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2학년 6반 교실에 24시간 불켜진 까닭은?

[리멤버 0416 ④-2] 4월 16일 그대로 보존된 교실... "당신이 왜 떠났는지 몰라요"

등록 2014.10.17 08:54수정 2014.10.1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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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6개월째 '4월16일'에 멈춰있습니다.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유가족들은 이제 거리에서 추운 겨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세월호 참사 발생 6개월을 맞아, 유가족과 실종자가족, 생존자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자세히 기록했습니다. 잊지 않기 위해서...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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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지 않은 생생한 국화가 책상마다 놓여 있는 2학년 4반 교실. 학부모님들이 매번 찾아와 꽃을 두고 청소도 하고 갑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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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에 비친 빈교실 거울에는 빈 교실이 보입니다. 6개월 전에는 수학여행을 출발하기 전 한껏 멋을 부리고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 봤을 거울, 이제는 국화 꽃이 놓인 책상들만이 보입니다. ⓒ 이희훈


텅 빈 교실에 가을 햇살이 쏟아진다. 한낮이지만 형광등에 환하게 불이 들어와 있다. 아무도 없지만 24시간 내내 불을 켜놓는다. 교실은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다. 매일 희생자 부모들이 교실 바닥과 책상을 닦는다. 부모들은 책상에 놓인 국화가 시들기 전 새 꽃을 들고 아이들의 빈자리를 찾는다.

칠판에는 무사 귀환을 염원하는 글들이 촘촘히 적혀 있다. 흰색, 노란색, 빨간색 등 색깔 분필로 '너무너무 보고 싶어요', '살아서! 조심히! 돌아와!' 등의 글씨가 하트 모양의 테두리 안에 쓰여 있다. 교실 벽에도 '지각이야 빨리와', '가족들이 보고 싶어합니다, 돌아올 거라고 믿고 있어요' 등의 글귀가 적힌 메모지가 붙어 있다.

여느 학교와 같은 단원고의 풍경

세월호 침몰사고 6개월을 하루 앞둔 15일 오후, 경기도 안산 단원구 고잔동에 위치한 단원고등학교를 찾았다. 학교 정문 앞에는 '당신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단원인, 끝까지 함께 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학교 앞에 주차된 승용차에도 세월호 사고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 스티커가 붙어 있다.

학교 정문을 지나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면 운동장이 보인다. 운동장에서 남학생들이 공을 차고 있었다. 귀가하는 한 여학생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한다. 그러고는 쑥스러운지 깔깔거리며 사라진다.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언뜻 보면 여느 학교와 다르지 않은 풍경이다.

학교 본관 건물로 들어섰다. 세월호에 탔던 2학년 학생들의 교실은 학교 2~3층에 있다. 1반부터 6반은 3층, 7반부터 10반은 2층에 위치한다. 2학년 교실은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 취재진도 세월호 가족대책위의 허가를 받아야만 촬영이 가능하다. 세월호 사고 6개월을 맞아 취재진 촬영 요청도 잦아졌단다.

계단에서 가까운 2학년 6반 교실. 6반 희생자 권순범군의 책상에는 장미가 놓여 있다. 평소 좋아하던 초코바와 초코파이도 보인다. 납작하고 둥근 양초는 타다 만 채 놓여 있다. 책상 오른쪽 귀퉁이에는 '잊지 않을게'라고 쓰여 있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흰 바탕에 노란 리본이 그려진 스티커다. 그 밑으로 단원고를 다닌 기간을 뜻하는 '2013.3.2.~2014.4.16.'라는 숫자와 함께 '권순범'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 희생자의 모든 책상에는 같은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4월 16일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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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째 멈춰 버린 수학여행 불이 켜진 한 교실에는 6개월 전의 단원고 일정이 적힌 달력이 그대로 걸려있습니다. 15일부터 18일까지 '수학여행(2년)'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10명의 학생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수학여행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 이희훈


교실 안의 시간은 4월 16일 이후로 흐르지 않은 듯 보인다. 벽에 걸린 학교 달력과 책상에 놓인 식단표는 지난 4월에서 멈췄다. 달력에는 15일부터 18일까지 '수학여행(2년)'이 표시돼 있다. 15일에 출발해 돌아오지 못한 학생이 250명(사망·실종)이다. 생존 학생 75명은 현재 네 개의 반으로 나뉘었다. 기존 교실이 아니라 학교 측이 마련해 준 새로운 교실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희생자들의 책상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놓여 있다. 아직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2반 허다윤양의 책상에는 빨간 장미가 세 송이 놓여 있었다. 그 옆의 노란 메모지에는 '다윤아, 빨리 안산으로 돌아와라', '다윤아, 허다윤 사랑한다, 엄마아빠가 많이 기다리고 있어 언능와'라는 글자가 쓰여 있다.

같은 반 희생자 김소정양의 책상에는 교복 재킷이 의자에 걸려 있다. 책상 오른쪽 고리에는 줄넘기가 걸려 있고 책상 위에는 체육복이 가지런히 개어져 있었다. 언제라도 돌아와 운동장에서 뛰어 놀 수 있게 준비된 듯한 모습이다.

세월호 가족대책위 관계자는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겠지만, 매일 부모들이 청소해 2학년 교실을 지금 그대로 보존할 것"이라며 "학교 측에서도 교실을 보존하는 데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신이 왜 떠나갔는지 몰라요"

3층 복도 끝, 2학년 1반 교실 앞에서 팝송이 흘러나오고 있다. 세계적인 R&B가수인 존 레전드가 부른 'Someday'라는 곡이 반복 재생된다. 소리의 근원지는 1반 복도에 세워진 청소도구함 위다. 가사가 적혀 있는 하얀 종이 좌우 양쪽으로 스피커가 설치돼 있다. 종이 아래 부분에는 '돌아올 거라 믿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한 단원고 1기 졸업생의 이름이 적혀 있다.

복도 끝 유리창 너머로 오후의 석양이 들어온다. 시간이 점점 흐르자 'Someday'의 가사가 적힌 종이가 붉게 물든다. 이 노래의 가사는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As days go by and fade to night, I still question why you left"
(낮이 저물고 희미한 밤이 될 때까지, 난 아직도 왜 당신이 떠나갔는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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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3층, 2학년 1반 교실 쪽 복도 끝에서 영화 <어거스트 러쉬>의 OST 가 흘러 나왔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 갈 때 쯤이었습니다. 후배들이 돌아오길 바라며 적어 놓은 1기 졸업생의 선물이었습니다. ⓒ 이희훈


#세월호 침몰 사고 #단원고 #교실 #SOME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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