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번 시험보고 들어왔는데... 너무합니다"

건국대 영화과 통폐합에 반대하는 학생들

등록 2015.05.18 14:25수정 2015.05.1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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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 영화과 통페합 반대운동을 이끄는 건대 영화과 김승주 비상대책위원장 ⓒ 임효준


"지난 2개월 남짓 싸웠던 것에 대해 (선후배들이) 얻어낸 것이 없다는 패배감을 맛볼까 가슴이 아픕니다. 하지만 대학구조개편에서 확대되는 이공계와 달리 축소되는 예술과 인문계열의 문제점을 알린 것만으로 위안 삼고 싶습니다."

건국대 대동제가 한창인 지난 13, 14일 양일간 건대 영화과 비상대책위원장 김승주(25) 학생을 만났다. 지난 3월 19일 일방적으로 통보된 영화과와 영상학과 통합, 그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비대위는 주점을 열었다.

영화 연출을 꿈꾸고 들어왔지만 계속 하고 싶은 것이 많아진다는 김승주 학생, 지난 2011년 공군으로 지원해 제대 후 지난해 2학년 2학기에 복학했다.

"처음 (영화과와 영상과의 통합) 이야기를 듣고 분노보다 슬픈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정든 선배와 신입생뿐만 아니라 12년간 영화과를 통해 이어졌던 공동체는 어떡하나 생각하니 슬펐습니다."

김승주 학생은 군대에서 책읽기를 통해 정치학에 흥미를 갖게 되면서 복수전공으로 정치외교학을 선택했다.

"정치외교 공부에 빠져 올해 초 영화과 수업에 좀 소홀했는데 학교 측이 영화과 학생들과 협의 과정 없이 진행한 학사개편 과정을 보고 나서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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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대 영화과 건대 영화과 주점 분위기 ⓒ 임효준


학생들은 평위원회를 통해 부당함을 호소했지만 의결기관이 아니라 의견만 제시할 수 있을 뿐이었다.


"(통폐합을) 돌이킬 수 없다면 차라리 억울한 마음에 난리라도 쳐보자고 우리끼리 위로했습니다. 적어도 부당한 것에 대한 분노할 줄 아는 우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김승주 학생은 지난 3월 23일 비대위원장이 되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천막을 치고 단식릴레이를 벌이면서 철야 집회를 계속 이어갔다. 규정심의위원회를 통해 통폐합이 확정될 것을 우려해 3월 31일에는 행정관 점거농성도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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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대 영화과 지난 5월 3일, 전주국제영화제 JIFF 광장에서 영화학과 통합 반대 플래시몹을 실시했다. ⓒ 건대 영화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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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대 영화과 지난 3월 31일 행정관 점거 모습 ⓒ 건대 영화과


"학교 측에서는 유사학과 통폐합을 통해 학과 대형화로 내실화를 하겠다는데 정작 향후 커리큘럼이나 일반적인 계획조차 전무합니다. 올해 신입생 대상으로는 5년까지 학적유지를 해주겠다는데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은 아니라고 봅니다."

어둠이 내리면서 축제의 열기는 후끈 달아올랐지만 여기는 힘이 빠졌다. 각계각층의 SNS 지지와 초기 언론 관심도 이제는 없다.

"적어도 예술은 그 자체만으로 존재 가치가 있어요. 취업률로 대학구조개혁을 말하지 말고 다양한 철학과 지성이 숨 쉴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한쪽에서 듣고 있던 신입생 박미소(24)양이 눈물을 흘린다.

"영화배우가 되고 싶어 건대 영화과만 고집했어요. 지난 5년간 수시 정시 합쳐서 8번 시험을 보고서야 들어온 곳입니다. 건대 영화과가 톱이라고 생각했고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들어와 자부심도 컸는데 입학 2주 만에 일방적으로 (통폐합) 통보를 받았어요. 너무합니다."

지켜보던 김 위원장도 선배된 마음에 더욱 속이 탄다.

"지난 2개월간 지속적으로 학교와 대화를 시도했고, 기다렸지만, 여전히 우리의 이야기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학교가) 우리와 대화를 열고 납득할 수 있는 학사개편 근거와 대안을 제시하기 전까지는 학사개편 반대운동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청춘매거진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건국대 영화과 #김승주 #박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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