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뽕짝 틀어주는 의사, 이게 치료?

[병원 문턱은 낮추고, 건강은 올리고③] 신뢰할 수 있는 주치의가 있다는 것

등록 2014.05.16 10:44수정 2014.06.0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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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 의료영리화 문제가 전 국민의 불안을 야기시키는 요즘, <오마이뉴스>와 한국의료협동조합은 국민의 건강권과 의료의 공공성을 위한 '우리동네 주치의' 의료협동조합의 오늘과 내일의 모습을 함께 짚어 봅니다. [편집자말]
이런 진료를 하는 의사가 있습니다. 우울증을 앓고 계신 할머니와 진료실에서 뽕짝을 틀어놓고 춤을 추는 의사. 약으로도 어떤 위로로도 어떤 진료로도 나아지지 않았던 할머니의 우울증은 이날 이 의사의 뽕짝 진료를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었다고 합니다.

대전에 있는 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아래 의료협동조합)의 나준식 내과전문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그 할머니는 그 후로 원장님의 열성 팬이 되셨다지요? 의료진의 전문적인 의료 처치 기술의 틀을 확장하여 환자의 상황과 필요에 맞는 환자 중심의 의술을 펼치는 곳, 바로 의료협동조합입니다.

뽕짝 메들리가 흐르는 병원, 건강한 사람도 찾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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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짝 틀어주는 의사가 있는 진료실. ⓒ 오마이뉴스


진료는 원장실 안으로만 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병원 앞 도로를 향한 스피커에서는 DJ원장님의 치유 음악이 거리를 지나는 동네주민들의 마음을 만져줍니다. 중간 중간 신나는 뽕짝메들리와 함께요. 또한 병원 문 앞의 의료진 칠판 편지 그리고 그곳에 붙은 동네 주민들의 포스트잇은 의료협동조합이 지역주민, 환자들과 나누는 또 하나의 대화입니다.

병원이 아플 때만 오는 곳이 아니라 동네 사랑방의 기능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하는 곳, 그런 덕분에 은행 가는 길에 잠깐, 시장 가는 길에 다시 잠깐, 창문 넘어 눈 인사를 주고 받으며 서로의 안부를 챙기는 곳이 있습니다.

각자 먹고 사는 일에 치여 정신없는 자식들·가족들을 대신하여 일상다반사를 나눌 수 있는 곳, 때론 앞 환자의 오랜 상담으로 길어지는 대기시간에 짜증이 나지만 본인 역시 충분한 상담을 할 수 있기에 긴 대기시간을 묵묵하게 기다리는 환자들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항생제 처방을 지양하고 적정 진료를 준수하기 위한 노력이 오히려 병이 잘 낫지 않는 병원으로 동네에 소문이 나 버리기도 한 곳, 그러나 곧 특정 증상 하나만이 아닌 환자 전체의 마음과 몸이 살펴지는 경험들이 쌓이며 조금씩 골수팬들도 많아지는 곳, 나에게도 주치의가 있다는 든든함을 주는 곳, 바로 의료협동조합입니다. 


무엇보다 의사의 권위가 앞서기보다는 같은 눈높이에서 동등한 인격으로 환자 스스로가 아픔의 주체가 되어 주도적으로 아픔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곳이 의료협동조합의 가장 큰 특징이 아닌가 싶습니다.

친척이 아픈다면... 무엇이든지 물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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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생협이용자들과의 간담회 장면. ⓒ 한국의료협동조합


이러한 맥락으로 의료협동조합은 환자의 알 권리, 결정할 권리, 개인 신상 비밀을 보호받을 권리, 치료받을 권리 그리고 참가하고 협동할 권리라는 환자권리장전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대부분의 의료협동조합 의료기관에서 쉽게 이 환자권리장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동네에서 오래도록 쌓인 신뢰는 나의 건강은 물론 이웃이나 먼 친척의 건강에 대하여도 문제가 있으면 먼저 찾을 수 있는 주치의 의료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필자의 경우도 부모님이 교통사고가 났다거나 친구들의 건강문제를 접하게 되면 제일 먼저 이곳에 문의를 하곤 합니다. 해당 의료협동조합의 진료과목이 아니더라도 연계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을 추천받아 좀 더 믿을 수 있는 마음으로 치료를 받곤 합니다.

믿는다는 것, 신뢰한다는 것. 예를 들면 주류의학에서 소외되는 논쟁점이 많은 어떠한 치료법에 대하여도 좀 더 열린 상태로 관심 지점들을 충분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그런 이야기를 눈치 보지 않고 충분하게 할 수 있다는 '신뢰'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 그런 믿음과 신뢰는 의료협동조합의 가장 큰 매력이지 않나 싶습니다.

어쩌면 병원이 어떤 한 개인의 사업체가 아니라 건강한 지역사회를 가꾼다는 지향을 함께하는 공동체 구성원의 결사체로 역할 하는 덕분에 환자와 의료인, 이 공동체 구성원의 상호신뢰가 좀 더 쉽게 쌓여가지 않나 싶습니다.

진료실 밖에서의 건강, 계속 고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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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들과 함께 하는 건강 강좌 모습. ⓒ 한국의료협동조합


그러나 아직 의료협동조합은 현재진행형입니다. 하나의 줄기에 각자의 잎이 피듯 협동조합이라는 큰 맥락에 의료인, 조합원, 환자, 지역주민은 각자의 색깔로 각자의 주체성으로 자기 목소리를 냅니다. 충분한 다양성은 무한한 가능성이기도 하지만 종종 또 그만큼의 갈등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모두가 달라서 모두가 좋다'는 일본 미나미 의료생협의 표어처럼 우리의 이 과정도 각자의 그 고유한 독특성이 진료의 영역에서, 생활의 영역에서 각자의 빛이지만 화합하여 발할 수 있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환자이용위원회(각 조합별로 위원회 명칭은 상이함)는 이러한 각자의 생각과 마음들을 공유하고 논의하며 공동의 지향을 향해 과정에 참여하는 모임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과 진료진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본 위원회는 환자 입장에서의 이용과 관련된 다양한 의견과 건의들이 제안되고 이런 부분들을 진료진과 나누고 의견을 조율합니다. 환자는 진료진의 시선과 입장을 진료진의 환자의 시선과 입장을 공감하며 서로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인 거죠.

점점 더 의료협동조합이 알려지고 특히 동네에서 신뢰가 쌓이며 이용 환자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반가우면서도 물리적 시간의 한계로 예전만큼 충분하게 마음껏 진료 상담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져 걱정도 쌓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진료실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건강을 지키는 방법들을 연구하게 됩니다. 환자 스스로 소모임을 만들기도 하고 강의 요청을 하기도 합니다. 동네이웃과, 의료진들과, 모두 함께 건강을 만드는 의료협동조합, 가까운 지역에서 참여해보세요.
덧붙이는 글 글쓴이 민혜란씨는 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장입니다.
#한국의료협동조합 #민들레의료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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