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망언' 동영상 보도는 하나님의 뜻?

[게릴라칼럼] 반인권·반민족적 철학 가진 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 당연

등록 2014.06.12 10:44수정 2014.06.1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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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이쯤 되면,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수첩'이 몹시도 궁금해진다. 도대체 어떤 인물들로 채워져 있기에 인사가 빵점인가. '기춘대원군'으로 불리는 김기춘 비서실장이 검증(?)을 하긴 하는 걸까도 궁금해진다.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을 무력화 시키는 저 빵점짜리 '인사수첩'은 이제 폐기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선장은 이래서 중요한 법이다. 길환영 전 사장을 끌어내린 KBS가 제대로 한 건 터트렸다. 11일 달라진 KBS <뉴스9>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검증관련 단독보도를 머리기사로 올렸다.

KBS는 이 방송에서 교회 장로였던 문창극 후보자가 2011년 자신이 다니던 교회 강연에서 '일제의 식민 지배와 이어진 남북 분단이 하나님의 뜻'이란 취지의 발언을 한 동영상을 보도했다. 같은 시각, 국민TV <뉴스K> 역시 같은 내용의 보도를 내보냈다. 이후 밤새 국민들이 보여준 공분은 '일파만파'란 표현도 부족해 보인다. 그만큼, 망언의 내용과 수위는 충격적이다.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문창극 망언 퍼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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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망언을 보도한 11일 KBS 9시뉴스 화면. ⓒ 권우성


"하나님은 왜 이 나라를 일본한테 식민지로 만들었습니까, 라고 우리가 항의할 수 있겠지, 속으로. 아까 말했듯이 하나님의 뜻이 있는 거야. 너희들은 이조 5백년 허송세월 보낸 민족이다. 너희들은 시련이 필요하다."

"(하나님이) 남북분단을 만들게 주셨어. 저는 지금 와서 보면 그것도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 우리 체질로 봤을 때 한국한테 온전한 독립을 주셨으면 우리는 공산화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본으로부터 기술을 받아와가지고 경제 개발할 수 있었던 거예요, 지금 우리보다 일본이 점점 사그라지잖아요, 그럼 일본의 지정학이 아주 축복의 지정학으로 하느님께서 만들어 주시는 거란 말이에요."


이 강연 내용은 칼럼에선 그나마 정제돼 보였던 그의 '극우수구' 성향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준다. 특히나 문 후보자는 <중앙일보> 대기자와 온누리교회 장로, 서울대 교수 등 한국 사회의 중심에 서 있던 '강자'였다.

그의 망언은 친일·반공·수구적 시각 외에도 사회적 강자와 역사의 가해자를 대변하는 동시에 소수자와 피해자를 공격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지극히 편협한 시각을 그대로 드러낸다. 대표적인 것이 국가와 대통령이 사과하고 인정한 '제주 4·3'사건에 대한 인식이다.

"제주도 4·3 폭동사태라는 게 있어서... 공산주의자들이 거기서(제주도) 반란을 일으켰어요."

이 발언을 들은 '제주 4·3 사건' 피해자들이 받을 상처를 떠올린다면, 그의 후보자 지명 자체가 또 다른 피해자를 낳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더 나아가 그의 말대로라면 유관순, 윤봉길, 안중근 등 항일 애국선열들의 역사적인 족적 역시 하나님의 말씀을 거스르는 행위를 한 것뿐이다. 온누리교회를 비롯한 기독교인들이 먼저 그의 총리 후보자 지명을 반발하고 나서야 하지 않을까.

문창극 동영상 미리 보여주신 것도 하나님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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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는 문창극 "사과할 뜻 없어" "일본의 식민 지배와 남북 분단이 하나님의 뜻이었다"고 표현한 과거 발언이 공개돼 물의를 빚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사과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문 후보자가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받고 있다. ⓒ 남소연


한편으론 혹시 그를 지명한 이유가 국민 대통합을 이루려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의 '기획(?)' 아닐까란 의심까지 들 지경이다. 그의 망언 수위가 진보·보수, 좌파·우파, 남녀노소 모두에게 공분을 자아낼 수밖에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전관예우'로 낙마한 안대희 후보자를 받아들였어야 하는 것 아니었나' 하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11일 오후 10시 10분께 한 포털 사이트에 걸린 <문창극 "日식민지배 하나님 뜻" 野 지명 철회해야>란 <노컷뉴스> 기사에는 11시간이 지난 12일 오전 9시 현재 댓글만 1만7600여 개가 달렸다. SNS 상에도 밤새 그에 대한 성토가 넘쳐났고, 아침이 밝은 지금도 그 성토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문창극을 보면 사회적 지위도 높고 학력도 높아서 말하는데 어떤 제재도 받지 않고 살아온 한 남자가 보인다. 잘못된 역사의식과 삐뚤어진 가치관을 가지고도 그가 지닌 힘이 커서 멋대로 지껄여도 누구 하나 반론을 제기하지 안(못)한 탓에 괴물이 되어버린." (@Sa*************)

