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간첩사건 증거 위조 재판부 기망 의혹에 입을 닫다

'공무원 간첩사건' 다음달 28일 결심... "진상조사와 재판은 별개"

등록 2014.02.28 21:51수정 2014.02.28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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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의 검찰 증거문서 위조 판정 뒤 처음 열린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항소심 공판에서 검사는 "진상규명 결과가 나온 뒤에 말하겠다"며 증거위조와 재판부 기망 정황에 입을 닫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김흥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유씨 변호인 측은 이전 공판에서 검사가 "증거문서는 정식 외교경로를 통해 입수됐다"라고 수차례 강조해왔지만, 최근 검찰이 문제의 3개의 증거문서는 정식 외교경로를 통하지 않았다고 발표한 점을 거론하며 검사가 재판부를 기망한 것 아니냐는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재판부 기망 의혹에 입닫은 검찰 "결심 공판을 늦춰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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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웅걸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가 지난 2월 16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위조 논란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검사 측은 "진상규명 절차가 진행 중이고 그 결과에 따라 열린 자세로 증거를 검토할 것"이라며 "관련 내용은 진상조사 결과가 나온 뒤 진술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진행하고 전말을 가장 잘 아는 검사가 진상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재판부 기망 의혹에 입을 닫은 것이다.

검사 측은 또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중국 정부에 추가로 사실조회를 할 필요성이 있다"며 "검찰의 진상조사 결과가 나온 뒤로 결심공판 일정을 늦춰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검찰이 제출한 문서가 위조된 것으로 결론 나면, 어디가 어떻게 위조됐는지 중국에 문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당초 이날 법정에 출석하기로 했지만 나오지 않은 검사 측 증인의 증언도 꼭 들어야 한다면서 공판기일을 넉넉히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변호인 측은 "검사 측 증거는 위조됐고 변호인 측 증거는 내용도 맞고 위조되지 않았다"는 중국 정부의 답변으로 위조여부는 이미 결론이 났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위조됐다는 사실 자체로 검사 측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며 "어떻게 위조됐는지는 이 재판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 당초 이날 공판을 결심공판으로 하기로 한 만큼 최대한 신속하게 심리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고인인 유우성씨도 "작년 1월 10일 구속된 이후 1년이 넘게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아버지는 콩팥에 종양이 났지만 사건이 끝날 때까지 수술을 못하고 있고 저도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하루하루 버티기가 힘들다"며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고 아버지도 치료할 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심리를 맡은 재판부는 2월 중순 법원 인사 뒤 새로 구성된 재판부로, 이날 처음 이 사건 공판에 임했다. 재판장은 "재판부가 새로 구성되자 마자 결심공판을 여는 것을 무리"라면서 "검찰의 진상조사결과를 기다린다기보다는 심리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의 추가 사실조회 계획에는 "사실조회 신청서를 제출하면 검토해서 사실조회를 할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결심공판은 다음달 28일로 잡혔다. 재판부는 이날 나오지 않은 검사 측 증인 출석 여부와 검찰 진상조사 결과가 나오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이날을 결심 공판으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재판장은 이날 검찰의 진상조사 결과와 이 사건 심리는 별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위조 정황이 드러난 검사 측 증거문서와 관련, 재판장은 '기존의 증거목록을 계속 유지할 거냐'고 물었고 검사는 "진상조사 뒤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선양총영사관에 검찰 공문 도착하기 전, 미리 작성된 증거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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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소속 변호사들은 검찰의 증거 조작 논란과 관련해 16일 추가 자료를 공개했다. 사진은 검찰이 제출한 유우성씨와 그의 가족 출입경기록에 찍힌 도장이 원본과 다르다는 내용. 중국대사관은 변호인단의 사실조회 요청에 '검찰쪽 문서가 위조된 것'이라고 답했다.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이날 심리에서 변호인 측은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검사 측 제출 증거문서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켰다. ▲법원의 사실조회에 중국 정부가 위조문서라고 회신했고 ▲한·중 사법공조절차에 의하지 않은 사적 경로로 입수해 그 내용을 보증할 수 없고 ▲공증이라 할 수 있는 영사인증이 누락돼 있는 등 외국 정부 문서가 법정에서 효력을 가질 수 있는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변호인 측은 검사가 증거문서인 싼허변방검사창의 출입국 기록 오류를 설명한 문서를 반박하는 내용으로 낸 '유가강의 출입경기록 정황설명에 대한 답변' 문서에도 신빙성의 문제를 제기했다. 즉 중국 당국에 문서를 받아 달라는 대검찰청의 공문이 선양총영사관에 도착한 12월 17일 이전인 12월 13일자로 미리 작성돼 있었다는 점, 국정원 직원인 이아무개 영사가 이 문서를 한국에 회신하는 과정에서 첨부문서를 빼고 공문만 시점을 달리 해 반복 발송한 점 등 검찰이 제출한 증거의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공판에는 변호인 측 증인으로 허재현 <한겨레> 기자가 출석했다. 허 기자는 검찰 제출 증거를 발행한 것으로 돼 있는 허룽시 공안국과 싼허변방검사참과 선양총영사관 등 현장을 취재한 뒤 검찰 측 증거가 위조됐다는 증언을 보도해왔다.

이날 검사는 허 기자가 쓴 기사들을 하나하나 거론하면서 "공판이 비공개였는데 증인의 진술내용을 어떻게 자세하게 쓸 수 있었느냐"며 변호인 측의 '언론플레이'를 부각시키려 했다. 또 허 기자가 허룽시 공안국 출입국관리대대장이라고 쓴 이는 부대대장으로 확인됐다는 점 등을 지적하면서 보도내용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데에 주력했다.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위조 #재판부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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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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