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국방장관, 기자회견장에서 '정면 충돌'

중 "군 사용 준비 완료" vs. 미 "일본·필리핀은 우리 우방"

등록 2014.04.09 10:14수정 2014.04.09 10:14
0
원고료로 응원
a

8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 국방장관 ⓒ 중국 국방부 누리집 보도자료 갈무리


미국과 중국의 국방장관이 공동 기자회견장에서 양국 현안 문제와 관련해 정면으로 충돌했다.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8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과 중국 국방장관 격인 창완취안 국방부장이 상호회담 이후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국 간 현안 문제에 대해 뚜렷한 이견을 노출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창 부장은 최근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 분쟁을 두고 "논쟁할 수 없는 주권 문제"라면서 일본을 비판했다. 이어 그는 "중국이 먼저 공격을 하지는 않을 것이나 필요할 시 영토 수호를 위해 군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라며 전쟁도 불사할 것임을 밝혔다.

창 부장은 거듭 "일본과의 영토 분쟁은 영토적 주권의 문제로 어떠한 타협이나 양보·협약이 있을 수 없다"라면서 "중국군은 부르면 올 것이며 어떤 전투도 할 수 있고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초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창 부장이 일본은 물론 필리핀과의 영유권 분쟁에 관해서도 강경 발언을 이어나가자 척 헤이글 장관은 손을 내저으며 "필리핀과 일본은 미국의 오랜 우방"이라고 맞받았다. 이어 척 헤이글 장관은 "우리는 각국과 상호 방위 조약을 체결하고 있고, 미국은 완전하게 조약의 의무를 다할 것"이라며 창 부장의 발언에 정면으로 대립각을 세웠다.

이어 척 헤이글 장관은 "중국은 영유권 갈등이 있는 섬들에 대해 일방적으로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할 권리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한 비협력적이고 비협상적인 태도는 결국 위험한 갈등을 촉발할 것"이라면서 "미국은 중일 갈등과 관련해 일본을 보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앙군사위 부주석도 "미 국방장관, 실망"


한편,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척 헤이글 국방장관과 면담한 판창룽 중국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도 면담 석상에서 헤이글 장관에게 '당신의 발언에 실망했다, 나는 당신의 최근 순방과 발언에 대해 특별히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판 부주석은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헤이글 장관에게 "당신에게 솔직하게 말하자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국방장관 회의와 일본 정치인과의 회동에서 한 당신의 발언은 거칠고 결연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나를 포함한 중국인들은 (당신의) 그러한 언급에 실망했다"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앞서 헤이글 장관은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와 동(남) 중국해에 관한 분쟁은 일방적이고 도발적이며 이 지역의 긴장을 촉발할 수 있다"라면서 사실상 동맹국인 일본과 필리핀의 입장을 지지한 바 있다.

헤이글 "북한에 압력 행사해달라"... 중국, 구체적 입장 표명 안 해

한편,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이번 중국 방문에서 북한 핵 문제도 강력하게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척 헤이글 장관이 "한반도의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 비핵화는 양국 모두의 공통된 이익"이라며 "중국이 북한에 대해 적극적인 압력을 행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중국은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반도 정세는 매우 취약하다"라면서 "관련 당사국이 대국적인 견지에서 말과 행동을 신중하게 함으로써 정세 완화와 6자회담 재개에 도움이 되는 일을 더 많이 하기를 희망한다"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했다.

최근 한·미·일 6자회담 수석 대표들은 워싱턴에서 연 회동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을 두고 "상응하는 대가를 치를 것"이라면서 공동 보조를 취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미국과 중국이 양국 국방장관 회담에서 정면으로 충돌함에 따라 다시 한반도 긴장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중 양국 국방장관의 이번 '정면 충돌'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북한과의 중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중국이 주변 현안을 두고 미국과 분명한 입장 차이를 공개적으로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자칫 한반도 주변 문제가 한·미·일 대 북·중간의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중미 관계 #북핵 문제 #영토 분쟁 #중 국방부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군산 갯벌에서 '국외 반출 금지' 식물 발견... 탄성이 나왔다
  2. 2 20년만에 포옹한 부하 해병 "박정훈 대령, 부당한 지시 없던 상관"
  3. 3 남자의 3분의1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다고?
  4. 4 광주 찾는 합천 사람들 "전두환 공원, 국민이 거부권 행사해달라"
  5. 5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두려움에 떨고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