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이라면 문창극 쳐다보지도 않았을 텐데...

[서평] 소통과 헌신의 리더십 <세종처럼><세종이라면>

등록 2014.06.17 18:06수정 2014.06.18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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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 보기에 역사를 모른다는 것은 곧 지금 서 있는 좌표를 모르는 것과 같았고, 또한 장차 나아갈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음을 뜻했습니다. 세종이 집현전 학사들에게 <치평요람>을 편찬하게 하면서 남긴 말이 있습니다.

무릇 정치를 잘 하려면 반드시 이전 시대 중 잘 다스려진 세상과 어지러운 세상(治亂)이 역사에 남긴 자취(史籍)를 보아야 할 것이요. 그 자취를 보려면 오직 역사의 기록을 참고하여야 한다.<세종실록> 23/06/28 - <세종이라면> 106쪽-


총리후보자로 지명된 문창극 지명자가 총리가 돼서는 안 되는 이유를 세종대왕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총리후보자로 지명됐던 안대희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다시 지명된 문창극 후보자가 과거에 한 발언들과 글들이 파고를 더해가며 국가적 파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인사는 만사라고 했는데 어쩌다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세종대왕께서는 "만약 한 사람의 훌륭한 정승을 얻으면 나랏일은 근심 없을 수 있는 것이다"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이 말을 뒤집어 말하면 '훌륭하지 못한 정승은 온통 근심덩어리'라는 말이 됩니다.

문창극 지명자는 교회라서 그런 말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했습니다. 그분의 역사관은 교회 안과 밖, 언론인과 정치인으로 입장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지는 역사관인지를 묻고 싶습니다.

세종대왕의 말이 백번 맞습니다. 역사는 앞으로 나갈 바를 결정하는 디딤돌이자 가늠쇠입니다. 사격을 할 때, 우리는 한쪽 눈을 감고, 부릅뜬 한쪽 눈으로 가늠자와 가늠쇠 그리고 목표물을 정확하게 일치시킵니다. 그렇게 해도 명중이 될까 말까입니다.

방향을 제대로 알고 겨눠도 명중을 하기가 이렇게 어렵거늘, 역사관이 아예 다른 가늠쇠(가치)를 갖고 있는 지도자가 구현해 나갈 정치가 대다수 국민들이 생각하는 보편적 가치(방향)에 부합할 수 있을 가를 의심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난세입니다. 피부로 느끼는 경제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은 나날이 더해갑니다. 대명천지에 수백 명이 수장되는 걸 그냥 멀뚱멀뚱 바라보고, 2개월이 넘도록 그 주검조차 거두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불안합니다. 작금의 이러한 난세들을 극복해 나아갈 수 있는 방향 또한 역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국가 지도자를 위한 책 두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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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처럼>(지은이 박현모/미다스북스/2014. 6. 5/2만 원) ⓒ 미다스북스

두 권의 책, <세종처럼>(지은이 박현모/미다스북스)과 <세종이라면>(지은이 박현모/미다스북스)은 작금의 상황에서 최고 정치지도자가 어떻게 처신하고 정치를 해야만 이 난세를  해결 할 수 있는지 답해주기 위해서 나온 듯합니다.

세종이 누군지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단언컨대 세종이라면 이런 난국을 가져오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세종처럼' 생각하고 '세종처럼' 정치를 하는 데 답이 있습니다.

세종이 왕으로 즉위해 한 첫마디는 '의논하자'였다고 합니다. 누구처럼 수첩에 적어놓은 인사들을 중용하는 게 아니라 의견을 구하고 의논해서 관리들을 임명해 만사의 주춧돌인 인사를 튼튼하게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세종의 즉위 첫마디 ; "의논하자!"
내가 인물을 잘 알지 못하니, 좌의정, 우의정과 이조·병조의 당상관(堂上官. 정3품 이상의 벼슬아치)과 함께 의논하여 관리를 임명하고자 한다.<세종실록>00/08/12 -<세종처럼> 376쪽-

세종은 이처럼 어진 임금과 현명한 신하가 만나기 어려운 조건을 얘기한 다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재 등용의 요체는 국왕의 마음먹기와 태도 여하에 달려있다(人才之本在政而已)고 했습니다. 즉 국왕이 두루 인재를 구하되 절실한 마음을 갖고, 비록 자신의 마음에 맞지 않더라도 국가를 위해 등용한다면 인재는 구해 쓸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세종의 생각이었습니다. -<세종처럼> 122쪽-

대소 신료들은 제각기 위로 나의 잘못과 정치의 그릇된 것과. 아래로 백성들의 좋고 나쁨을 거리낌 없이 마음껏 직언하여, 하늘을 두려워하고 백성을 걱정하는 나의 지극한 생각에 부응하게 하라. -<세종처럼> 199쪽-

얼마 전, 소통령으로까지 회자되는 실권자 중 한 사람이 언론을 상대로 소를 제기했다고 합니다. 문창극 지명자 역시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들을 상대로 법적조치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마디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독재적 발상이라 생각됩니다.

