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북 가족 통화 녹취록, 유우성 사건 증거로 제출

[단독] 국정원이 준 소형 녹음기 사용... 송금 전제로 진술 유도 의혹

등록 2014.04.08 09:59수정 2014.04.0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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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과 검찰이 '탈북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씨의 밀입북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탈북자들에게 북한에 있는 가족들과 몰래 통화하게 해 녹음한 녹취록을 연이어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녹취록은 1심과 2심 각각 한차례씩 총 두 번 제출됐다. 1심 제출 녹취록은 국정원이 탈북자에게 제공한 소형 녹음기로 녹음됐다.

이런 행위는 북한에 남아 있는 탈북자 가족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크다. 최근 이 사건 항소심에 증인으로 나왔던 한 탈북자는 자신의 증언 사실이 북한 당국에 알려져 북한에 남아 있는 자녀가 보위부에게 조사와 협박을 받았다고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관련자들을 고소한 바 있다.

무엇보다 이런 녹취록은 통화 상대방인 북한 주민의 진위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증거 채택 가능성이 낮음에도 국정원과 검찰은 거듭 증거로 제출해, 혐의 입증은 고사하고 탈북자 가족의 위험만 높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실제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두 녹취록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또한 두 녹취록에서 남한의 탈북자가 북한의 가족에게 "곧 돈을 보내주겠다"고 말하는 내용이 공통적으로 담겨있어 증언을 매수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진위 확인 어려운 녹취록의 '이상한 공통점'

국정원과 검찰은 유우성씨에 대한 1심 재판에서 탈북자 A씨가 2009년 8월 말 북한에 있는 가족과 전화통화 한 녹취록을 진술조서에 첨부해 증거로 제출했다. 이 통화는 국정원이 탈북자에게 소형 녹음기를 제공해 녹음됐다. 이 녹취록에서 A씨의 가족은 "유우성이 모친 돌제사(1주기) 때 북한을 방문했다는 걸 법관(보위부 혹은 안전부 요원)에게 확인했다"고 말했다. 언급된 1주기 제사는 2007년 5월 하순이어서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2007년 7~8월 경 밀입북)과도 맞지 않다.

현재 진행중인 2심 재판에서도 국정원과 검찰은 탈북자 B씨가 북한에 있는 가족과 전화통화한 녹취록을 증거로 제출했다. B씨는 이미 1심에서 법정에 나와 "2007년 7~8월에 회령시에서 유우성을 봤다"고 증언했지만, 재판부가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한 인물이다. 녹취록은 B씨의 증언이 맞다고 가족이 확인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녹취록에 따르면 A씨는 가족에게 유씨 밀입북 여부를 확인해 전화를 달라고 부탁하면서 사흘 뒤 중국 돈 1만 위안(당시 약 183만원)을 보내주기로 약속했다. A씨는 국정원 직원이 작성한 진술조서에서 이따금 가족에게 돈을 보내준다고 진술했다. 또 B씨 역시 가족에게 신속하게 알아봐달라고 신신당부하면서 "일단은 이번 주 전화 달라, 그러면 내 이번 주 전화한 날에 돈 내보내 줄게"라고 약속했다.

특히 B씨와 통화한 가족은 처음에는 다른 내용으로 답했지만 반복되는 유도성 질문 끝에 B씨의 증언과 같은 내용으로 답변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B씨 역시 국정원이 제공한 녹음기로 녹음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정원 #공무원 간첩사건 #유우성 #녹취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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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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