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용의자 죽인 백인 경찰... 또 불기소 처분

미국 대배심 결정에 '흑백 갈등' 고조... 퍼거슨 사태 다시 번지나

등록 2014.12.04 14:06수정 2014.12.04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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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용의자를 목 졸라 숨지게 한 백인 경관의 불기소 처분에 대한 미국 뉴욕의 항의 시위를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미국에서 담배 밀매를 하던 흑인 용의자를 목 졸라 숨지게 한 백인 경찰관이 불기소 처분됐다. 퍼거슨 사태로 불붙은 인종 갈등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백인 경관 대니얼 판탈레오는 지난 7월 뉴욕시 스태튼아일랜드 길거리에서 불법으로 낱개 담배를 팔던 흑인 에릭 가너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목을 조르다가 사망에 이르게 했다.

그러나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한국시각으로 4일, 스태튼아일랜드 대배심(일반 시민이 재판에 참여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배심제)은 지난 3개월간 조사를 거쳐 표결을 실시해 판탈레오 경관을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당시 사건 현장을 담은 동영상을 보면 단속에 걸린 가너가 경찰관들과 대치하자 한 경찰이 뒤에서 두 팔로 목을 조르며 제압했고, 다른 경찰이 합세하면서 가너를 바닥에 넘어뜨려 체포했다.

가너는 "숨을 쉴 수 없다"고 고통을 호소했지만 경찰관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목을 졸랐고, 바닥에 쓰러진 채로 의식을 잃은 가너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가너는 천식 환자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뉴욕 경찰은 이 같은 목조르기를 금지하고 있으며, 부검 결과 목을 조른 것이 가너의 사망 원인으로 드러나며 판탈레오 경관이 과잉 대응한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졌다.

하지만 판탈레오 경관의 변호인은 그가 가너를 죽게 할 의도가 없었고 정당한 공권력 집행이었다며 맞섰다. 결국 대배심이 판탈레오 경관의 손을 들어주면서 검찰에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


판탈레오 경관은 이날 개인 성명을 내고 "절대로 누군가를 해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며 "가너와 유족을 위해 기도하고 있으며, 그들이 나의 애도를 받아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오바마, "대배심 결정 문제 있다" 지적 

이번 불기소 처분은 지난 '퍼거슨 사태와 맞물리면서' 흑인사회의 불만을 더욱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불과 열흘 전,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 역시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비무장 흑인 청년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백인 경관을 불기소 처분했다.

퍼거슨에서는 이에 항의하는 일부 흑인들이 상점을 약탈하고 불을 지르는 등 소요 사태가 벌어졌다. 미국 전역으로 번졌던 항의 시위가 이제야 가라앉는 듯 했으나, 또다시 촉발될 우려가 높아졌다.

이날 대배심의 결정이 알려지자 예상대로 수백 명의 시민들이 뉴욕 맨해튼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시위대는 록펠러 센터 인근에서 열린 크리스마트 트리 점등 행사로 몰려가 항의를 이어갔다. 그러나 경찰과의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앞서 퍼거슨 사태에서는 "대배심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었다. 이번에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듯 "대배심의 결정이 사법 당국과 시민 사이의 신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에릭 홀더 미국 법무장관도 이번 사건에 대해 연방 정부 차원의 수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가너의 유족들은 "대배심의 불기소 결정에 깊이 실망했다"며 시민들에게 비폭력 시위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흑인 시위 #대배심 #버락 오바마 #퍼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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