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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집 마당에서 개구리 뒷다리를 물고 있는 꽃뱀입니다. ⓒ 강미애
중년의 삶을 살게 되면서 언제부터인가 눈앞에 핸드폰이나 열쇠를 놓고도 찾게 됩니다.
특히 핸드폰을 못찾아서 집전화로 번호를 눌러서 소리를 듣고 종종 찾습니다. 외출 했다가 가스불을 켜놓고 온것 같아 부랴부랴 가던길을 돌아서 집으로 되돌아 오면 가스불은 꺼진채 얌전히 있습니다.
시골집 텃밭에서 일하다가 호미를 어디에 뒀는지 몰라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일이 빈번합니다. 이렇게 중년의 삶은 건망증으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건망증 때문에 제 인생이 훨씬 편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나이듦에 따라 자연히 기억 속에서 잊어버려야 할 일들을 적당이 망각 함으로써 심신이 편안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 건망증을 긍정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의학적인 용어로 건망증이란, 경험한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거나 어느 시기 동안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거나 또는 드문드문 기억하기도 하는 기억 장애를 말합니다.
8년전에 겪은 내 인생의 일대사건도 이 건망증 때문에 극복하게 됨을 알게 됩니다. 그 힘든 고비를 이겨낼려고 사투를 벌이던 그 시절에 건망증이라는 정신적 작용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머리가 돌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그 일을 생각하면 정말 숨쉬기조차도 버거울 정도록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렇기에 나를 살려준 건망증이란 단어가 새삼 고맙다는 생각조차 하게 됩니다. 사십대 초반에 만난 그 친구를 정말 믿고 사랑 했습니다. 그 친구가 어느날 자신이 사채를 얻어 쓰게되어 못갚게 됨으로써 장기라도 팔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하소연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 친구의 생명을 일단 살리고 보자는 그 친구의 속임수에 걸려 들었던 나는 내가 가진 전 재산인 돈을 급전으로 빌려주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친구도 사채 업자라는 여인도 모두 가짜로 판명되었습니다. 두사람의 짜고치는 고스톱에 걸려던 나는 정말 뒷통수를 한방 맞은 기분으로 어떻게 수습을 할지 몰랐습니다. 결국 사기행각이 들통나자 두사람은 도망을 쳤고 기소중지에 있던 그 친구는 운전면허증을 갱신하러 갔다가 수갑을 차게 됐습니다.
경찰에서 만난 그 친구의 헬슥한 몰골과 그 친구의 어머니가 살아생전 설겆이라도 해서 자식의 빚을 조금씩이라도 갚겠다고 해 용서를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용서한 후로는 그 친구는 돈을 갚기는 커녕 다시 달아나 버렸습니다. 돈잃고 친구잃은 그 슬픔을 극복하느라 수년이 흘렀습니다. 6개월동안 실성한 사람처럼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며 누워있던 나는 어린자식이 "엄마, 배고파요" 하는 소리에 자리를 떨치고 일어날 수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억속에서 차츰 흐려지는 건망증으로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그렇지 않고 그 당시의 일들을 항상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으면 정상적인 삶을 살아올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사람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슬프고 무섭던 일들도 조금씩 잊어버리게 됨으로서 새 삶을 살아갈 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를 방금 낳은 여인은 출산의 고틍을 알기에 절대로 자식을 낳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몇년 후에는 또다시 아이를 가지게 되는 것도 건망증이 작용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슬픈일은 빨리 잊어버리고 좋은일은 오래 간직하는것이 건강에 참 좋은 일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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