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민주당의 통합 선언, 숨은 조력자는 김근태?

[분석] 민평련, 통합 과정에서 물밑 역할... "민주대연합, 김근태 선배의 정신"

등록 2014.03.05 09:44수정 2014.03.05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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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께 한 마디 하겠다. 더 큰 하나를 만들자. 더 큰 국민정당의 길로 가자. 우리가 내놓을 기득권이 있다면, 티끌만한 기득권이라도 내놓을 수 있다. 이것이 2012년 우리가 함께 다 이루지 못한 꿈을 다시 이루는 길이라 간절히 믿는다."

지난 해 11월 25일, 우원식 민주당 최고위원은 안철수 무소속 의원에게 '더 큰 하나가 되자'며 연대를 공식 제안했다. 3일 후, 안 의원은 새정치위원회를 공식 출범하며 독자세력화를 선언했다. 안 의원이 민주당과 독자 노선을 걸을 것임이 예고되는 지점이었다. 당시 합당하자는 우 최고위원의 제안이 '뜬금없게' 여겨진 이유다.

이후 우 최고위원은 또 한 번 '더 큰 국민정당'을 언급한다. 지난 1월 10일 그는 "민주당과 안철수가 한 텐트 속에서 단일후보를 내야 한다, 더 큰 국민정당으로 가야 한다"며 "안철수와 민주당이 경쟁하는 게 아니라 박근혜 정권과 맞서는 선거가 돼야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신당 창당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안 의원 측에 또 손을 내민 것이다.

'이상'처럼 여겨졌던 그의 주장은 처음 연대를 연급한 후 3개월여 만에 '현실화'됐다. 지난 2일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은 두 손을 맞잡고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그 3개월 동안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통합은 벼락같이 오지 않았다

김근태 민주당 고문 ⓒ 남소연


우원식 최고위원은 <오마이뉴스>에 "통합이 벼락같이 이뤄진 게 아니"라고 털어놓았다. 

김근태 전 상임고문을 따르는 민주평화국민연대(이하 민평련)에게 통합은 꼭 이뤄내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였다. 이미 지난 해 말부터 민평련 내부에서는 활발하게 통합을 논의해왔다. 야권의 재편성 및 박근혜 독주 견제의 측면에서 안철수 세력과의 통합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12월 11일 이뤄진 민평련과 안 의원의 만남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 민평련 소속 최규성·설훈·우원식 의원은 안철수·송호창 의원과 만났고, 통합의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안 의원 측은 새정치를 재차 강조했다.

민평련 회장인 최규성 의원은 "야권이 분열하면 권력이 독재화의 길을 가는데 비단 깔아주는 꼴이 된다는 것이 민평련의 공통된 생각"이라며 "안 의원과 만나 '우리 당은 친노 등 특정 계파가 장악한 당이 아니다, 안 의원이 함께 하면 얼마든지 역할 할 수 있다, 한 번 분열하면 그 책임이 양측 모두에 크다'는 등의 얘기를 강력히 했다"고 회고했다. 

당시 함께 자리했던 송호창 의원은 "당시에는 민주당이 새정치에 대한 적극적 실천 의지를 보이지 않아서 '통합해야 한다'는 얘기에 '알겠다' 정도로만 답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만남은 김한길 대표에게도 보고됐다. 이후 설훈·최규성 의원은 김 대표를 따로 만나 "통합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하게 촉구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우 최고위원과 송 의원의 만남은 이어졌다. 송 의원은 '기초 선거 정당 공천 폐지' 약속 이행을 촉구했고, 우 최고위원은 '통합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이 같은 대화가 두어 차례 계속됐다. 이 때 우 최고위원은 "기초 공천 폐지와 통합을 잘 묶으면 묶여지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 달 25일, 우 최고위원과 송 의원은 따로 만나 '민주당-새정치연합' 측 의견을 더 모으기로 했다. 이후 28일 오후 민주당 최고위에서 절대 다수가 '공천 폐지'에 찬성했고 우 최고위원은 곧장 이 같은 상황을 송 의원에게 전했다. 우 최고위원은 "공천 폐지를 반대하는 힘이 당 내에 워낙 강하니 우리에게도 명분을 줘야 한다, 통합이 가능하겠냐"고 말했고, 송 의원은 "여러가지 생각해 볼 수 있다"며 공천 폐지 가능성을 반겼다고 전해진다.

