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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대통령 생전에 조선일보 향해 남긴 말은

[인터뷰] '슬기로운 해법' 김성재 "시민의식이 깨어있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14.05.17 11:48최종업데이트14.05.17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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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 슬기로운 해법 의 기획을 맡은 김성재 ⓒ 시네마 달


<슬기로운 해법>은 보수 언론에 길들여진 언론계의 행태를 꼬집는 영화이면서 동시에 보수 언론이 어떻게 고 노무현 대통령과 날선 각을 세웠는가 하는 점을 장면으로 비판하는 영화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한 적이 있는 김성재는 <슬기로운 해법>을 기획했으며 영화 가운데서 인터뷰이로 출연한다.

언론 권력에 대한 의문을 갖고 꾸준하게 비판할 줄 아는 성숙된 시민의식만이 언론 권력을 견제할 수 있다고 믿는 그는, 거대 언론의 권력이라는 골리앗에 시민 의식이라는 연대된 다윗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아는 이였다. 다른 이가 보면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은 모양이지만, 그럼에도 꾸준한 시민 의식의 각성이야말로 떨어지는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고 생각하는, 꾸준한 시민 의식이 진정한 최고의 미덕이라는 걸 믿는 이상주의자이기도 하다.

- 영화 <슬기로운 해법>은 <야만의 언론>을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다. 맨 처음에 책을 집필한 계기를 들려 달라.
"책을 쓰겠다는 계획은 오래되었다. 전에는 다음날 아침에 나올 신문이 가판으로 나왔다. 참여정권 전까지만 해도 가판에 나온 신문에 문제가 있으면 청와대가 '기사를 수정해 달라' 혹은 '빼 달라'는 압력이 있었다. 참여정부 들어서는 가판 제도가 비판을 받아서 신문사가 전날 저녁에 발행하는 신문을 서서히 없애는 분위기가 되었다.

2007년에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왜곡 보도에 대해 청와대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정하는 일을 했다. 대응을 한다고 해서 각 언론사 기자들에게 이렇게 써달라고 만나거나, 전화을 걸거나, 데스크에 압력을 넣는 일은 아니었다. 아침에 나온 신문을 보고 청와대 정책을 왜곡하는 보도라고 판단되면 기사가 어떻게 해서 왜곡기사가 되었는가에 대한 글을 쓰거나,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대응했다.

이 정도는 청와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판단했다. 이를 두고 언론 탄압이라고 할 수는 없는 거다. 언론 권력이 잘못 보도한 것에 대해 청와대는 반론권을 가져야 한다. 정책에 대한 왜곡보도가 다가 아니었다.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과 조롱, 비하와 막말이 심했다. 당시 언론의 이런 행태에 청와대가 모두 대응하지 않았다. 심하다고 판단되는 것에 대해서만 바로잡고자 했다.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왜곡보도가 너무 심해서 2007년에 이를 묶어서 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에는 청와대 행정관이라는 이름을 갖고 책을 내기에는 부담이 되었다. 자료만 묶어 두었다가 2009년 5월에 고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했다. 몇 달 동안 아무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언론의 왜곡 보도을 밝혀야겠다는 차원에서 2009년 가을부터 책을 쓰기 시작해서 2010년에 책이 만들어졌다.

언론의 왜곡된 보도가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갈 수도 있으며, 정책을 실패로 몰아갈 수도 있다는 걸 책을 통해 알리고 싶었다. 왜곡 보도는 일종의 범죄다. 언론사들은 범죄 증거를 신문에 고스란히 남겼다. 그 증거들이 <야만의 언론>에 담겨 있다."

