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률'이 아닌 대학다운 잣대가 필요하다

[주장] 남서울대학교 운동건강학과 폐지에 대하여

등록 2014.04.04 18:25수정 2014.04.0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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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5일 오후 5시 6분]


남서울대학교 운동건강학과 학생들의 학과 폐지 반대운동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학생들은 학과 폐지 반대를 외치며 SNS 등 각종 매체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아침에 다니고 있는 학과가 사라진다는 통보를 받았으니 황당할 만도 하다.

남서울대학교는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배경이 운동건강학과의 낮은 취업률 때문이라고 밝혔다. 취업률이 80%에 이르는 다른 학과에 비해 운동건강학과의 취업률은 50%에 그친다는 것이었다.

학과 폐지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여러 번 이와 유사한 일이 있었다. 이유는 역시나 취업률이었다. 2012년 초 동국대 윤리문화학과가 폐과되고 문예창작과는 국문학과로, 북한학과는 정치외교학과로 통합돼 학생들이 대학 본관 앞을 점유하고 각종 시위를 벌이기도 했으며 지난 2013년 중순에는 민족시인 김소월을 배출한 배제대학교의 국문학과가 통·폐합돼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런 결정들은 모두 '학과구조조정'이라는 이름하에 이뤄졌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학과를 취업률 등 각종 지표에 따라 평가하고 구조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는 모두 학생들이 짊어져야 하는 짐이 된다. 초·중·고등학교 12년간 혹은 재수하면 그 이상의 시간을 투자해 대학에 수학(受學)하러 온 학생들의 학습권이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평가에 의해 박탈되는 것이다.

요즘 대학, 학문 익히는 것 보다는 제때 취업 강요


최근 우리나라 대학들에게서는 '진리추구의 장', '학문의 상아탑'이라 불리던 이전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취업률, 대학평가 등에 얽매여 "어찌하면 기업에 잘 보일 수 있을까", "어찌하면 대학평가 점수를 더 잘 받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쫒겨 학생들에게 학문을 익히는 것 보다는 제때 취업하는 것을 강요하고 있다.

대학이 바라보는 학생의 모범은 도서관에서 깊이 있게 전공에 관해 공부하고 학업을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취업에 유리한 영어를 공부하고 거짓 봉사활동과 대외활동이라는 이름으로 보여주기식 열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학 본연의 모습은 옥스퍼드 대학과 베를린대학을 통해 찾아볼 수 있다. 옥스퍼드대학은 오랫동안 귀족계급을 중심으로 인격교육을 존중하는 학풍을 가짐으로써 신사도의 함양과 지도자 양성 등의 기능을 담당했다. 또한, 베를린대학은 공동생활의 장소인 동시에 학문을 연구하고 진리를 탐구하는 장소로써 사용됐으며 대학의 자유를 중추로 학문을 연구하고 학자를 양성하는 것을 중시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대학은 더 이상 학자를 양성하는 곳이 아니다. 대학은 단지 기업의 입맛에 맞는 '직원'을 양성해 공급하는 '취업학원'이지 그 이상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모 대학은 2013년 예산을 책정할 때 도서관의 도서구입비, 박물관 문화재 발굴 사업비, 대학신문사 발행예산 등을 삭감하고 취업지원본부 등 취업관련 사업에 많은 예산을 투자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무분별하게 학과를 설립해 이를 줄여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틀림이 없다. 하지만 이 주장에 맞게 무분별하게 증설한 학과를 줄이려면 '취업률' 따위가 아닌 '대학'이라는 이름과 어울리는 잣대를 준비해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철저한 검증방법으로 현재 구성원들에게 피해를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취업률을 기준삼아 기업이 원하는 직원들을 양성하는 학과들만 남겨두면서 무분별하게 학과를 줄여나간다면 대학의 모습은 인력소개소보쯤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모든 것은 본연의 모습을 지키며 스스로 자존심을 지키고 타락하지 않을 때 귀하게 여겨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남서울대학교 #재활건강학과 #학과폐지 #학과통폐합 #대학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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