"박근혜 수첩에는 어째 문창극같은 사람만 가득할까. 일베 뉴라이트의 엑기스더만." ( @ja*******)

"문창극의 발언이 교회에서 한 것이라서 면죄부를 받는다면, 교회는 "우리들만의 언어로 말하는 우리들만의 공간"이라고 인정하는 꼴이 됩니다. 사람들에게 교회로 오라고 말할 수 없게 되는 겁니다. 교회의 공공성과 선교적 사명을 포기하는 셈입니다." (@fa*******)

"총리는 친일 찬양, 국정원장은 차떼기 돈 배달. 쓰레기 하치장도 아니고 이건 뭐." (@wr*******)

"하나님의 뜻으로 처단하고 싶다. 이런 인물을 총리로 내세우는 정부는 정말 생각이 있는 거냐." (ksw9****)

"이런 동영상 공개되어서 너처럼 똥같은 인간, 국무총리 되지 말라고 미리 보여주신 것도 하나님 뜻*^^*." (awad****)

"문창극은 보수 아니다... 이들이 지배하면 망한다"

앞서 문 후보자는 총리 후보로 지명된 직후 <중앙일보> 대기자 시절 보여준 극우보수 색채의 칼럼으로 단숨에 주목을 받은 뒤 '문참극'이란 닉네임을 얻은 바 있다. 지명 직후였던 10일 오후 후보자 프로필을 비롯해 환영의 기사를 내보냈던 <중앙일보>의 반응은 흥미롭다. 12일자 1면 톱은 <요즘 기업이 안 보인다>는 제목의 기획기사. 대신 또 다른 대기자인 박보균 칼럼의 제목은 <박근혜 인사의 파격>이다.

"그는 자유민주적 보수주의자다. 그 색채는 선명하다. 그는 자기 소신에 온정을 넣었다. "지금까지 보수적 가치가 우세했다면 앞으로는 진보적 가치와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서 "단, 진보에서 친북은 분리해야 한다. 그래야 순수한 진보가 더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온정적 보수주의자다(중략). 그는 자기 철학을 국정에 주입해야 한다. 그는 "행정경험이 없다"고 했다. 공직사회는 그 점을 주시한다. 관피아 퇴출은 개혁의 우선 대상이다. 관료 장악은 골치 아픈 과제다. 개혁은 정교해야 한다. 체험과 의지의 간격을 메워야 한다."

자기 철학을 국정에 주입해야 한다니, 섬뜩하다. 망언이 공개되기 전에 작성된 칼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료이자 선후배사이일 또 다른 대기자가 이런 인식을 보여준다는 것 자체가 끔찍하다. 문창극 후보자의 친일·극우·반민족·반인권적인 철학이 박근혜 대통령과 만났을 때 벌어질 화학작용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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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사과할 뜻 없어" "일본의 식민 지배와 남북 분단이 하나님의 뜻이었다"고 표현한 과거 발언이 공개돼 물의를 빚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사과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문 후보자가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하고 있다. ⓒ 남소연


망언이 전 국민에게 알려진 12일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마주친 문 후보자는 망언에 대해 "사과할 뜻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1948년생인 그가 한평생 지켜온 철학과 세계관을 바꿀 여지는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아니, 그 전에 국민들이 그를 용납할 것 같지 않다. 아무리 '보수'라는 색깔을 덧씌운다 해도 안 될 일은 안 될 일이다.

"'강한 가해자, 권력 쥔 악인'과 동일시하며 칭송하는 자들은 결코 '보수'가 아닙니다. 자기 나라와 민족을 침략하고 짓밟은 행위까지 찬양하는 게 어찌 보수일까요? 그들을 '파시스트', '초국가주의자', '극우'라 부릅니다. 이들이 지배하면 망합니다."

'문창극 망언'에 대한 자칭 보수주의자인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의 일갈이다. 6·4 지방선거 이후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잊은 듯한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 역시 귀담아 들어야 할 보수주의자의 충언인 셈이다.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게 될 인사에 대한 책임은 따로 져야 하겠지만, 늦지 않았다. 후보자 지명을 철회할 시간은 충분하다. 양파와 같이 까도 까도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문창극 후보자의 말과 글이 더한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기 전에 말이다.
#문창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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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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