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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백의 부활한 브라질 월드컵

14.06.21 17:11최종업데이트14.06.2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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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나타나고 있는 전술적 변화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바로 스리백의 부활이다. B조에서 네덜란드와 칠레가 쓰리백을 바탕으로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을 몰락시킨데 이어 죽음의 조로 손꼽히던 D조의 코스타리카 역시 쓰리백 전술로 가장 먼저 16강 진출을 확정 짓는 이변을 연출하였다. 뿐만 아니라 A조에서 브라질, 크로아티아와 16강 진출을 다투고 있는 멕시코 역시 쓰리백을 사용하며 선전을 거듭하고 있으며 우승후보 아르헨티나 역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의 경기에서 전반전 쓰리백 전술을 가동하였다.

최근 현대 축구에서 쓰리백 전술이 많이 사용이 되지 않고 있는 걸 감안한다면 현재 쓰리백을 사용하고 있는 팀들의 증가와 선전은 놀라울 따름이다. 그렇다면 쓰리백 전술이 다시 부활을 하게 된 원인과 각 팀이 사용하고 있는 쓰리백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 것일까?

쓰리백이 부활을 하게 된 이유

쓰리백이 현대축구에서 사용 빈도수가 줄어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중앙 수비수 한명을 늘어남에 따라 미드필더나 측면에서 수적열세가 나타나며 경기의 주도권을 상대 팀에게 빼앗기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쓰리백을 성공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중앙 수비수 중 적어도 한 명은 공격전개 상황에서 미드필더의 역할을 병행할 수 있을 만큼의 패싱력과 기본기가 요구 되었다.

그리고 측면에 위치한 양 윙백은 혼자서 윙백과 윙 미드필더의 역할을 병행 할 수 있는 엄청난 활동량이 필수적이었다. 이처럼 특정 몇몇 포지션의 선수들에게 다양한 능력과 엄청난 전술적 이해도가 요구되는 만큼 쓰리백은 현대 축구에서 사용하기 힘든 전술로 인식이 되어왔다.

하지만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다소 사정이 바뀌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어느 때보다 많은 득점을 나타내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전체적인 팀들의 수비 조직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더운 날씨가 지속이 됨에 따라 수비조직을 90분 내내 견고하게 하기 위한 집중력과 체력 역시도 유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대신 쓰리백을 사용할 경우 양 윙백이 수비상황에서는 수비라인 깊숙이 내려오며 5백의 형태를 갖추며 더욱 안정적으로 상대의 공격을 수비할 수 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양쪽 윙백 중 한 명이 미드필더 라인까지 올라갔을 때 4백으로 유기적으로 변경을 하며 4-4-2와 같은 형태로 상대 미드필더를 압박할 수 도 있다. 따라서 지금 현재 많은 팀들이 쓰리백을 사용하는 이유는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 네덜란드의 스네이더가 보여주는 전술적 움직임 왼쪽 그림은 네덜란드가 4-4-2포메이션 처럼 변경을 하며 상대 미드필더를 압박할때 스네이더의 움직임이다. 그리고 오른쪽 그림은 5백으로 변경해서 상대의 공격을 막아낼 때 스네이더가 보여주는 움직임이다. 스네이더보다 더욱 활동량이 풍부하고 수비가담이 뛰어난 비달의 경우 이런 움직임이 더욱 적극적으로 자주 일어난다. ⓒ 강태영


네덜란드와 칠레가 사용하는 3-4-1-2 포메이션

자 그렇다면 이제 쓰리백 전술이 바탕이 된 포메이션에 대해 확인해 해보도록 하자. 우선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을 무너뜨리며 화제를 낳고 있는 B조의 네덜란드와 칠레가 사용하고 있는 3-4-1-2포메이션이다.

