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 버스, 시흥과 안산 현장을 다녀오다

성공적인 시험 운행이었지만, 해결할 점도 많아

등록 2015.02.11 12:10수정 2015.02.1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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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우성아파트 정류소에 도착한 3200번 2층 버스 전광판의 데이터가 잘못 입력되어 깨진 것이 눈에 띈다. ⓒ 박장식


경기도 시흥과 안산에서의 2층 버스 운행이 성공적 평가를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자잘한 문제점이 있긴 하지만, 관광 중심의 노선과 출·퇴근노선 등 꾸준한 수요를 기대할 수 있는 세 노선이 각각 운행되어 운행 사원의 적절한 운행 방침 확립, 시민들의 질서유지를 통해 성공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흥과 안산의 2층 버스 현장을 지난 2일부터 8일 7일간 다녀왔다.

시내버스 노선, 굴곡과 1차선 도로도 굽이굽이...

30-2번 노선의 시범 운행은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이뤄졌다. 30-2번은 경기도 시흥 오이도에서 출발하여 시화 공단을 거쳐 정왕동의 아파트 단지와 오이도역을 ㄷ자로 돌아나간 후 안산역, 안산 시청, 스타프라자 등 안산의 도심을 관통한 후 반대 쪽 주거 단지인 월피동, 부곡동을 거쳐 안산동에서 회차하는 노선이다.

수요가 굉장히 많아 5~6분에 한 대씩 다니는 버스인데, 이 노선에서 2층 버스가 운행되면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늦게 출발한 버스가 먼저 출발한 버스를 추월하면 기사에게 패널티가 주어지는 것이 업체의 방침으로 돼 있어, 2층 버스를 추월하지 못한 일반 버스가 뒤에 2~3대씩 늘어서는 문제가 첫 날 발생한 것.

이 문제는 당일과 다음 날 기사들에게 통보해 해당 버스는 추월해도 패널티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설명을 통해 임시로 해결했지만, 일반 버스에 비해 차량이 무거워 가·감속 시간이 오래 걸리는 2층 버스가 일반 단층버스와 같은 노선, 같은 구간에서 운행할 때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2층 버스를 투입할 때는 시간표를 더욱 치밀하고, 정교하게 짜야만 추월로 인한 문제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노선이 특이한 것은 지금까지 2층 버스를 운행하던 중 처음으로 안전 요원이 배제된 운행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2층 버스가 운행했을 땐 경기도 공무원, 업체 관계자 등이 탑승해 승객들을 통제했지만, 이번 운행에서는 업체 관계자 한 명이 추가로 탑승했으나 승객들을 통제하지 않고 2층 앞좌석에서 승객처럼 승차했다. 이번 30-2번 운행에서는 기사 한 명만으로 2층 버스의 관리가 가능했기 때문에, 2층 버스로 인해 추가의 인건비가 생긴다는 우려는 접을 수 있게 됐다.

직행 좌석버스의 2층 버스, 교통망 부실한 시흥에서 큰 힘 될까


3200번 노선은 시흥시의 유일한 직행 좌석 버스로 지난해 7월 시행된 고속도로 경유 버스 입석 금지 정책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은행지구, 능곡동 일대를 경유하는 버스다. 강남까지 가장 빠른 길로 갈 수 있는 버스이자, 철도 교통망이 마련되지 않아 큰 불편을 겪었던 시흥 택지지구에서는 그야말로 단비나 다름 없는 버스다.

배차 간격이 긴 데 반해 수요는 많은 노선임에도 증차 허가를 받기 까다로운 노선에서는 2층 버스의 도입이 수요를 잠재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시흥 3200번은 실제로 저녁 퇴근 시간대에 강남역 정류소를 꽉 채운 3200번 승객을 모두 태우고 발차해 2층 버스의 이점을 실감하게 했다.

특히 2층 버스 모델 중 트렁크 공간을 배제한 뒤 8개의 좌석을 추가해 무려 87명의 승객을 수송할 수 있는 모델이 79인승 모델과 같은 가격에 시판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2층 버스가 중문이 배치된 39인승 단층 버스에 비해 2.2배의 승객이 승차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3200번의 승객을 대상으로 2층 버스 도입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다수의 시민이 2층 버스의 도입을 찬성하는 등 2층 버스가 시흥시 교통의 큰 보탬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큼을 시사했다.  다만 2층 버스의 발목을 잡는 것은, 2층 버스가 출·퇴근을 제외한 시간대에 연료 소비량은 큰 데 반해 적은 승객을 태우고 달린다는 점이다. 이는 운영사의 경영 수익 악화와 더불어 배차 간격 연장, 서비스 축소로 이어질 수 있는 큰 문제이기 때문에 운영사의 적절한 운행 계획 설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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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방조제를 통과하는 2층 버스 시민이 카메라를 들고 신기한 듯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박장식


관광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2층 버스

대부도 북동 삼거리와 안산 중앙역을 연계하는 임시 노선인 300번이 시범 운행 기간 동안 개통해 많은 승객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운행 마지막 날에는 입소문으로 아침 시간대에 상당히 많은 수의 승객이 몰려 입석이 생길 정도였다.

