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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참하게 사라졌던 '정도전', 드라마가 살려냈다

[드라마리뷰] KBS 1TV '정도전', 역사 속 인물들에 대한 재평가의 여지 남겨

14.06.30 14:35최종업데이트14.06.3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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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1TV 대하사극 <정도전>이 29일 막을 내렸다. ⓒ KBS


지난 29일 KBS 1TV드라마 <정도전>(연출 강병택 이재훈, 극본 정현민)이 50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정통사극의 부활을 알리며 많은 시청자들을 끌어 모은 이 드라마에는 많은 인물들이 등장했다. 그들은 드라마에서 어떻게 재평가되었을까.

<정도전>의 타이틀 롤인 정도전(조재현 분)은 원래 우리 역사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인물 중 하나였다. 정도전은 고려 말부터 역성혁명을 꿈꾸며 조선이라는 새 나라의 모든 기틀을 잡았다.

건국이념에서부터 통치 규범, 정책에 이르기까지 그는 천재성을 발휘하며 조선의 근간을 완성했다. 심지어 궁궐 이름은 물론 작은 길 하나까지 그의 손길을 거쳐 가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다. 그가 이성계(유동근 분)를 조선의 임금으로 옹립했다고는 하나, 왕조를 교체하는 혁명에서부터 새 나라의 정치까지 실질적으로 조선을 세운 사람이라고 해도 진배없을 정도였다.

그런 정도전은 민본 중심의 재상 정치를 꿈꾸며 이방원(안재모 분)과 갈등을 빚었고, 그것이 그의 최후를 앞당기고 말았다. 그리고 그의 죽음은 단순한 것이 아니라 그의 업적이 모두 없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마지막 회에서 표현된 것처럼 이방원은 정도전을 폄하하고자 자신이 죽인 정몽주를 충절의 상징으로 숭상하게 하였고, 고종 때에 이르기 전까지 정도전은 조선에서 금기시되는 존재였다.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이 정도전의 시를 즐기다가 역적으로 몰린 것만 보아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버린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그는 자신이 만든 나라에서 인정받지 못한 불우한 존재였다. 죽는 순간에도 구걸하였다고 한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은 승자의 입장일 뿐이다. 드라마에서도 이방원이 이성계에게 정도전의 최후를 거짓으로 고하는 것이 잘 표현되었는데, 실제로 정도전은 시를 읊으며 자신이 방심한 순간을 허망하게 생각하였다.

정도전의 업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실로 더 위대하다. 그러나 그의 정확한 묏자리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사후는 비참하였다. 다행인 것은 극 중에서 정도전을 혁명가이자 정치가로서 제대로 묘사하여 재평가를 받을 여지를 더욱 남겨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우리가 정도전의 진짜 대업을 알게 될 가능성이 더 많이 열린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왕이 된 이성계?...다소 미화돼

<정도전>에서 역사 기록보다 다소 미화된 이성계(유동근 분). ⓒ KBS


정도전과 달리 극 중에서 이성계는 실제보다 다소 미화된 경향이 있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내내 이성계는 착한 사람이었다. 불의에 맞서고 백성을 사랑하고, 미안해서 대업의 결단을 못 내리는 인물로 묘사되었다.

이성계는 정도전 등의 당여들이 자신을 임금으로 만들려는 과정에서 심드렁한 태도로 왕이 될 욕심이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 오히려 왕이 되기 싫다고 말하기 일쑤였고, 밥상을 다 차려 놓았는데도 고향으로 가버리겠다고 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는 역사의 기록과는 좀 다르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성계는 분명 왕이 되고자 하는 야심이 있는 인물이었다. 물론 이성계가 고려 말 외적으로부터 수차례 나라를 구했다고는 하나, 그의 본거지인 동북면은 사실상 그의 영토였고 가별초는 반독립적인 그의 백성이었다.

그럼에도 드라마 <정도전>은 이성계가 정도전이 주군으로 모셔야 할 대상이어서 그랬는지, 그를 겸손하게만 그려 왔다. 그리고 모든 상황이 그가 어쩔 수 없이 임금이 되어야 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몰아갔다.

우왕(박진규 분)이 그를 기습했을 때에도 이성계는, 자신은 우왕을 살려주었는데 도리어 그가 자기를 쳐서 어쩔 수 없이 왕을 폐위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식으로 이성계를 두둔하는데 이런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한, 고려의 왕족이었던 왕씨들을 강화도에 가는 배에 태워 수장시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친아들처럼 여겼던 최영을 위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통해 이성계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시켰다. 이 역시 실제 역사와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드라마에서도 잠시 나온 '성계탕' 등으로 알 수 있듯이, 백성들의 민심이 이성계에게 완전히 쏠리지 않았다는 것과 이방원이 이성계에게 정몽주를 죽일 마음이 전혀 없었냐고 따져 묻는 대사가 이를 대변해준다.

그러나 이성계가 여진족과 어울리며 살면서 함경도 사투리를 쓰고 실제로 가까운 사이였던 정몽주를 흠모하는 장면 등은 그동안 다른 드라마에서 봐왔던 이성계와 다르면서도 현실성과 몰입감을 높였다는 데에 재평가의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이인임, 정몽주, 이방원...역사 속 인물들의 재평가

<정도전>을 통해 재조명 받은 이인임(오른쪽, 박영규 분). ⓒ KBS


<정도전>은 한 때 '대하사극 이인임'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이인임(박영규 분)의 존재감이 가히 압도적이었다. 그동안 이인임은 대중들에게 생소한 이름이었지만 실제로 그는 고려 말기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었다.

그는 권문세가의 수장으로 횡포를 일삼아 백성들의 원성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역사에 분명한 기록은 없지만, 드라마에 묘사된 것처럼 공민왕(김명수 분)에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는 탁월한 정치적인 식견을 가지고 있었다. 극 중에서도 그랬듯이, 우왕이 그의 손을 계속 잡았더라면 오랜 기간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또한, 그는 이성계가 왕이 되려는 야심이 있다는 것을 고려에서 거의 유일하게 파악할 정도로 안목이 대단하였는데 이런 점들이 잘 재평가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고려의 충신으로만 여겨졌던 정몽주(임호 분)는 이 드라마에서 고려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하는 적극적인 모습으로 그려졌다. 가깝게 지냈던 이성계와 정도전이 고려를 버리려고 하자, 그들의 설득에 넘어가는 대신 오히려 그들을 숙청하려고 하는 모습은 사뭇 어색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험난했던 당시 시대상을 고려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끝으로 이방원은 우리가 알던 이방원의 모습과 가장 가까웠다고 할 수 있다. 정몽주와 정도전를 한때나마 진심으로 존경했던 그가 어떻게 해서든 그들을 설득하려고 하는 모습은 참신했다. 그렇게 타협하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기에 이성계의 예상보다는 임금으로서 나라를 잘 이끌어나갈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기에 생각하기에 따라서 실제는 다를 수 있다. <정도전>은 그것을 잘 보여준 예라고 할 수 있고, 인물에 대한 재평가는 앞으로도 계속 이루어질 것이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sky_fund/220045637684)에도 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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