 "해방 70년, 분단 70년"이란 제목으로 세미나를 열었다. 사진 앞줄 왼쪽부터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장인 김정훈 신부와 발제를 한 김연철 인제대 교수, 박창균 신부가 앉아 있다. ⓒ 윤성효


민족화해위원장인 김정훈 신부는 "며칠 전 화분에 씨앗을 뿌리고 잊고 있었는데 어느새 새싹이 났더라. 통일도 그렇게 오는 것이라 본다. 씨앗을 뿌리고 밭은 가꾸는 농부의 심정으로 통일을 해나가야 한다"며 "희망이 없는 시대에 우리 서로 희망의 어깨가 되어 통일의 길에 함께 하자"고 말했다.

박창균 "교회의 모든 힘을 모아 협력사업 해야"

박창균 신부는 "남북경협사업과 그리스도인"이란 제목의 발제를 통해 "남과 북의 관계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을 걸어가고 있다"며 "여러 가지 정치적인 요인들이 미래지향적인 협력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신부는 "2013년 현 대통령이 취임한 해에 잠시 교역량이 급감하기는 했지만, 지금 중국으로 엄청나게 수출되고 있는 북한의 지하자원에 대한 적극적인 협력사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며 "그 외에도 건설을 비롯한 수많은 인프라가 우리의 협력사업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스도인과 교회의 사명을 강조했다. 박 신부는 "너무나 긴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서로를 믿지 못하고 적대시 하는, 나아가 우리의 경쟁 대상국보다 더 원수처럼 지내야 하는 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라며 "서로 만나고, 대화하고, 부대끼다 보면 믿음이 쌓이고, 통일에의 희망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그런 단순한 바람은 너무나 순식간에, 너무도 쉽게 무너져버렸다"며 "그 틈 사이로 주변의 강대국들이 우리를 잡아먹으려 노리고 있으며, 이미 깊숙이 그 마수를 뻗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창균 신부는 "그리스도인의 공동체인 교회는 이제 다시금 본연의 자리에서 복음화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일에 전력을 쏟아야 할 것"이라며 "마침 주교회의에서 지난 6월 1일부터 오는 12월 31일까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시기'로 정했다. 이참에 우리 교회의 모든 힘을 모아 북에 있는 우리 민족들과 함께 하는 협력사업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김연철 "어느 날 갑자기 통일대박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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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는 17일 저녁 천주교 마산교구청 강장에서 "해방 70년, 분단 70년"이란 제목으로 세미나를 열었다. ⓒ 윤성효


김연철 교수는 "광복 70년 통일의 과제와 전망"에 대해 발제했다. 김 교수는 "남북관계에서는 악재도 적지 않았지만, 개선의 기회도 있었다"며 "그러나 일시적으로 마련된 대화 국면은 이어지지 못했고, 결국 관계 개선의 전환점도 마련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5.24조치에 대해, 김 교수는 "국제적인 제재의 관계에 비추어 봐도 과도했다"며 "일반적으로 제재는 분쟁의 원인과 관련된 군사적 목적의 물품이나 이와 관련된 무역거래를 금지하는 것이지, 무역이나 산업협력 자체를 금지시키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북경협의 후퇴는 결국 북-중 경협의 확장을 가져오는 등, 동북아의 경제 질서 변화로 작용했다"며 "남북한의 위탁가공에 참여했던 북한 기업들은 중국과 사업을 재개했고, 남측 기업들이 오랫동안 기술 지도를 해왔던 북한 공장들이 그 기술과 설비로 중국기업의 하청기업으로 전환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통일은 과정이다"고 한 김 교수는 "남북관계는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필요하고, 한국경제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현재 한국경제는 성장률 정체 현상을 빚고 있다. 저성장 기조는 당분간 가속화될 것이다. 결국 잠재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북방경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박근혜정부 들어 'DMZ 평화공원'과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등 많은 구상들이 제시되었지만, 어느 것 하나 구체적으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제기된 통일대박론이 국민적 공감대를 모으는 것은 어렵다. 현재의 노력 없이 어느 날 갑자기 통일대박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평화통일의 기초는 화해다. 화해해야 대립의 근원을 해결할 수 있다. 화해는 관계변화의 필수적인 과정이다. 화해가 없으면 평화가 불가능하듯이, 화해의 과정이 생략된 통일은 모래위에 성을 쌓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화해는 남북관계 뿐만 아니라 국내적으로도 반드시 필요하다. 화해만이 미래를 향한 문을 열 수 있고, 통일을 향한 공감을 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는 김유철 민족화해위원의 사회로 진행되었고, 배기현 천주교 마산교구 총대리신부와 공명탁 목사, 김영만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경남본부 상임공동대표, 이경희 경남진보연합 회장 등이 참석했다.
#민족화해 #천주교 마산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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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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