3-4-1-2 포메이션은 쓰리백이 바탕이 된 포메이션 가운데 전통적인 공격형 미드필더를 가장 잘 활용하기 위한 포메이션이다. 실제로 90년대 후반 세리아 A에서는 유벤투스와 AC밀란, AS로마와 피오렌티나 등이 각각 지단과 보반, 토티와 후이 코스타를 활용하며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 포메이션에서는 1에 위치한 공격형 미드필더들이 기본적으로 수비가담을 하려는 의지가 적은 선수들인 만큼 나머지 미드필더 4명에게 엄청난 수비부담이 집중되었다. 특히 측면의 윙백들은 자신들의 뒷 공간을 커버해줄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는 만큼 평균보다 훨씬 많은 운동량이 요구되었고 그만큼 수비라인이 5백처럼 눌러앉는 형태가 당시에는 더욱 잦았다. 따라서 이 포메이션이 공격형 미드필더의 능력을 살리며 원할히 돌아가기 위해서는 4명의 미드필더가 가혹할 만큼의 엄청난 활동량을 바탕으로 미드필더에서 압박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반면 네덜란드와 칠레의 측면 윙백과 중앙 미드필더들에게는 이만큼의 '가혹한' 활동량이 요구 되지않으며 전술적으로도 더욱 유연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이는 네덜란드와 칠레의 공격형 미드필더인 스네이더와 비달이 지단이나 토티와 같은 전형적인 공격형 미드필더라기 보다는 좀 더 활동량이 풍부하고 수비가담에 적극적인 유형의 선수들이라는 데 기인한다.

스네이더와 비달은 뛰어난 활동량을 바탕으로 미드필더에서의 압박 역시 성실히 수행을 할 뿐만 아니라 또 미드필더라인까지 내려와서 미들필더들이 수적열세에 놓이는 상황도 막아주었다. 그리고 공격상황에서는 측면으로 활동 폭을 넓히거나 전방의 빈 공간을 향해 적극적으로 침투하는 움직임마저 보여주며 전체적인 팀플레이에 충실히 가담하였다.

이러한 스네이더와 비달의 헌신을 바탕으로 네덜란드와 칠레는 미드필더부터 차근차근 공격을 전개하는 스페인을 상대로 비교적 높은 라인에서의 압박과 안정적인 수비조직을 이뤄낼수 있었다. 반면 미드필더 플레이를 최소화 하고 과감히 양 측면의 윙어를 활용해 윙백의 뒷공간을 공략한 호주를 상대로는 수비조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지 못한 채 난타전을 하게된 것이다.

멕시코와 코스타리카가 사용하는 3-5-2

이번에는 멕시코와 코스타리카가 사용하는 3-5-2 포메이션이다. 3-5-2 포메이션의 경우 공격형 미드필더에 위한 선수가 없는 대신 중원에 수비형 미드필더가 한명 더 추가된 포메이션인 만큼 3-4-1-2에 비해 더욱 수비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상대공격을 방어하는데 용이하다. 그리고 스네이더와 비달의 헌신으로 인해 이뤄졌던 유기적인 수비조직력의 변화가 3-5-2에서는 더욱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미드필더와 공격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해줄 선수가 없는 만큼 공격전개는 더욱 투박해질 수 있다. 이 경우에는 후방 플레이메이커가 빠르게 공격진을 향해 패스를 넣어 주어야 하는 역할이 더욱 커진다고 할 수 있다.

또 중앙미드필더들 역시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을 하며 공격수와 유기적인 호흡을 유지해야한다. 만일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공격수들이 상대 수비진 사이에 고립이되며 단조로운 공격을 일관하게 된다.

아르헨티나는 이러한 문제를 겪은 전형적인 팀이었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의 첫 경기 전반전에 사베야 감독은 3-5-2 포메이션을 가동하였으나 중앙 미드필더를 후방 플레이메이커 없이 마스체라노- 막시 로드리게스-디 마리아로 구성하였다. 때문에 아르헨티나는 수비에서 공격을 전환이 될 때 측면의 윙백들과 공겨수들을 향해 빠른 볼 배급이 이뤄지지 않으며 답답한 공격을 일관하였다. 설상가상으로 메시와 투톱으로 출장한 아구에로 마저 전방에 머무르며 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자 아르헨티나의 공격은 메시의 개인기에만 크게 의존하였다.

