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 루팡? 도식 때문에 밥 굶는 학생들

도식은 절도라는 죄의식 가져야... "어차피 남을 음식 먹는 게 좋을 듯 해"

등록 2014.12.05 18:08수정 2014.12.0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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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교의 급식소에선 가끔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흔히들 '도식'이라고들 하는데 맛있는 급식이 나올 때면 어김없이 일어나는 급식 절도 사건을 말한다. 급식을 신청하지 않은 학생들이 몰래 식사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상습적인 절도 아닌 절도로 인해 많은 학생이 손해를 입기도 한다. 정작 급식을 먹어야 할 학생들은 식사하지 못한 채 돌아서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점심의 경우엔 대부분 학생이 급식을 신청해 먹고 있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저녁의 경우엔 학교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신청하지 않는 학생들도 많아 전체 학생의 절반 정도밖에 신청하지 않는 학교들도 있다.

당연히 급식소에선 신청 학생 수에 맞게 급식을 준비해 제공한다. 결국, 급식 신청을 하지 않은 학생들의 도식으로 인해 준비한 밥과 반찬이 모자라게 되면서 급식판만 들고 밥을 먹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영문을 모르는 건 급식 아주머니들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에도 급식 신청을 하지 않은 학생들이 자신들의 도식에 대해 그것이 큰 잘못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전혀 미안한 기색도 없이 뻔뻔하게 밥을 먹고 있는 모습에 그 어떤 작은 죄의식을 찾을 수 없다. 아마도 도식에 대해선 절도라는 인식보다는 친구들 밥을 같이 나눠 먹는다는 인식을 하고 그래도 된다는 식의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도식?

어떻게 도식이 이루어질까? 어찌 보면 많은 학생이 한꺼번에 식사를 하다 보니 마음먹고 도식을 하려 들으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급식소 들어갈 때의 앞문과 나갈 때의 뒷문을 이용해 교묘하게 식판을 받아서 배식을 받는 친구들, 급식소의 소란을 틈타 도식을 하는 친구들도 있다. 또 저녁을 신청했으나 배가 아파 먹지 못하는 친구, 조퇴하거나 결석한 친구의 이름을 허락받지 않고 빌려 승인을 을 받는 학생들도 있다. 더구나 신청하지 않은 학생들뿐만이 아니라 신청자 중에서도 메뉴에 따라 식판을 두 번 받아 주요리만 먹고 버리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러한 도식을 우려해 학교마다 기기를 설치해 급식을 신청한 사람들만 먹을 수 있도록 확인하는 시스템을 실시하고는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무용지물이 되어가고 있다. 기기의 오작동과 더불어 시스템의 오류로 인해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기기가 있지만, 검사를 하지 않는 날을 노려 도식하는 학생들도 있다. 학교에서는 이러한 도식에 대해 큰 벌점을 주어 학생에게 처벌을 가하거나 또 도식 예방을 위해 선생님이 직접 감시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계나 처벌, 감시로 도식을 완전하게 막을 수 있어 보이진 않는다.

과연 도식에 관해 학생들과 급식소 아주머님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도식하는 학생에게 묻다]

# 왜 도식을 하나요? >> 어차피 남으면 남길 거 음식신청 안 해도 배고픈 애들이 먹는 게 좋을 거 같아서 그냥….
#그렇다면 어떤 경로를 통해서 먹나요? >> 집에 가는 애들 이름 대고 가는데.
#도식하는 친구들이 몰래 먹는 방법을 아나요? >> 뒷문으로 가서 합류해서 먹는 친구들을 본 적이 있어요.

[급식소 아주머니에게 묻다]

#급식을 신청 안 하고 먹는 친구들이 많나요? >> 아니야. 지금 봐 (출석 체크하는 애들을 가리키며). 없잖아. 거의 없잖아.
#급식은 신청을 안 하고 먹는 친구들은 어떤 방식을 사용하나요? >> (어이없는 말투로) 그냥 당당하게 와서 먹어. 그리고 "신청했어요."라 말하고 확인해서 보면 신청을 안 한경우가 많아. 그리고 다른 친구이름을 대고 먹는 친구들 많아.
#기계로 출석 체크하는 것 말고 다른 확인방법이 있나요? >> 딱히 없어.

저녁비를 자신의 용돈으로?

도식 때문에 돈을 내고 급식을 신청한 학생들이 밥을 먹지 못하고 피해를 본다면 이것은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것은 몇몇 학생들의 알면서도 넘길 수 있는 장난 같은 일이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도식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고 아무렇지 않게 죄의식 없이 습관적으로 도식을 일삼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사실 가정형편이 어려워 급식비가 부담되어 어쩔 수 없이 저녁 신청을 하지 않는 학생들도 있을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도식이 정당화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도식을 하는 학생들의 대부분은 이런 경우가 아니다. 일부의 경우지만 집에서는 급식비를 받고 저녁은 신청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급식비를 스스로 자신의 용돈으로 전용해 쓰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도식에 대한 학생들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저녁 루팡. 이대로 내버려둬야 하는 것이 맞는 걸까? 다른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이 맞는 걸까? 학교나 급식소에선 도식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생각보다 많은 학생에 의해 빈번히 일어난다고 인식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어 보인다. 기본적으로 도식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쉽게 도식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두고 학생들만을 탓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아무리 기기를 체크하고 감시를 한다손 치더라도 학교 급식의 특성상 일시에 많은 학생이 몰리고 수시로 연출되는 혼란한 상황 때문에 도식을 완전히 차단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도식을 하는 학생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도식은 명백한 절도다. 엄연한 범죄다.

'어차피 남을 거'라는 생각은 접어두고 '다른 친구들이 나 때문에 밥을 못 먹으면 어쩌지….' 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자신들의 때문에 누군가가 피해를 보는 것에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도식은 절도라는 죄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학생들의 의식이 바뀌는 것이 가장 급선무다. 또한, 학교에서도 도식에 대한 처벌규정을 강화해 학생들이 도식을 쉽게 행동에 옮기지 못하게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노력도 함께해야 한다.

학교에서 식사시간만큼 즐거운 시간이 또 어디 있을까? 급식루팡? 도식은 우리 학생들에게 부끄러운 급식문화다. 기계나 감시, 벌점이 아니라 우리들의 양심으로 학교에서 사라지게 하여야 한다. 

[취재/김보영(경상대학교사대부설고등학교 2)기자]
덧붙이는 글 경남 진주 청소년신문 필통의 기사입니다.
#필통 #급식 #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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