세종이 수백 년이 흐른 지금까지 한국사에서 가장 위대한 지도자로 추앙받는 가장 근본적 토대는 '의논'으로 상징 되는 소통이라 생각됩니다. 세종은 "백성에게 누명을 씌운 관리는 엄벌하되 왕에게 험담한 백성은 용서하라"고까지 했다는 걸 기록(세종실록)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작금의 난세, 세종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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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라면>(지은이 박현모/미다스북스/2014. 6. 5/2만 5000원) ⓒ 미다스북스

세종이라면 작금의 난세를 어떻게 극복할까 궁금했습니다. 그 답을 <세종이라면>(지은이 박현모/미다스북스)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재위 20년에도 세종은 의정부에 지시를 내려 인재를 천거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그 기준이 재위 5년 때와 약간 달라졌습니다.
①몸가짐을 방정하게 하여 절조와 염치가 있는 자.
②마음에 작정한 것이 강개하며 바른말로 지극히 간하기를 잘하는 자.
③선비로서 우뚝한 행실이 고을 안에 알려진 자.
④다른 사람이 신뢰할 정도로 재예가 출중한 자.
이때에는 그만큼 관료들의 청렴도와 토론능력이 중시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세종실록> 20/03/12 -<세종이라면>118쪽-

정치지도자들이 읽으면 좋을 책들은 아주 많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치지도자들이 쓴 책들도 좋고, 정치 석학들이 낸 연구보고서 중에도 필독서가 적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러함에도 오늘날 한국을 이끄는 정치인들이 꼭 읽어서 새겨야 할 두 권의 필독서는 <세종처럼>, <세종이라면>이 아닐까 합니다.

한국의 작금 정치·경제·사회적 상황이 태평성세라면 그냥 역사 바로알기를 위한 교양도서쯤으로 읽어도 좋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난세에는 이 난세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늠쇠이자 아이디어, 나아갈 바를 가리켜 줄 지표들이 책 곳곳에서 키워드 박스처럼 사례별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장을 시작하면서 제기한 질문, 즉 세종이라면 지금의 재정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까에 답은 무엇입니까? 어떤 분은 '뾰족한 해답이 없지 않느냐고'고 하실지 모르지만, 하나의 길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백성들과 더불어' 해법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종은 인정전 뜰에 나아가 젊은 인재들에게 물었으며, 전국 방방곡곡 농민들의 의견을 청취해오게 했습니다.

조정에서 전개된 격렬한 찬반토론의 과정을 참고 이겼습니다. 반대자들을 어전회의에 끌어들여 전체 상황을 인지하게 하고 개혁안을 수긍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처럼 국가의 최고지도자가 먼저 세금을 낼 당사자들에게 현 상황을 소상히 알리고 고민을 털어놓은 다음 '어떻게 하면 좋은지'를 낮은 자세로 묻는 데서 해법이 발견될 것입니다. -<세종이라면> 366쪽-

문제 해결을 위한 답은 역시 '국민들과 더불어' 입니다. 이 세상에 독불장군은 없습니다.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없습니다. 묻고, 의논하고, 답을 구하고, 설득하며 더불어 한다면 어떤 난관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조선 왕 중에서 왕 수업을 가장 오랫동안 받은 임금은 연산군이었다고 합니다. 그러함에도 연산군은 패주가 되었습니다. 연산군이 패주가 된 것은 군림하는 정치, 권력을 행사하는 정치만을 알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에서 직·간접적으로나마 대통령 수업을 받은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뿐일 겁니다.

세종대왕이 위대한 으뜸 이유

세종대왕이 남긴 무수한 업적 중 '한글 창제'를 으뜸으로 손꼽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그러함에도 한글보다 더 위대하고 숭고한 건 바로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이유(배경)가 아닐까 합니다.

세종은 한글을 창제한 이유를 "우매한 백성들이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 이를 딱하게 여기어 새로 28자를 만들었으니, 사람들로 하여금 쉬 익히어 날마다 쓰는 데 편하게 할 뿐이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우매한 백성을 지극히 생각하는 온전한 마음, 지도자로서 오로지 백성들을 위하는 온전한 마음을 지녔기에 그토록 위대한 정치를 펼쳤을 겁니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 역시 "대중은 우매하다"고 했다고 합니다. 세종이나 문창극 지정자 모두 백성(대중)을 '우매'하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창극 지정자가 쓴 '우매'는 약자를 깔보는 말로 들립니다. 

총리 지명권자가 세종이라면 문창극을 지명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 사람을 총리 후보로 지명하는 최고 지도자가 펼치는 통치 하에서, 덩달아 우매한 대중이 되지 않는 한 방법은 <세종처럼>과 <세종이라면>을 통해 진정한 지도자 모습을 또렸하게 그려보는 데서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덧붙이는 글 <세종처럼>(지은이 박현모/미다스북스/2014. 6. 5/2만 원)
<세종이라면>(지은이 박현모/미다스북스/2014. 6. 5/2만 5000원)

세종처럼 - 2014년 양장개정판, 소통과 헌신의 리더십

박현모 지음,
미다스북스, 2014


#세종처럼 #세종이라면 #박현모 #미다스북스 #세종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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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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