▲ 아르헨티나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전반전 3-5-2포메이션으로 나온 아르헨티나는 전반전 내낸 하프라인 부근에서 이뤄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미드필더의 강력한 압박을 뿌맂치지 못해 고전을 했다. 결국 공격수인 리오넬 메시가 미드필더 부근까지 내려오며 공격전개에도 관여를 해야 했다. ⓒ 강태영


코스타리카와 멕시코의 경우도 수비에서 공격을 전환이 될 때 매끄러운 전개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코스타리카는 강력한 미드필더 지역에서의 강력한 전방압박에 이은 단거리 역습을 통해 이를 어느 정도 상쇄 시키고 있으며 멕시코의 경우는 지오반니 도스 산토스가 카메룬 전에서 맹활약을 하며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었다.

쓰리백의 부활 속에서도 자취를 감춘 3-4-3

이렇게 쓰리백이 부활의 찬가를 울리고 있으나 3-4-3 포메이션 만큼은 여전히 외면을 받고 있다. 3-4-3 포메이션의 경우 과거 요한 클루이프가 이끈 바르셀로나 드림팀의 주요 포메이션이었고 또 우리 대표팀 역시 2002년 3-4-3포메이션으로 4강 신화를 거둔 만큼 3-4-3의 외면은 많은 의문이 남는다.

3-4-3이 외면을 현대 현대축구에서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중 하나는 쓰리백을 바탕으로 한 포메이션임에도 수비의 안정을 꾀하기에 어려운 포메이션이라는 점이다. 중앙에 4명의 미드필더가 위치를 하고 있고 공격진 양 측면에 윙 포워드를 배치시키는 포메이션이기 때문에 3-4-1-2처럼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에게 많은 수비부담이 요구되는 포메이션이다. 그리고 경기의 주도권을 빼앗긴 채 윙백이 수비라인으로 내려가 함께 5백을 형성하게 되면 미드필더와 공격수 사이에 연결을 해줄 선수가 없으므로 공수 간격이 벌어지며 공격과 수비가 분리되게 된다.

때문에 3-4-3을 효과적으로 가동시키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전방에서부터 공수간격을 좁히며 강력하게 전방압박을 해야한다. 전방압박을 유지할 경우 측면에서 윙백과 윙포워드 그리고 중앙미드필더가 다양한 부분전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공격에서 안정적으로 점유율을 유지하며 상대 수비진을 공략할 수 있다.

하지만 미드필더에서 강력한 전방압박을 구사하고 빠르게 측면 뒷공간으로 날카로운 패스를 보내 줄 수 있는 상대를 만난다면 속수무책으로 공략당한 위험 또한 매우 높다. 따라서 3-4-3 포메이션을 시즌 내내 안정적으로 사용을 하기 위해서는 바르셀로나처럼 상대의 압박을 능수능란히 탈 압박하는 기술력을 갖춤과 동시에 과거 2002년 대한민국 대표팀처럼 90분 중 60분 정도를 쉬지 않고 뛰어다니며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강인한 체력이 필요하다. 3-4-3포메이션은 이처럼 한 시즌 또는 한 대회를 운영하기 위한 메인 포메이션으로써는 현대축구에서 매우 어려운 포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쓰리백이 지금까지 성공을 거두며 전술적으로 더욱 풍성한 이야깃 거리를 만들고 있는 브라질 월드컵이다. 쓰리백 강세가 진향되는 가운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네덜란드와 칠레 코스타리카가 과연 언제가지 순항을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를 저지 할 수 있는 다른 팀 감독들의 지략은 어떤 것이 나올지 주목한다면 더욱 재미있게 이번 브라질 월드컵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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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백 네덜란드 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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