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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8번타자'의 부진, 어떻게 봐야 할까?

평일 밤 11시 프로그램...수년째 성적 부진

15.04.09 15:41최종업데이트15.04.09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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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 KBS


보통 야구에서 8번 타자는 대개 타격이 취약한 선수가 맡는 경우가 허다하다. 9번 타자는 상위 타순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8번에 비해선 공격력이 나은 편이다.

어떤 방법으로든 공격력(시청률) 상승이 절실히 요구되는 "성적 부진" 예능 프로그램들은 그런 점에서 '8번 타자'에 비유할 만하다. 이들이 부진할 경우 소속팀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듯이 인기 취약 예능 프로그램이 매번 골칫거리로만 머물러 있다면 마찬가지로 방송국의 시름 또한 깊어질 수밖에 없다.

◆ KBS2 - 수요일 오후 11시대 프로그램들

수 년 째 이 시간대 배치된 프로그램은 1년은 고사하고 몇 달을 버티기가 어려웠다.

당초 일요일 시간대 편성되었던 <맘마미아>가 수요일 밤으로 옮겨졌지만 폐지의 쓴맛을 봐야 했고 금요일 밤 9시대에서 1년여 이상 선방했던  <가족의 품격 : 풀하우스> 역시 이 시간대로 이동한 후 결국 지난해말 간판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올해 1월 야심차게 출범시킨 <투명인간>은 존재감 자체가 투명해졌고 또 다시 "강호동 위기론"이 부각되고 말았다.

◆ MBC - 목요일 오후 11시대 프로그램들

`띠동갑 과외하기` ⓒ MBC


<해피투게더>(KBS2), <백년손님 자기야>(SBS)의 위력에 밀린 MBC는 지난 2012년 <주병진 토크 콘서트>를 시작으로 강호동의 복귀와 함께 <무릎팍 도사>를 부활시켰지만 보기 좋게 시청률 경쟁에서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어 편성된 <화수분>은 시청자들에게 존재감을 알리지도 못한 채 조기 종영의 아픔을 겪었고 여러 파일럿 프로그램들은 고정 편성에 실패했다.

강호동이 심기일전하고 같은 시간대 재도전한 <별바라기>는 과거 1990-2000년대 예능에서 크게 벗어남이 없는 시대 후퇴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그쳤고 <헬로 이방인>은 일찌감치 작별인사를 하고 말았다.

나름 금요일 밤 10시대에 시작되어 참신함을 인정받았던 <띠동갑 과외하기>가 이 시간대의 해결사로 등장했지만 엉뚱하게 불거진 출연진 사이의 욕설 파문만 사람들의 입방아에 올랐을 뿐, 정작 본 프로그램은 저조한 시청률 속에 역시 폐지 수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 SBS - 화요일 오후 11시대 프로그램들

룸메이트 ⓒ SBS


2000년대 후반부터 2013년 초까지 이 시간대의 강자는 SBS였다. <강심장>은 예능 에이스급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중심타선'급의 활약은 충분히 해줬던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강심장> 폐지 이후 내놓은 프로그램들은 기대 이하였다.

톱스타 김희선의 토크쇼 MC 도전으로 관심을 모았던 <화신>은 '다작의 신' 신동엽 카드로도 시청률을 얻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이후 천하의 이효리 마저도 <매직아이> 만큼은 <패밀리가 떴다>의 성과에는 근처에도 도달하지 못했고, 일요일에서 화요일로 자리를 옮긴 <룸메이트> 시즌 2가 잠시 반짝하긴 했지만 뒷심 부족을 보이고 역시 종영을 눈앞에 둔 상황이다.

이러한 성적 부진 프로그램들의 문제는 방송사의 적극적인 인적·물적 투자가 미흡해서 발생하는 일 일수도 있고 제작진들의 부족한 역량이 주된 원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청자들의 취향, 성향은 날이 갈수록 변화가 심하다는 걸 깨닫고 빠르게 대응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아닐까?  단, 시청률(성적) 안나온다는 이유로 벌어지는 잦은 '조기 폐지'는 결코 발빠른 움직임이 아니다.

또한 과거 좋았던 시절의 기억에만 머물러 있다면 지금의 인기 프로그램도 어느 순간 폐지의 운명과 맞닥뜨릴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제작에 임해주길 바랄 따름이다.

전력 보강 (시청률 상승) 어떻게 해야할까?

■ 시간대 변동(포지션 변경)

기존의 자리에서 선전중인 선수를 익숙하지 않은 자리로 옮길 경우, 성적 부진을 겪는 사례는 야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 중 하나다. 예능 프로그램도 이런 점에서 얼추 비슷하다.

3사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가 기존 나름 선전 중인 프로그램의 방영 요일 또는 시간대를 옮기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방식을 취한 프로그램 상당수는 오히려 '조기 강판'(폐지) 수순을 밟고 말았다.

기존 고정 시청자들이 해당 프로그램을 따라가지 않았고 새롭게 팬 층을 확보하지도 못했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로 비춰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충성도는 일부 인기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생각보다 두텁지 못하다는 걸 간과하지 않았을까. 관계자들의 냉철한 판단, 반성이 요구된다.

■  유명 MC 투입(거물급 스타 영입)

매년 겨울 프로야구에선 유명 스타플레이어들이 FA(자유계약)신분을 얻어 거액의 몸값을 받고 소속팀을 옮기는 일을 흔히 볼 수 있다. 방송 역시 검증된 스타 MC 또는 거물급 연예인들을 영입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고 시청자들의 눈 도장을 받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이 경우, 당초 예상과 달리 시청률 저조(기량 하락)의 사례도 빈번하기 때문에 역시 치밀한 시청자 분석이 뒤따라야 한다.

1년여의 공백기를 마치고 방송에 돌아온 강호동이 수 년 째 '위기론' 속에 잇단 프로그램 조기 종영의 어려움을 겪는 것 역시 이런 부분에서 부족함을 노출한 게 아닌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 참신한 기획의 '파일럿' 프로그램 방영

한동안 추석, 설 연휴 등 명절을 이용해 파일럿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시청자들의 입맛을 살펴왔던 추세에서, 최근 한 두 해 사이엔 이러한 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수시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맛보기로 보여주고 있다. 

기존 프로그램이 부진하거나 정체기에 있을 때 이들 새 프로그램들은 신선한 자극제가 될 수 있는 건 당연한 일. 하지만 몇몇 '선수'들의 경우, 기존 우리가 익숙했던 패턴을 그대로 답습하거나 타 방송을 거의 모방하는 등 새로움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전파를 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덧붙이는 글 본인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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