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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앞에서 '멘붕' 온 기자, 그게 나였다

[창간 3주년 기획] 7개월 간의 연예부 인턴기자 생활, 코앞에서 엑소도 보고 '꿈'도 봤다

14.08.25 07:08최종업데이트14.08.25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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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과 노는 엑소, '시간가는 줄 몰라요' 엑소케이의 디오, 카이, 수호, 찬열, 세훈, 백현과 엑소엠의 타오, 레이가 27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 아동복지시설 '이든아이빌'에서 화장실과 식당을 청소하는 봉사활동과 함께 어린이들과 공기놀이 및 축구 등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레이, 찬열, 디오, 수호, 백현(왼쪽부터 시계방향)이 어린이들과 가위바위보 놀이 및 공기놀이 등을 하고 있다. ⓒ 이정민


7개월 전, 첫 출근을 하기 전날의 떨림이 아직도 기억난다. 긴장하며 출근해 선배들에게 신나게 나의 '빠순이 시절'을 털어놨었다. 그렇게 나의 재미있고도 아슬아슬한 연예부 인턴기자 생활이 시작됐다.

코앞에서 대세 엑소를?...연예인 만나는 게 일상이었다

친구들은 부러워했다. 연예인을 보는 것은 일상이었고, 콘서트 티켓 한 장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는 그룹 엑소와 같은 공간에서 봉사활동까지 했으니 말이다.

사실 당시에는 멤버 이름을 완벽하게 외우지 못해 진땀을 흘렸다. 그때 난 엑소의 인기가 어느정도인지 몰랐고, 그저 내 또래의 유명한 아이들 정도로만 생각하고 그들을 관찰했다. 지금에서야 사인이라도 한 장 받아놓을 걸 하는 아쉬움도 든다.

그렇게 관찰하고, 취재해서 완성한 엑소 봉사활동 기사 (관련기사 : 트레이닝복에 민낯...이런 엑소 처음이야) 는 생각보다 큰 관심을 받았다. 한 대학 동기는 "이 기사가 네가 쓴 거냐"며 "레전드(전설)로 꼽는 기사"라고 말해줘 한껏 기분이 들뜨기도 했었다. 그렇게 평생 보지 못할 것 같았던 연예인들을 일상처럼 마주하면서 신나는 인턴생활을 보냈다.

강호동에게 뭘 받았길래 이러냐고? 그저 감동 받았을 뿐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나 역시 '기레기'(기자+쓰레기)가 됐다. 물론 누리꾼들에 의해서 말이다. 특히 지난 2월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 기자간담회 현장을 다녀와 작성한 "강호동씨 고마워, 우리 부부싸움을 멈춰줘서"  기사에서 크게 느꼈다.

과거 탈세 논란이 있었던 터라 강호동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감은 여전히 남아있다. 하지만 나는 현장에서 그의 사연에 감동받아 기사를 작성했고, '기레기야' '강호동에게 뇌물을 받았느냐' '이러고도 월급을 받느냐' 등의 악플들을 받았다. 지금에서야 다시 확인하니 지워진 악플들도 많았다.

하지만 특히 내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이런 글은 일기장에 쓰라'는 댓글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응이었다. 평소보다 기사 내용이 알찬 것 같아 뿌듯함에 포털사이트 댓글까지 확인했던 터라 더 당황스러웠다.

그 후에도 악플 때문에 잠 못이루는 밤이 많았다. 나름대로 열심히 취재를 하고 고민해서 작성한 기사가 비난받으면서 허망함도 느꼈다. 선배들은 '포털사이트 댓글에 크게 마음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이상하게 마약처럼 댓글들을 확인하게 됐다.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의 메인MC 강호동의 사진이다 ⓒ KBS 2TV


명함 한 장으로 '저리가'에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돌변

신기한 경험도 있었다. 아직 대학생 티가 많이 나서인지, 나는 종종 아이돌 팬으로 오해받았다. 일례로 한 아이돌 쇼케이스 현장에서 긴 줄을 뚫고 당당하게 가는 내게 보디가드는 "저리가"라며 반말로 제재했다. 하지만 내가 명함을 꺼내들고 기자임을 설명하자 그는 "안내해드리겠습니다"라며 웃으며 반겨주었다. 나는 한 장의 종이로 제재의 대상에서 안내의 대상으로 바뀌었다.

같은 현장에서 밴을 보고 달려드는 팬들의 모습은 위험천만했다. 그래서인지 보디가드는 더 강압적으로 팬들에게 대응했다. 그런 경험으로 아이돌과 팬의 고충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팬들의 사랑은 지극했다. 강원도 깊은 곳에 위치한 호텔에서 열린 MBC <호텔킹> 제작발표회까지 어린 소녀들이 찾아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외에도 매번 현장에는 팬들이 보낸 쌀화환과 선물들이 가득했다.

7개월간 만난 연예인들에게 배운 것...'꿈'과 '도전'

나는 기자로 활동하면서 연예인을 '엔터테이먼트계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 바라보고 취재하려 노력했다. 물론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오빠들을 만났던 순간에는 중심을 잃을 뻔 하기도 했다. 그들을 가장 가까이서 만난 건 인터뷰 자리였다.

스타들과 좁은 공간에서 얼굴을 맞대고 1시간가량 대화를 이끈다는 것 자체가 떨렸다. 괜스레 대화가 끊기는 시점에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아 "나는 지금 멘붕이 왔다"며 속마음을 털어놓은 적도 있었다. B1A4 바로, 송하예, 박희정, 조보아 등 다수의 인터뷰 자리에 참석하며 내가 그들에게 본 것은 '꿈'과 '도전'이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앞으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고, '지금 이 자리는 내 꿈이었다'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비슷한 나이 또래임에도 왠지 나보다 어른인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TV에서는 커보이기만 하던 그들도 나와 똑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꿈을 지키려 모진 악플을 견디면서 카메라 앞에서 웃으며 손을 흔드는 그들이 새삼 존경스러웠다. 나는 그들과 함께 하면서 '꿈' '도전'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얻었고, 이 자리를 빌어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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