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밟기' 개신교도는 절대 이해 못하는 것

[반박] 어느 감신대 신학대생의 '땅밟기' 비판

등록 2014.07.16 18:27수정 2014.07.16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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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 땅밟기 선교를 하는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도, 가르침도 심지어 그의 죽음마저 배반하는 것이다. 그는 모든 인간을 동등하게 사랑했다. ⓒ 픽사베이


지난 4일 인도의 불교 성지 마하보디 사원에서 소수의 개신교도들이 일명 '땅밟기'를 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관련 기사 : 개신교인 '땅밟기' 파문...인도 불교사원서 찬송가 불러) 땅밟기란, 구약성서로부터 기원한 말로, 기독교 유일신을 절대적으로 강조하며 타종교를 제국주의적으로 흡수하려는 행위다.

땅밟기 선교 활동이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에도 일부 신자들이 한국 봉은사 내에서 땅밟기의 일환으로 개신교 행사를 강행했다. 이 사태로 인해 기독교는 한동안 한국 종교계 내에서 무수한 질타에 시달려야 했다.

비슷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비신자뿐만이 아니라 개신교 내에서도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비슷한 사례들이 멈추지 않고 계속 발생한다. 결국 자국도 아닌 외국의 불교 성지에서까지 계속되는 상황이 됐다. 기독교의 구원자 예수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원수를 사랑하라"고 가르쳤는데 무엇이 구원자 예수를 땅밟기 종교의 우두머리로 만든 것일까?

유대민족이 만들어 낸 강력한 신 

본래 기독교의 성서는 유대민족의 정신사가 담긴 문서로부터 시작됐다. 지리를 살펴보면, 유대민족의 땅인 이스라엘은 근동아시아 국가 사이의 거의 모든 육로가 지나가는 곳이다. 고대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상업 유통망을 장악하기 위해서나 군사적으로 고대 근동아시아의 패권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 땅이 반드시 필요했다.

유대민족은 이스라엘을 신이 유대인들에게 약속한 땅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그 땅은 전쟁을 불러들이는 땅이었다. 이집트와 페니키아, 메소포타미아의 제국들이 근동아시아의 패권을 두고 싸울 때, 그 한복판에서 유대민족은 숱한 전쟁에 시달렸다. 포로로 잡혀가고, 수탈당하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가 팔려가는 현실을 늘 견뎌내야만 했다. 

물리적 수탈과 함께 강국들의 문화가 유입되면서 민족의 정체성이 위협 받았다. 역사를 돌아보면 고유한 민족 문화가 지배국의 문화에 흡수되는 사례가 여럿 있다.


더욱이 당시는 종교와 국가 그리고 민족이 단일한 이데올로기를 형성하던 시대였다. 강국의 선진 문화가 민족 정체성을 해체한다는 것은 곧 민족의 종말을 의미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종교를 구축해 나가면서 현실을 극복하고자 했다. 외세의 침략과 강국의 문명으로부터 자신들을 지켜줄 종교가 필요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대민족은 자신들의 신에게 타국의 신을 뛰어넘는 힘을 요구했다. 이렇게 완성된 신은 강력한 민족주의 성향을 보인다. 급기야 자신 이외의 모든 신의 존재를 부정한다. 유일신 사상과 민족주의가 결합된다. 유대민족은 신에게 선택 받은 민족이다. 이렇게 고착화된 선민사상은 현대의 개신교 정신에도 흐르고 있다.

그러나 근동아시아의 패권이 그리스 문화권으로 넘어가면서 유대민족은 새로운 역사를 맞이한다. 알렉산더 시대와 로마 제국은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넘어섰다. 이는 다채로운 문화들이 공존하는 헬레니즘의 태동을 의미한다. 코스모폴리탄, 곧 우주의 시민이 거주하는 알렉산드리아를 거쳐 세상의 모든 길이 통하는 로마제국의 시대가 도래했다.

유대의 강력한 정체성과 로마의 보편적 정체성이 혼재하는 바로 이 시기에 이스라엘에서 유대인이자 목수의 아들 예수가 태어났다. 심지어 예수의 제자였던 사도 바울은 로마시민권을 획득한 유대인이었다. 로마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했으며, 로마의 정신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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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랭탱 드 볼로냐가 그린 사도 바울 사도 바울은 예수의 가르침을 이어 유대민족만의 신이 아니라 모든 인간을 위한 신을 설파했다. ⓒ 위키백과


예수 그리스도와 사도 바울이 재해석한 신

바로 이런 상황에서 예수는 "원수를 사랑하라"고 강조했다. 당시 유대인들은 자신들을 괴롭히는 로마인을 향한 뿌리 깊은 원망이 지니고 있었다. 이 원한이 민족주의와 결탁되어 있던 그 시대에 예수는 그들을 "용서하라"고 가르쳤다.