대표적인 관광지구인 대부도와 시화 티라이트 휴게소, 오이도 등 명소를 통과하는 버스이기 때문에 추후 개통시에는 시화, 정왕동과 안산의 도심인 중앙동을 잇는 수요를 비롯해 주말이나 휴가철의 여행 수요를 잡을 수 있다. 특히 대부도의 지역 유지들은 2층 버스의 시범 운행을 축하하는 현수막을 중앙역과 방아머리 선착장에 부착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300번 버스는 대대적 홍보가 없었음에도 많은 사람이 탑승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안산 시내에서는 2층 버스를 발견한 시민들이 어디를 가는 버스인지 물어보거나 사진을 찍는 등, 안산시의 새로운 랜드마크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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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난 아이들 2층 버스 앞에서 신나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 박장식


다만 해풍으로 다른 버스에 비해 가격이 비싼 2층버스가 쉽게 부식될 가능성이 있으며, 강풍으로 인해 문이 덜컹거리는 등의 운행의 불안정성이 문제가 됐다. 시화방조제의 특성상 이는 버스의 옵션 강화 등을 통해 운영사가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층 버스가 관광용 노선이자 통근용 노선으로 중복 이용될 수 있는 사례는 독일의 베를린에 있다. 시내 순환버스인 100번과 200번 버스인데, 이들 버스는 시내를 순환하면서 시내에서 시내로 이동하는 출·퇴근객의 수요를 흡수함과 동시에 주요 명소를 통과하면서 여행객들이 스스럼없이 탑승해 베를린의 명소를 돌아보는데, 이는 100번 여행 코스 등으로 여행 잡지에 주로 소개되는 명소 관람 코스다.

300번 역시 베를린의 100번, 200번 버스처럼 2층 버스로 운행함으로서 관광 수요를 충족함과 동시에 통근 수요 역시 충족할 수 있는 버스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특히 타 운수 업체와의 협상이 원활하게 이뤄져 대부도에서 끝나는 노선이 아닌, 영흥도, 제부도 등으로 연장된다면, 섬 지역을 여행하는 시내 버스로 많은 여행객의 발길을 끄는 버스가 될 수 있다.

법의 현실화로 더 나은 교통수단 도입되어야

홍콩, 런던 등의 대도시에서는 2층 버스를 입석형 시내버스, 또는 중거리의 급행버스로 운행하고 있다. 국내의 여러 곳에서 운행 중인 2층 버스는 대부분이 2층 버스가 아닌 2층 코치(coach)인데, 이는 영미권에서 장거리 버스로 주로 활용되는 형태다. 따라서 이들 버스는 높은 차고 대신 낮은 차고를 갖고, 수시로 승객이 타고 내리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만들어져 입석에 불리하다.

다만 국내법 상 4m가 넘는 운수용 차량을 들일 수 없게 돼있다. 이는 2층 버스의 도입을 불리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4m의 제한 규정에 충족된다고 해도 2층에 30석 이상의 좌석이 있는 경우 계단을 두 개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광역버스의 특성상 승·하차객의 수는 입석버스에 비해 많지 않지만, 승차객이 주거 지역에서 누적됐다가 도심지에서 천천히 줄어드는 구조이기 때문에 좌석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계단이 두 개로 설치된다면, 12개의 좌석이 계단으로 대체돼 운영사의 수익이 감소하고, 승객들이 문 앞에 몰려 병목 현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 승·하차 시간이 오히려 더욱 길어지는 문제가 벌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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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라이트 휴게소로 들어서는 2층 버스 시화방조제 위의 섬에 조성된 휴게소이다. ⓒ 박장식


또한 입석 버스에서도 2층 버스의 운행을 고려한다면 차고가 낮은 버스는 승객의 이동 불편을 초래하게 된다. 특히 2층의 높이가 낮아 승객들의 빠른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는데, 2층의 높이가 4m 규정에 맞추려면 약 10cm의 공간을 축소해야 하며, 이는 승객들이 더욱 허리를 낮게 굽히고 이동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 승·하차시간을 더욱 늘리는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경원여객의 한 관계자는 "2층 버스가 상당히 많은 지역에서 범용성있게 투입된다는 것은 증명됐다. 다만 이 버스가 법의 규제에 따라 더 불편한 버스로 바뀌면 승객들이 기피할 것이고, 이것이 운행 수입의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걱정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내의 교통 표지 높이는 4.5m 이상 지점에 설치하도록 규정되어 있고, 입체로 교차하는 다른 육상 교통시설은 4.0m 이상의 지점에 설치하도록 규정돼있다. 물론 후자의 경우 이들 위치보다 높은 지점에 2층 버스가 운행하도록 노선을 다시 짜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지만, 국내에서도 도로 개량 사업 등을 통해 이들 시설도 4.5m 이상으로 들어 올리는 추세다. 당장은 2층 버스의 운행이 불편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며 2층 버스가 운행하기 충분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시민을 대상으로 한 2층 버스의 모든 운행은 끝났다. 2층 버스가 우리에게 남긴 이야기는 '편리하다, 좋다'만이 아니다. 우리가 미처 알아채지 못한 제도의 문제와 일부 세세한 문제가 제기 될 수 있다. 더 나은 정책 확립과 문제의 해소 방안을 마련하면 2층 버스가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방향을 잡는 길라잡이가 될 수 있다. 2층 버스가 올바른 방향으로 도입되길 바란다.
#2층 버스 #안산시 #시흥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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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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