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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 김형준의 망가진 모습이 궁금해?

[박정환의 뮤지컬 파라다이스] 정민-지민 1인 2역 소화하며 여심에 어필

14.07.04 14:20최종업데이트14.07.04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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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카페인>에서 정민과 지민 1인 2역을 연기하는 배우 김형준. ⓒ SH Creative Works


통상적인 스크루볼 코미디(screwball comedy, 미국 대공황 시기에 유행했던 장르로, 로맨틱 코미디의 원형)의 공식은 다음과 같다. 개와 고양이처럼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난 두 남녀가 싸우다가 정이 들고 사랑에 퐁당 빠진다.

뮤지컬 <카페인>은 신참이 고참의 영역을 건드리면서부터 사단이 발생하는 스크루볼 코미디다. 뮤지컬의 무대가 되는 카페 '페시지(PASSAGE)'의 고참은 바리스타 세진이다.

세진은 '끝에서 두 번째' 징크스를 앓고 있다. 남자친구가 결혼하기 바로 직전에 만나는, 끝에서 두 번째 여자친구의 몫은 항상 세진이라는 점. 세진이 자신의 속마음을 바깥으로 표현하는 곳은 카페 앞의 자그마한 칠판으로 세진이 근무하는 동안 그 어느 누구도 칠판에 손을 대는 일은 없었다. 세진 다음의 신참들이 세진의 유일한 영역인 칠판을 건드릴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침 9시에 출근해서 밤 12시까지 근무하는 일벌레 세진이 일만 하다가 변변한 연애 한 번 제대로 못할까봐, 카페 사장은 세진을 강제로 6시에 퇴근하게 만들기 위해 밤에만 근무하는 소믈리에를 고용한다. 그런데 새로 온 소믈리에 지민은 신참 주제에 당돌하게 고참 세진의 영역인 칠판을 건드린다. 세진이 써놓은 '사랑은 거짓말'을 '사랑은 때론 거짓말'로 바꿔놓는다. 세진이 발끈하는 건 당연한 일, 이때부터 고참 세진과 '웬수' 신참 지민의 스크루볼 코미디가 펼쳐진다.

배우 김형준 ⓒ SH Creative Works


감히 선배의 칠판을 함부로 건드리는 당돌한 고참 지민을 손봐주기 위해(?) 밤에 카페를 찾아가는 선배 세진. 하지만 지민은 아침에 세진에게 자신을 정민으로 속이고 만난 터라 맨 얼굴을 보여줄 수 없었다. 그래서 덧니로 된 틀니와 볼품없는 뿔테안경으로 변장을 한다. 이처럼 <카페인>의 남자 주인공은 <지킬앤하이드>처럼 두 캐릭터를 연기한다.

<카페인>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 이상은 갈등할 수 있는 애인의 조건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이상형에 가까운 훈남 정민이냐, 아니면 스스럼없이 말이 잘 통하고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지민이냐를 두고 세진이 고민하는 것처럼, 관객은 이상형의 남자인가 아니면 소통이 잘 되는 남자인가를 두고 고민할 테니 말이다.

공연장 로비는 그룹 SS501 출신 배우 김형준의 일본 팬들로 가득 찼다. 객석에 앉자마자 가시방석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남자 관객이라고는 기자를 비롯하여 달랑 2명밖에 되지 않아서 <쓰릴미>를 보러 온 것인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불이 꺼지자 좌우에는 일본 팬을 위한 일본어 자막이 보이고 있었다.

정민과 지민이라는 1인 2역을 소화하는 김형준은 어땠을까. 정민을 연기할 때에는 우리가 드라마에서 보던 훈남 이미지로 자체발광했지만, 지민을 연기할 때는 마치 <슈퍼맨>의 클라크가 기자로 변장하기 위해 안경을 낀 것처럼 틀니와 뿔테안경으로 스스로 망가지는 것을 불사하고 있었다. 정민과 차별화하기 위해 지민을 연기할 때는 발성도 일부러 가성에 가까운 고음을 냈다.

지민을 연기하는 배우는 김형준과 그의 동생 김기범, 서하준, 틴탑 천지, 현우, 2AM 이창민, 조성모까지 무려 7명이다. 관객의 입맛에 따라 관람하면 될 듯하다. 사랑의 판타지를 전하는 전령사 지민을 내 마음에 드는 캐스팅으로 볼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다는 건 여성 관객의 입장에서 장점이지 않을까.

카페인 김형준 김기범 서하준 조성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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