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살인을 하는 범죄자, 어떤 심리일까

[신간] 시마다 소지 <이즈모 특급살인>

등록 2014.06.19 11:15수정 2014.06.1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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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모 특급살인> 겉표지 ⓒ 검은숲

범죄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정말 어려운 살인 중 하나가 바로 '토막살인'이다. 영화나 소설에서는 종종 살인 후에 시신의 몸을 절단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렇지만 한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어떤 도구를 사용하건 간에 사람의 몸을 절단하는 것은 영화나 소설에서처럼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한다.


하긴 단단한 뼈와 근육으로 구성된 사람의 팔과 다리를, 마치 생선을 토막내듯이 잘라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일을 제대로 하려면 강한 체력과 정신력, 인내심, 끈기 등이 모두 필요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성공하기만 하면 범죄자의 입장에서는 이만큼 좋은 일도 드물다. 시체가 없으면 살인사건도 성립하지 않는다. 시신을 토막내면, 시신을 발견할 수 없도록 어딘가에 유기하는 것도 그만큼 수월해진다. 혹시 발견되더라도 시신의 신원을 알아낼 가능성도 낮아지게 된다.

열차에서 벌어진 엽기적인 살인

시마다 소지의 1988년 작품 <이즈모 특급살인>에서 작가는 토막살인의 정수를 보여준다. 제목에 등장하는 '이즈모'는 일본의 한 지역 이름이다. '이즈모 특급'은 이 지역을 달리는 열차를 부르는 이름이다.

작품의 무대는 1984년 4월, 이즈모 지역을 달리는 서로 다른 7대의 열차 안에서 머리를 제외한 여성의 신체 일부가 각각 발견된다. 오른쪽 넓적다리, 오른쪽 종아리, 왼쪽 넓적다리, 왼쪽 종아리, 오른쪽 팔, 왼쪽 팔, 마지막으로 몸통.


살인범은 피해여성을 살해한 후에 그 시신을 토막내서 포장한 후에 각기 다른 열차의 선반 위에 올려두었다. 승무원 또는 승객에게 발견되기를 바라는 듯이. 어찌보면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이다. 살인을 했으면 시신이 발견되지 않는 것이, 또는 최대한 늦게 발견되는 것이 범인의 입장에서는 좋을 것이다.

그런데도 범인은 많은 사람들이 승차하는 열차 선반에 시신의 일부를 분산해서 남겨 두었다. 동시에 약품을 사용해서 피해자의 지문을 지우는 등 피해자의 신원을 알 수 없게 만들어 두었다. 범인은 그만큼 자신이 있는걸까? 휴가 중이던 요시키 형사는 우연히 들른 이즈모 지역에서 이 사건을 접하게 된다. 그리고 휴가 중임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정체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불가능범죄와 마주친 요시키

<이즈모 특급살인>은 '형사 요시키 시리즈'의 세번째 편이다. 첫번째 작품인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에서도 요시키는 열차를 이용한 트릭을 간파한 적이 있었다. 시마다 소지는 이번 작품에서도 일본 한 지역의 열차 시스템을 꽤나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어떤 열차가 어느 역으로 몇 시에 도착하고, 그 역에서 몇 시에 출발하는지 등.

이런 점이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 부분은 대충 이해하고 넘어가도 된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런 범죄가 가능했는지를 추적하는 형사 요시키의 추리과정이다. 아무래도 요시키는 기괴하고 엽기적인 범죄와 인연이 많은 것 같다.

첫번째 작품에서도 요시키는 밀실과 괴기가 혼합된 듯한, 도저히 있을 것 같지 않은 범죄와 마주쳤다. <이즈모 특급살인>에서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에 대한 극도의 증오와 원한이 있지 않다면 사람을 죽여놓고 그 시신을 토막낸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

작품을 읽다 보면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의 입장보다도, 시신을 절단할 만큼 타인에 대한 증오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의 심리를 궁금하게 만든다. 사람을 죽이는 것도 못할 짓이지만, 시신을 토막내는 것은 더더욱 못할 짓이다.
덧붙이는 글 <이즈모 특급살인> 시마다 소지 지음 / 한희선 옮김. 검은숲 펴냄.

이즈모 특급 살인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시공사, 2014


#이즈모 특급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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