송 의원은 "무공천 얘기를 들었을 때, 통합을 현실적으로 고민해봐야겠다고 생각해 본격적 논의가 시작된 것"이라며 "민주당이 3차례에 걸쳐 정치 개혁안을 내고 이번에 무공천이라는 쉽지 않은 결정을 해서 통합을 선언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1일 오전 김 대표와 안 의원이 직접 만났고, 통합을 위한 극비협상을 시작했다.

이처럼 통합 논의 과정에서 민주당 안팎에서 민평련의 물밑 역할이 계속 돼온 것이다.

"민주대연합, 김근태 선배의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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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모란공원을 찾아 고 김근태 전 의장의 묘를 참배하고 있다. ⓒ 안철수 후보 캠프


실제 '민평련'의 강력한 통합 의지는 통합이라는 큰 장벽을 넘어서는 데 있어 김 대표의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했다. 김한길 대표 측 핵심관계자는 우 최고위원이 처음 '더 큰 정당'을 얘기한 것과 관련해 "우리 쪽에서 안 의원과 함께 하자는 얘기가 먼저 나왔으면 당장 '당 팔아먹으려고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것"이라며 "친노에 가깝다 할 수 있는 우 최고위원 쪽에서 그런 얘기가 나와 안철수 의원과의 관계에서도 당 안팎의 여지가 생기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처럼 민평련은 '민주대연합'이라는 김근태 정신을 기반으로 안 의원 측과의 통합을 꾸준히 주장해 왔고, 이는 김 대표 측과 안 의원 측 모두에게 자극제로 작용한 측면이 크다.

이 배경에는 안 의원과 김근태계가 지속적으로 이어온 '관계'도 자리하고 있다. 김근태 전 상임고문 측과 안 의원의 인연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둘 사이 개인적 인연은 없지만 김 전 상임고문이 숨을 거뒀을 당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는 빈소를 찾아 "지금 이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렇게 보내드리기엔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며 "안타깝고 슬프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2012년 총선 국면에서 김 전 상임고문의 부인 인재근 당시 도봉 갑 후보를 공개 지지하기도 했다. 안 의원이 정치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은 박원순 서울시장 이후 처음이었다. 안 의원이 정치 행보를 본격화 한 2012년 추석 연휴 첫 날에는 비공개 일정으로 김근태 전 상임고문 묘소를 참배하기도 했다.

2013년 6월 그는 '김근태 기념 치유센터' 개소식에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안 의원은 "김 전 상임고문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축하하러 왔다"며 "예전 인터뷰를 봐도 진심을 담아 투명하게 말하는 분이라는 걸 느낄 수 있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러한 행보로 인해 당시 안 의원이 연대의 한 축으로 김근태계 인사들을 염두에 두고 있는 거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통합신당이 만들어진 후에도 김근태계와 안철수 측이 교감을 이어갈 거라는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최규성 의원은 "우리가 안철수 의원 쪽과 크게 이념이 달라서 서로 당을 달리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아니지 않냐"며 "작은 차이를 극복해 '민주대연합'을 이뤄야 한다는 게 김근태 선배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통합 과정과 관련, 최 의원은 "2007년 열린우리당 분당 때 얼마나 힘들었냐, 그런 상황에서 민평련이 여러 번 역할을 해 왔다"며 "통합 진행 과정에 어려움이 있다면 이를 푸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근태 #민평련 #안철수 #김한길 #신당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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