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위로하기 위해서 모인 작가들

광명의 한 갤러리에서 열린 작가들의 퍼포먼스

등록 2014.05.03 15:53수정 2014.05.0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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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앨리스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서 모인 작가들 ⓒ 김준희


"예술이 꼭 사람들에게 흥이 나게 하는 것 만은 아닙니다. 지금처럼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때, 사람들을 위로하고 보듬어주는 역할도 예술이 해야하는 일입니다."


지난 4월 29일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에 위치한 갤러리 '앨리스'에서 특이한 퍼포먼스가 열렸다. 10여 명의 작가들이 함께 모여 즉석에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 것.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위해서 작가들이 모인 자리였다.

이날의 퍼포먼스를 준비한 김묵원(48) 작가는 '찰나에 피다'라는 콘셉트로 펼치는 '라이브 드로잉 아트'로 유명하다. 글자 그대로 대중들 앞에서 직접 자신의 작품을 그려보이는 것이다. 언뜻 생각하기에 예술가들은 자신이 작업하는 모습을 남들이 바라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것만 같다.

"저는 오히려 대중들 앞에서 작업할 때 긴장이 되고 집중이 되요.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일반 대중들과 현장에서 교감을 얻을 수 있고요. 일반적으로 관객들은 완성된 작품만을 보게 되잖아요. 하지만 저의 경우에는, 관객들이 작품의 시작부터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볼 수 있어요. 그렇게 관객들과 교감을 이루어가려고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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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앨리스 자신의 작품 옆에선 김묵원 작가. ⓒ 김준희


갤러리에서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김묵원 작가의 친구인 독일의 한 작가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이다. 그 독일 작가는 세월호 참사로 숨진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서 자신의 작업실 앞에 커다란 종 세 개를 설치해두고 다른 작가들과 함께 그 종을 울리고 있었던 것.

김묵원 작가가 준비한 하얀 천 위로 그 동영상이 펼쳐지고 있었고, 그 천 위로 수묵화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국화 그려본 지 오래 됐는데..."

한 작가는 이런 말을 하면서도 선뜻 붓을 잡고 국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10여 명의 작가들은 교대로 붓을 들고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갔고, 수묵화에 대한 지식이 없는 나는 그 과정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김 작가의 말대로 일반인들은 작가들이 작업하는 과정을 바라볼 기회가 거의 없다. 하얀 천이 꽃으로 뒤덮히는 광경을 볼 기회는 더욱 없을 것이다. 김 작가는 바로 이런 과정을 일반인들과 공유하려고 하는 것이다.

20분 쯤 지났을까.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었고 김 작가는 거기에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문구를 써넣었다. 그 위로 노란 리본들이 붙여진다.

'꽃보다 어여쁜 너희에게. 미안하다,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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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그려지기 시작한다. 독일 작가의 종 치는 동영상이 그 위로 겹친다.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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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수묵화 하얀 천에 그려지는 국화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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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수묵화 하얀 천을 채워가는 꽃들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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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수묵화 하얀 천을 채워가는 꽃들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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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수묵화 하얀 천을 채워가는 꽃들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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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수묵화 희생자들을 기리는 문구를 쓰고 있는 김묵원 작가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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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수묵화 완성된 작품 위로 노란 리본이 붙여진다. ⓒ 김준희


#세월호 #갤러리 앨리스 #김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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