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인간 상품화'입니다

[취재 뒷담화] SBS <짝> 사건... 다시는 이런 TV 프로그램 안 돼

등록 2014.03.20 11:43수정 2014.03.20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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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새벽, 국내에서 살고 싶은 도시 1위로 꼽히는 서귀포시에서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하예동의 한 리조트에서 SBS 예능프로그램 <짝>에 출연 중인 여성 참가자가 촬영 도중 자살 사망한 소식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시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강경남 서귀포경찰서 수사과장은 <짝> 관련 중간 수사결과 발표 자리에서 "조용한 시골 도시인 서귀포에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연예 매체들이 취재 온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자살한 전씨와 관련해 프로그램에 대한 논란이 여론을 통해 점점 확산되자 SBS는 지난 7일 <짝>을 폐지했다.

한편 이전에 <짝>에 출연했었던 한 참가자는 "촬영한 내용에 대해선 이의를 제기할 수 없고, 촬영분에 빼 달라, 넣어 달라는 등의 의견도 제시할 수 없었다"며 "문제는 제작진의 간섭이 없다고는 하지만 자신들의 의도한 대로 되지 않는다 싶으면 상담과 인터뷰를 통해 의도대로 가려고 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촬영 전 출연자들이 '전적으로 제작진에 따라야 한다'는 사전 계약서를 쓰기 때문에 촬영분에 대해서 출연자들은 가타부타 이의를 제시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제작진의 제작 의도대로 출연진들을 맞춰 가려는 흔적도 사망한 전씨가 지인들과 나눈 SNS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전 참가자는 "참가자들은 각 방마다 CCTV가 설치돼 있어 자유도 없고, (방송 내용이) 잘 되지 않을 때는 위로도 없고, 외로울 수밖에 없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짝>에 출연한 남성 참가자 중 일부에게는 이곳 출연이 '본선(?)'에 나가기 위한 일종의 신고식이기도 했다. 스펙이 좋은 남성 출연자들은 방송을 통해 외모, 학벌, 배경에다 포장된 매너까지 알린다. 이후 이 남성 출연자들이 <짝> 카페에 가입하면 여성들로부터 수백 통의 메일을 받는다고 한 참가자는 전했다.

또 한 참가자는 "방송에서 꼭 '짝'을 찾겠다고 맘먹고 오는 남성들은 50%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 나머지 50% 중에서도 회사에서 휴가를 받으려고 오거나 자신들의 사업을 홍보하려는 사람들이 태반"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제작진의 첫 의도가 어땠는지는 몰라도 제작진과 참가자들의 의도가 불순물을 만들어 내어 안타까운 사태까지 불러 일으킨 것이다.


취재 결과, 일부 언론보도와는 달리 현재 SBS <짝> 제작진 측과 유족 측은 합의가 다 된 상태다. 다만 서귀포서 관계자는 "<짝> 최종 수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 유족 측에서 사망한 전씨에 대해 더 이상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해 최종 발표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 중에 있다"고 말했다. 

남자 1호, 여자 1호. 사람을 상품처럼 취급하는 프로그램. 예능프로그램이라지만 외모지상주의와 결합해 인간 본연의 고유 가치를 떨어뜨리는 프로그램. 이런 류의 프로그램을 앞으로 두 번 다시 TV 브라운관에서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은 비단 기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덧붙이는 글 <서귀포신문>에도 송고합니다.
#짝 #상품화 #예능프로그램 #서귀포시 #서귀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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