역사적으로 유대인과 갈등 상황에 있는 사마리아인이 "진정한 이웃"이라고 예수는 가르쳤다. 무엇보다 예수는 인간을 노예로 만들 정도로 변질된 유대 종교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가 말하는 하나님의 나라는 사람의 아들이 모든 종교적·물리적·정치적 억압에서 자유로운 나라였다. 예수는 신의 이름으로 인간을 억압하는 모든 권력에 저항했다.

예수의 이름으로 땅밟기를 일삼는 이들은 예수의 이름으로 또 다른 억압을 행하는 것이다. 애석하게도 이들이 예수의 이름으로 하는 행위는 예수의 삶과 가르침, 그리고 그의 죽음마저 배반하는 짓이다.

예수 사후, 사도 바울은 자신이 체험한 종교적 신비를 전파하기 시작했다. 그는 예수를 '세상을 구원할 신'이라고 전도했다. 바울이 퍼뜨린 가르침의 핵심은 보편적 사랑이다. 세상을 구원할 신은 유대민족만을 위한 신이 아니다. 민족을 넘어 모든 인간에게 똑같이 사랑을 베푸는 신이다. 로마의 시민권자이자, 로마 문화에 정통했던 바울의 신학은 자연스럽게 기독교를 보편적인 종교로 확장했다. 바울에 이르러 한 민족만을 위한 신의 시대는 끝난다.

이렇듯 예수 그리스도와 사도 바울은 자신들의 시대적 요구에 따라 유대민족의 신을 재해석했다. 예수는 인간을 억압하는 모든 권력에 경고를 보내다 죽었다. 바울 역시 유대인을 넘어 모든 인류를 사랑하는 신을 전파하다가 박해를 받았다. 이들은 시대와 정황에 따라 유대인들의 배타적·민족적 신을 새롭게 재해석했다.

기독교인은 바로 이 점을 기억해야 한다. 기독교가 태동한 원리는 신에 대한 재해석에 있다. 또한 신의 재해석으로 은혜를 받는 대상은 특정 집단이 아니다. 사랑은 편협하지 않다. 보편적이다. 재해석된 기독교의 신은 보편적인 신이다. 다시 말해 기독교의 본디 정신은 '모든 인간을 위해 신을 재해석하는 것'에 있다.

'땅밟기'를 하는 사람들이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것

식민지배가 온 지구를 덮고 있을 때, 서구인들은 제3세계를 정복하고 착취하면서 '구원'행위라고 스스로를 정당화 했다. 그리고 그 '구원' 행위는 미개한 족속들에게 기독교의 십자가를 꽂는 행위로 포장되었다. 로마의 종교가 된 예수와 바울의 가르침은 서구의 제국주의를 대변하는 상징이 되어버렸다.

제국주의와 결탁한 기독교의 신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강해져야만 했다. 신은 세상을 사랑하는 신이 아니라 지배하는 신으로 변했다. 자신만을 보호하기 위해 편협해야 했던 신은 서구의 팽창을 위해 봉사했다. 왜곡된 신의 관점에서 다른 문화, 다른 종교는 없다. 이 세상 모든 곳에 십자가를 꽂아서 세상을 지배해야 한다. 정복을 통해 신을 증명하는 것이 기독교인의 의무가 됐다.

예수 그리스도와 사도 바울이 보여준 '모든 인간을 위한 신의 재해석'은 이렇게 로마 제국에 흡수되면서 '로마를 위한 신'이 되었다. 이는 다시 기독교가 서구의 종교가 되면서 '서구를 위한 신'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 '예수만을 위한 신의 재해석'으로 변질됐다.

땅밟기를 당당하게 자랑하는 이들에게 기독교 이외의 종교는 존재하지 않는다. 예수 그리스도는 사랑의 이름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유대인보다, 제국주의 서구 열강보다 무섭다. 자신들의 행위가 무엇이 잘못인지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

유대인'만'의 신이 부활했다. 제국주의 신이 재림했다. 내 종교의 신만이 신이며, 내 신앙만이 신앙인 시대가 됐다. 예수 그리스도가, 사도 바울이 지하에서 울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이학열 시민기자는 감신대 신학대생입니다.
#땅밟기 #개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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