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다친 늙은 개, 휠체어라니!

반려견, 이름에 맞게 대해주세요

등록 2014.05.24 14:29수정 2014.05.2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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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늙은 개가 뒷다리를 다쳐 급하게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자칫 잘못하면 휠체어를 태워야할지도 모르겠다며 몇 장의 휠체어 사진을 보여줬다. 나는 순간 아찔했다. 휠체어라니 상상도 하지 못 한 일이었다. 태연한 척 하며 개를 입원시키고 밖으로 나와 한참을 울었다.


만약 저 나이든 개가 더 이상 제 발로 걷거나 발을 구르지 못한다면 어떻게 하는가. 나는 말도 하지 못하는 작은 짐승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 순간 다만 그 작은 생명이 안쓰러웠고 그 이상의 다른 생각은 할 수 없었다.

다행히도 지금은 치료 경과가 좋아 얼마 후면 다시 제 발로 뛰거나 걸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그때 의사의 말을 잊을 수 없다. 생각보다 많은 수의 견주가 개가 아프거나 다치면 대수롭지 않게 개를 버린다는 말을 말이다.

동물자유연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 번 키운 개를 얼마나 오래 키웠냐는 질문에 70%에 달하는 사람이 1년에서 5년 미만이라 답했다. 죽을 때까지 키웠다는 사람은 단 12% 정도에 그쳤다. 개의 수명은 10년에서 15년 정도이다. 현재 장수하는 개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길가에서 종종 마주하는 떠돌이 개들의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데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다. 예쁘고 귀여워 데리고 왔더니 짖거나 배변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혹은 털이 너무 날린다는 이유로 파양을 하거나 다른 곳을 보내버린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을 해본다면 개가 짖거나 털이 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개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오기 전에 분명히 스스로 간단히 생각해봐야 했을 일들이 있다. 개의 습성과 행동 방식에 관한 것들 말이다. 물론 금전적인 부분은 필수적으로 고려해야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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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와 산책나온 여성 ⓒ 정현순


개와 함께 사는 것은 어디선가 보고 들었던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본인이 그저 외로워 개를 키우려 한다면 사실 이는 너무도 분명한 결과를 예측하게 한다. 개를 단지 외로움을 잊기 위해 키운다면 예상하지 못하는 문제와 마주하게 되었을 때, 대처방법은 극적으로 단순하게 나타날 확률이 높다. 버리는 것.

개를 버리고 나면 더 이상 복잡해질 것이 없어 보이니 이처럼 쉬운 방법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나 개를 애완견에서 반려견으로 부르게 된 것처럼 우리는 조금 더 성숙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매년 유기동물의 수는 10만 마리를 거뜬히 넘기고 있다. 버려지는 개를 포함한 동물들에게는 감정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는가. 그들도 우리와 같은 생명을 가진 존재들인데 어찌 봉제된 인형처럼 품에 안았다 쉽사리 버려둘 수 있는지 스스로 되물어볼 일이다. 그 존재들에게 너무 가벼운 판단을 내린 것은 아닌지 말이다.

당신은 매일같이 누군가를 8시간이나 기다려본 적 있는가. 필자의 집에 있는 나이가 많은 개는 습관처럼 현관문 근처에 자리를 잡고 하나 둘 가족들이 귀가하는 것을 기다린다. 어쩌면 개에게 우주이자 세상의 전부는 다름이 아닌 함께 사는 필자를 포함한 필자의 가족일 것이다. 무조건적인 믿음으로 무장한 그 녀석에게 가끔 미안해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감정들 속에 던져지는가 생각해본다. 개와 함께 하면서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감정적인 치유를 경험할 수 있었다. 이제 생이 얼마 남지 않은 필자의 늙은 개는 그 존재만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의미를 지닌다. 짝이 되는 동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반려의 의미를 다시 새겨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자신의 짝을 찾으려 하는 이들에게는 당부의 말을 전하고 싶다. 개와 함께 하는 것은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많은 일이지만 그 과정까지의 일들을 예상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반려견 #유기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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