▲ 슬기로운 해법 의 기획을 맡은 김성재 ⓒ 시네마 달


- <슬기로운 해법>은 박연차 사건을 비롯하여 보수 언론이 어떻게 참여정부를 공격했는가를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참여정부 들어 보수 언론의 공격이 왜 DJ 정부보다 강도가 심했다고 보는가.
"DJ 정부는 언론과 타협할 줄 알았다. DJ정부 초기에는 보수 언론인 조중동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참여정부 들어서는 보수 언론의 노무현 때리기가 심화되었다. 한나라당(새누리당) 의원 및 몇몇 보수 언론 필진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에도 대통령이라고 부르지 않고 노무현 씨로 불렀다. 한 번도 보수언론에게 무릎을 꿇은 적이 없어서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다.

조선일보는 고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할 때부터 심한 비판을 해 왔다. 생전에 고 노무현 대통령은 '내가 조선일보 앞에 가서 꽃을 바치고 무릎을 꿇는다고 한들 조선일보가 나를 예쁘게 보아주겠느냐'고 밝힌 적도 있다.

DJ 정부가 들어설 수 있던 건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촉발한 IMF로 한나라당에게 계속 정권을 맡길 수 없다는 심판론이 작용했다. 보수 진영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고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어 보수 진영은 이렇게 가다가는 정권을 되찾을 수 없겠구나 하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보수 언론과 뉴라이트, 새누리당 정치인들이 뭉쳐서 5년 내내 참여정부를 실패한 정부로 몰고 가야 더 이상 민주 진영에 정권을 내주지 않겠다고 판단한 거다. MB가 정권을 잡자마자 한 일을 보라. 노무현이 아닌 건 모두 허락되지만 노무현과 관련된 건 모두 안 된다고 규정하지 않았나. 노무현이 시행했던 정책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상관하지 않고 모두 폐기했다."

- 조중동이 전체 언론의 75% 가량을 차지한다는 건 어떤 폐해를 낳는가.
"언론은 다양성을 가져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하는 언론사가 있다면 반대로 저런 생각을 하는 언론사도 공존해야 민주적인 사회다. 조중동은 여론 시장을 형성한다. 신문만 아니라 방송, 인터넷 언론에도 관여하고 있어서 신문 시장만 독과점을 형성하는 게 아니라 여론 시장의 75%을 형성한다.

조중동이 아침에 신문을 내놓고 의제를 만들어놓으면 모든 방송이 조중동의 의제를 따라간다. 경향이나 한겨레도 먼저 의제 설정을 내놓지 못한다. 다양한 의제가 설정되지 못하고 조중동이 설정한 의제에 따라간다. 여론의 다양성을 해치는 심각한 상황에 다다른 거다.

지역 매체 신문이 많다. 하지만 지역 매체 신문이 해당 지역에 맞는 의제를 만들지 못한다. 미국과 유럽은 지역 매체가 발달했다. 일본은 보수적이기는 해도 매체가 다양한 목소리를 내면서 독과점을 형성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조선일보를 보나 동아일보를 보나 똑같은 소리를 낸다."

▲ 슬기로운 해법 의 기획을 맡은 김성재 ⓒ 이선종


- <슬기로운 해법>은 언론사의 목소리만 따를 것이 아니라 시민의식의 각성을 촉구한다.
"보수 언론의 권력은 막강하다. 책이나 영화로 짧은 기간 동안 변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참여정부 때부터 안티조선운동이 있기는 했지만 지금은 잠잠하다.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이 광고 불매운동도 했지만 변하지 않는다. 언론 권력은 자체적으로 개혁되지 않는다. 요즘 MBC나 KBS 기자들이 성명을 내기 시작했다. 세월호 사건이 터지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안에서 꿈틀대기 시작한 거다.

시민의식이 깨어있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신문 절독 운동을 하든, 광고 불매운동을 하든 시민이 각성하지 않으면 언론 권력은 바꾸기 힘들다. <슬기로운 해법>을 보면 시민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방법론은 제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물음표를 제시하는 것에 의의를 두어야 한다. 언론 권력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영화는 <슬기로운 해법>이 처음이다."


김성재 노무현 슬기로운 해법 조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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