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연극공연, 비영리예술단체는 안 된다?

충남백제문화사업소, 공연사업자 선정했다 무효통지 논란

등록 2015.03.12 17:10수정 2015.03.1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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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 백제문화단지 관리사어소 ⓒ 김종술


충남도가 백제문화단지 내에서 올해 상설 연극 공연을 할 사업자를 선정하고도 비영리단체라는 이유로 선정을 취소해 논란이 일고 있다.

충남도 공공기관인 충남도백제문화단지관리사업소(충남 부여군 규암면, 아래 충남백제문화사업소)는 지난 1월 올해 백제문화단지내에서 백제의 설화나 전설을 내용으로 한 상설공연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해 용역 입찰을 공고했다. 이어 제안서 접수와 심사 평가를 통해 지난달 12일 우선협상대상자(1순위)로 공주에 있는 웅진문화회(충남 공주시 소재)를 선정했다. 이 단체는 공주 공산성에서 수문병교대식 등 문화 공연사업을 벌여왔다. 


이 단체는 백제의 설화나 전설을 바탕으로 특별극 4개 작품과 일반극 6개 작품 등 모두 10개의 작품을 이달 31일부터 오는 11월 8일까지 하루 2회씩 (총 192일간) 공연하는 것으로 제안서를 제출했다. 또 사업비로 백제문화관리소에서 제시한 3억 원보다 낮은 2억 8600만원을 제시해 기술능력평가는 물론 가격평가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월, '웅진문화회' 1순위 업체로 선정... 계약 미루다 돌연 '입찰무효' 통보

하지만 충남백제문화사업소는 계약을 미루다 지난 9일 갑자기 입찰무효를 통지했다. 충남백제문화사업소 측은 "연극공연은 수익사업으로 입찰 참가자격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사업자등록증을 발급 받거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기관 등이 설립한 비영리법인이어야 한다"며 "확인 결과 웅진문화회의 경우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지 않았고 비영리예술단체여서 입찰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입찰 공고문에도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규정에 의한 자격요건을 갖춘 사업자'로 참가자격을 명시했다"며 "행정자치부 유권해석 등을 통해 뒤늦게 결격사유가 드러나 규정에 따라 입찰무효를 통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웅진문화회 측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웅진문화회 관계자는 "상설 문화공연을 사업자등록증을 발급 받아야만 하는 수익사업으로 규정, 비영리 예술단체의 참여를 배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자등록증 발급이 꼭 필요했다하더라도 1차 서류심사를 통해 미흡한 점을 보강하도록 했어야 한다"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놓고 뒤늦게 입찰 무효를 통지한 것은 충남도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상설공연 준비하라더니 뒤에서 '입찰자격 여부 재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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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1일부터 11월 8일까지 백제의 설화나 전설을 내용으로 한 상설공연이 열릴 예정인 백제문화단지(충남 부여군). 하지만 상설공연 시업자 선정논란으로 일정에 차질이 예상된다. ⓒ 김종술


웅진문화회 서경호 회장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충남백제문화사업소 측의 요청에 따라 이달 말부터 상설 공연이 진행될 수 있도록 배우들과의 계약, 연습실 확보 등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며 "입찰 자격 적격 여부를 재검토해 온 사실을 숨기고 상설 공연을 준비하도록 해 손해를 입힌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배우 7명, 사무실 5명, 지원팀 2명까지 구두 계약을 마치고 대본연습을 해왔다"며 "앞날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법원에 '우선협상대상자지위보존과 계약체결 및 계약이행금지가처분'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충남백제문화사업소 관계자는 때늦게 입찰자격 적격 여부를 재검토한 배경에 대해 "입찰용역에 참가했던 다른 업체의 문제제기에 따른 것"이라면서도 "문제를 제기한 시점이 언제인지는 밝힐 수 없다"며 함구하고 있다. 사업소 측은 또 지난 10일 웅진문화회를 방문, 입찰포기각서를 요구하기도 했다.

충남백제문화사업소 "입찰 자격 재검토 시점 밝힐 수 없어"

웅진문화회의 법률 소송대리인인 해당 변호사는 "사업소 측이 서류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 사업자로 선정해놓고 계약을 앞두고 무효를 통보한 것이 적법한 행정인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설령 사업자등록증 발급이 필요하다하더라도 서류를 보완하도록 하면 되는 가벼운 사안으로 보인다"며 "세무서에서 당장 등록, 발급이 가능한 사업자등록증 교부를 요청하지 않다 뒤늦게 입찰무효를 통보한 데 대해 사업소 측의 귀책사유는 없는지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충남백제문화사업소가 오는 31일부터 백제문화단지내에서 갖기로 한 상설공연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충남백제문화단지 #백제문화단지관리사업소 #충남도 #비영리단체 #문화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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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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