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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하정우가 잊지 않길 바라는 것

[주장] 표 갤러리 전시 이후 호평 일색...박탈감 느끼는 작가들도 있다

14.08.24 10:28최종업데이트14.08.24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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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하정우의 그림 ⓒ 하정우


영화 <군도>에서 하정우는 강동원의 카리스마에 밀렸지만, 대중은 여전히 하정우를 카리스마 있는 배우이자 영화감독이라 인식하고 있다. 또한 까르띠에 메종, 표 갤러리 등에서 가진 전시 등으로 인해 그는 차츰 '작품성 있는 그림도 그리는, 수준급 화가'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배우이자 감독인 하정우가 '화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아직은 동조할 수 없다. 또한 그의 그림을 아직까지는 '작품'이라 칭하고 싶지 않다. 아무나 작가라 불릴 수 없으며, 아무 그림이나 작품이라 불릴 수 없다 생각하는 까닭이다.

주로 아트페어와 연예인들과의 단체전에서 그림을 선보여 온 그가 국내 대형 메이저 갤러리 중 하나인 표 갤러리에서 초대 개인전을 가졌을 때, 평단과 대중은 그를 '배우이면서 취미로 그림 그리는 사람'이 아닌 '화가'로 인정한 듯한 의견을 내비쳤다.

이후 그에 대한 평가는 칭찬 일색으로 변했다. 한 매체는 "하정우가 처음 전시한다고 했을 때, 그저 한 배우의 '화가 놀이'라 했다"며 "현대 미술의 거장 김흥수 화백의 극찬도 처음에는 묻힌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고 전했다.

"장 미셸 바스키아, 장 뒤뷔페 등의 영향을 받았다기보다 그저 따라 그린 정도"라고 하던 사람들도 "그의 작품에서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내공이 있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메이저 갤러리인 표 갤러리에서 선택할 만하다"고 입장을 바꿨다.

하정우 그림에 대한 평가, 인지도도 무시 못해

우스운 것은, 그의 전시를 그저 배우의 '화가 놀이' 정도로 치부하던 일부 사람들이 표 갤러리에서의 개인전 이후로 "하정우의 그림에는 '진심과 진정성'이 있다"고 하거나 "그의 작품에서 보이는 시각적 코드가 다양한 국가와 인종의 감성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은 거다. "하정우는 앞으로 세계무대에서 화가로서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대주"라는 과찬도 빼놓지 않는다.

그의 그림은 표 갤러리에 걸리기 이전이나 이후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데도 말이다. 표 갤러리에서 그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차치하고라도, 그의 작업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생각한다. 필자의 눈에 그의 그림은 여전히 바스키아 오마주, 본인을 닮은 삐에로 그리기로 보인다.

▲ 안수진 작가 작품 배우 하정우의 그림과 유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 안수진


실제로 그의 그림과 비슷한 화풍으로 작업을 하는 작가들은 많다. 안수진 작가의 작품만 보더라도, 구상적인 측면에서 하정우의 그림과 닮아 있지만 더욱 정체성이 뚜렷하며 '본인의 그림'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안수진 작가가 하정우와 비교했을 때 뒤지는 부분이라면 딱 하나, 하정우 만큼의 대중적 인지도가 없다는 것이 아닐까.

두터운 팬층과 대중적 인지도, 그리고 최근에는 미술 애호가들의 선택을 받고 있는 하정우의 작가 활동에 이제는 작가들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분위기이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작가들이 적지 않음에도 일부에서는 '하정우와 같은 연예인이 한국 작가들 활동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그를 환영하고 있다. 진심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하정우는 지난 2011년 출간한 본인의 자서전인 <하정우, 느낌 있다>를 통해 "배우가 쌀로 밥을 짓는 일이라면 화가는 그 찌꺼기로 술을 담그는 일 같다고 설명하면 어떨까"라고 언급하며 "연기로는 해소되지 않는 무언가. 그것을 끄집어내어 그림을 그린다. 그러면 술과 같은 그림이 만들어진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배우 하정우에게는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연기로 해소되지 않는 잔여 예술혼을 불태우는 일련의 잉여 작업일 수 있지만, 본인 작품과 함께 살아가는 작가들에게는 그림 그리는 것이 그 사람들의 전부이다.

표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해서 세계무대에서의 활동이 기대될 만큼의 한국 화가로 갑자기 성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표 갤러리'라는 일종의 크리덴셜(credential)이 더 하나 붙었을 뿐이다.

엄밀히 얘기하자면, 하정우보다 더욱 집요하게 작업하고 더욱 작품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작가들이 많지만, 인지도에 밀려 그러한 기회를 못 얻고 있는 것일 뿐이다. 작품 거래가 또한 하정우 그림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배우 하정우는 이러한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림을 그릴 때, 그리고 전시할 때 더욱 책임감을 갖고 작업했으면 한다. 본인이 얻은 자리가, 누군가에게는 평생 한 번 오기 힘들 기회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꿈의 자리일 테니.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에 게재했던 글입니다. blog.daum.net/faithmyth
하정우 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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