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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금', 이영애 없이 부활할 수 있을까

[주장] 속편 '대장금2' 성공은 미지수...과거 영광에의 집착은 위험해

14.05.20 10:43최종업데이트14.05.20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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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애 <대장금>에 출연해 한류스타가 된 이영애 ⓒ mbc

MBC 드라마 <대장금>으로 아시아는 물론 중동에까지 파급력을 행사하는 여배우가 되었던 이영애가 속편 <대장금2>의 출연을 최종 고사했다.

<대장금>은 누가 뭐래도 한류의 '킬러 콘텐츠' 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을 휩쓸다 못해 광풍을 일으켰고, 이영애가 한류스타로 등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주인공의 성공드라마를 그리는 이병훈PD 특유의 스토리 전개, 김영현 작가의 필력, 한국 특유의 음식과 한방치료를 담은 장면 또한 <대장금>을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기는 하지만, 이영애는 그 중심에서 주인공으로서 대중들을 사로잡았다.

당시에도 일부에서 '나이와 이미지가 맞지 않는다'는 등의 비판적인 시각이 있었지만, 이제 <대장금>을 논할 때 이영애 말고는 다른 주인공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그런 이영애가 <대장금2>에 출연한다면 <대장금>의 성공을 그대로 답습하려는 느낌을 지워버릴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 된다. 이미 해피엔딩으로 종영한 <대장금>에서 다른 이야깃거리가 나올 수 있는지도 미지수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대장금, 더 할 이야기 남았을까

<대장금>이 방송됐던 10여 년 전만 해도 착한 주인공이 역경을 헤쳐 나가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이야기가 통했지만, 그런 구조는 이후 이병훈 PD에 의해서 <이산> <동이> <마의>등으로 수없이 되풀이 되었다. 김영현 작가 역시 박상연 작가와 콤비를 이루어 <선덕여왕> <뿌리 깊은 나무> 등으로 단순히 주인공의 역경 극복 스토리에서 벗어나 매력적인 악역을 보여주고 추리형식을 도입하는 등 변신을 꾀해왔다.

사실 <대장금>의 성공은 김영현 작가의 아기자기하고도 치밀한 스토리 구성에 힘입은 바 컸다. <선덕여왕> <뿌리 깊은 나무>로까지 이어진 필력은 작가의 능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영현 작가는 2012년 한 인터뷰에서 "저작권자로서 <대장금2> 제작에 합의한 적 없다"며 집필 계획이 없음을 밝혔었다. 그러나 결국, 방송사의 끈질긴 설득으로 김영현-박상연 콤비가 <대장금2> 집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처음부터 김영현 작가가 난색을 표한 것 역시 더 할 이야깃거리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이미 '서장금'에서 의녀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며 '대장금'이 된 주인공은 그 타이틀에 표현된 모든 것을 다 이뤄냈다. 그렇다면 스토리는 자연스럽게 대장금이 아니라 다른 인물들에 맞춰질 수밖에는 없다. <대장금2> 역시 대장금의 딸 역할로 이연희. 김소현 등 주목받는 신예들이 거론되며 스토리의 중심이 대장금에게만 쏠리지는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그것 자체가 이미 '대장금'이라는 타이틀을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다. 대장금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이 그만큼 줄어들면 굳이 제목이 <대장금2>일 까닭이 없다. 한마디로 <대장금2>는 <대장금>의 성공에 편승해 억지 스토리를 짜내는 방식으로 흐를 염려가 크다.

<대장금> 이 워낙 파괴력 있는 콘텐츠이기는 하지만 국내에서 속편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국내에서 자존심을 구긴다면 해외 판매 역시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우려할 부분이다. <대장금2>가 성공하지 못한다면 <대장금>의 좋은 추억을 훼손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이영애의 고사는 오히려 현명하다.

또한 중국 자본이 투입된다는 이야기도 들리는데, 이는 마냥 기뻐할 일만은 아니다. 중국자본이 유입되면 스토리는 중국이 원하는 방식으로 틀어질 위험이 있으며 중국에 대한 각종 협찬 역시 드라마에 끼워 넣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 한국적인 스토리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대장금>의 정체성마저 흔들릴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드라마의 성공은 아무리 좋은 작가와 연출이 고군분투 하더라도 100%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차라리 더 좋은 킬러 콘텐츠를 만들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그러나 여전히 <대장금>의 환영에 사로잡혀 제작을 고집하는 방송사의 태도는 실망스럽다. 이미 <대장금>은 54부작으로 웬만한 미국드라마 두 시즌 분량을 넘어섰다. 스토리 역시 궁녀에서 의녀가 되는 장금이를 보여주며 시즌2 격의 이야기를 모두 완성해 냈다.

그런 대장금을 부활시키겠다는 것은 좋은 콘텐츠를 만들려는 노력이라기보다는 욕심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이젠 <대장금>을 대표하는 이영애가 빠졌다. 출연만으로 관심을 끌 수 있는 인물이 사라진 <대장금2>가 해외 팬들에게 단순히 이름만으로 통할 수 있을 것인가. 결국 이영애의 출연이 무산됨으로써 <대장금>이라는 제목을 갖다 붙인 드라마 역시 그 의미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대장금이 없는 <대장금>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방송사로서는 최대 위기를 맞은 것이다. 과연 이영애 없는 <대장금2>로 얼만큼의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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