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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33년, 이제 '명예의 전당' 만들자

[프로야구] 은퇴 선수에겐 영예, 야구팬들에겐 흥미, 현역들에겐 자극

14.12.27 17:06최종업데이트14.12.2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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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는 시범경기를 합친다 해도 최대 8개월 동안 시즌을 치른다. 1년 중 1/3에 해당하는 4개월,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동절기는 야구가 없는 시즌이다. 하지만 야구팬들은 1년 365일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FA시장에서의 선수 이적과 감독 및 코칭 스태프의 변화, 선수들의 연봉 계약까지 야구팬들에게는 흥미로운 소식이다. 심지어 비활동기간 훈련을 둘러싼 구단과 프로야구 선수협회의 갈등조차 스토브리그에서만 접할 수 있는 흥미로운 주제였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와 비교해 한국 프로야구의 스토브리그는 뭔가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은퇴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이자 팬들에겐 추억을 곱씹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명예의 전당'이 없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랜디 존슨 등 입성 유력

메이저리그는 내년 1월 8일(현지시각) 미국 야구기자협회의 투표로 선정되는 2015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입회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75%이상 득표자 헌액). 이번에는 1947년 이후 68년 만에 4명의 선수가 동시에 입회할 가능성이 높아 야구팬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일단 명예의 전당 입회를 예약한 선수는 역대 최고 좌완으로 꼽히는 '빅유닛' 랜디 존슨이다. 빅리그 통산 5번의 사이영상과 10번의 올스타, 303승 4875탈삼진을 기록한 존슨은 명예의 전당 입성이 사실상 확정된 상황이다. 존슨은 헌액 여부보다 작년 그렉 매덕스가 기록한 97.2%의 득표율을 넘을 수 있을 지가 관심사다.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즈도 명예의 전당 입성이 유력하다. 사이영상 3회, 올스타 8회 출전에 빛나는 마르티네즈는 승수(219승)만 놓고 보면 명예의 전당을 노리기에 다소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1997년부터 2003년까지 7년 동안 평균자책점왕 5회, 탈삼진왕 3회를 차지했을 만큼 단기간에 보여준 존재감은 그 누구보다 압도적이었다. 특히 마르티네즈의 전성기가 메이저리그에서 금지약물이 가장 기승을 부리던 시기였음을 고려하면 마르티네즈의 가치는 더욱 올라간다.

'허슬플레이'의 대명사 크레이그 비지오는 작년 74.8%라는 득표율로 아쉽게 명예의 전당 입성에 실패했다. 하지만 통산 3060안타와 668개의 2루타, 414도루를 기록한 선수이기에 비지오의 3수는 성공 가능성이 높다.

현역 시절 다승왕(1996년,2006년)과 세이브왕(2002년)을 동시에 차지했던 '슬라이더의 마술사' 존 스몰츠도 이번에 처음으로 명예의 전당 피선거권을 얻었다. 존슨과 마르티네스, 비지오, 스몰츠 모두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최고의 선수들이다.

명예의 전당, 선수들 기량 향상에 도움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은 1936년 처음 탄생해 올해까지 78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출범 33년이 지난 한국 프로야구엔 아직 명예의 전당이 없다. 이제 한국야구도 어느 정도 역사가 깊어진 만큼 명예의 전당 출범을 고민해 볼 시기다.

영구결번은 특정팀의 레전드를 기리기 위한 것이지만 명예의 전당은 프로야구 전체를 빛낸 선수를 빛내기 위한 것이다. 무엇보다 현역 선수들이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더 노력한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동기부여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초기에는 헌액자 선발에 혼란이 올 수 있다. '누구는 들어갔는데 누구는 탈락인가'라는 논쟁도 생길 것이다. 하지만 초기의 시행착오는 해를 거듭할수록 누구나 납득할 만한 '암묵적인 기준'이 생기면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다.

명예의 전당은 선수들의 인격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실제로 메이저리그는 현역시절 약물스캔들에 연루됐던 배리 본즈, 마크 맥과이어, 로저 클레멘스, 새미 소사 등이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매년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있다.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안타의 주인공 피트 로즈(4256안타) 역시 감독 시절 승부조작 의혹에 시달리면서 아예 메이저리그에서 영구 제명됐다. 한국에도 명예의 전당이 생긴다면 선수들이 '검은 유혹' 앞에서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국민스포츠'로 자리를 잡아가는 프로야구에서 공식적으로 전설들을 예우하는 문화가 생긴다면 야구팬들에게 커다란 선물이 될 것이다. 선수들의 훈련 여부를 놓고 비생산적인 대립각을 세울 시간에 한국야구위원와 구단, 선수협회가 프로야구 명예의 전당에 대해 머리를 맞대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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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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