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위조 의혹 담당 검사 거짓말 했나

공판에선 "정식경로로 증거 입수"...'비공식 경로로 입수' 검찰·국정원 해명과 배치

등록 2014.02.27 17:51수정 2014.02.2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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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소속 변호사들은 검찰의 증거 조작 논란과 관련해 16일 추가 자료를 공개했다. 사진은 검찰이 제출한 유우성씨와 그의 가족 출입경기록에 찍힌 도장이 원본과 다르다는 내용. 중국대사관은 변호인단의 사실조회 요청에 '검찰쪽 문서가 위조된 것'이라고 답했다.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증거 위조 정황이 드러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항소심 공판에서 검사는 위조의혹이 제기된 유씨 출입경기록이 공식 외교경로로 입수됐다고 강변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과 국정원이 이 문서가 비공식 경로로 입수됐다고 밝힌 것과는 상반된 내용으로, 검사가 재판부를 속이려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변호인단이 27일 밝힌 내용에 따르면, 항소심 공판 과정에서 변호인단이 제기한 검사 제출 증거 위조의혹에 대해 검사측은 "대검찰청이 중국 선양 주재 한국영사관을 경유하여 출입경기록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고, 지린성 허룽시 공안국이 기록을 발급해 선양 영사관에 제공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지난해 11월 1일 열린 공판에서 재판장이 검사가 제출한 유씨 출입경기록에 대해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받았느냐, 사적인 루트를 통해 받았으냐"고 묻자 검사는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받았다"고 답했다. 이어 재판장이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받았다는 자료가 있느냐"고 묻자 검사는 "공문이 있다"고 답했다.

이후에도 변호인측이 계속해서 증거위조 의혹을 제기하자 검사는 재판부에 수차례 의견서를 제출해 "공식적인 경로로 받은 게 맞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5일자 의견서에서 검사는 "심양(선양) 주재 한국영사관을 통해 두 차례에 걸쳐서 중국 길림(지린)성 공안청에 피고인의 출입경기록을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한 바 있으며, 이에 따라 화룡(허룽)시 공안국은 피고인의 출입경기록을 발급하였습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20일 열린 공판에서 변호인측 의혹제기에 "대검찰청 명의의 공문이 갔고, 그것에 대해서 정보협력 차원에서 본건 출입경기록이 우리측으로 전달됐다"고 밝히면서 "지금 대검찰청이 공문을 시행해서 회신받은 공문도 믿지 못하겠다는 주장인데, 그러면 사람이 가서 받아왔다고 하면 그것은 다 믿어줄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고 반박했다.

올해 1월 3일 제출한 의견서에서 검사는 재차 "대검찰청은 길림성 공안청에 대해 피고인의 출입경기록을 요청하는 공문을 외교부를 경유하여 발송하였으며, 그에 따라 심양(선양)총영사관은 길림(지린)성 공안청에 대검찰청의 요청내용을 공문으로 통보하였다" 유씨 출입경기록 입수경위를 밝혔다.

그러나 국정원은 지난 25일 검찰에 낸 자체 조사보고서에서 "문제의 서류는 현지의 국정원 요원이 비공식 경로로 입수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선양 총영사관을 통해 공식창구이자 상급기관인 지린성 공안청에 두 차례 공문을 보내 출입국기록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고, 현지 국정원 요원이 비공식 정보경로를 통해 유씨의 출입경기록을 입수했다는 것이다.


검찰 "담당 검사 잘못을 인정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검찰도 잘못을 인정했다. <노컷뉴스>의 27일 보도에 따르면 검찰 관계자는 이런 사실에 대해 "담당 검사가 '왜 이렇게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며 "잘못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유씨 변호인단은 "재판부를 기망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선량한 시민을 간첩으로 조작하고 그와 같은 사실이 밝혀지는 것을 막기 위해 다시 한번 증거를 조작한 잘못을 반성하기 위해 검사는 지금이라도 항소를 취하하고 상처받은 피고인과 그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검찰은 진행중인 항소심 재판을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입수 경로가 공식 외교 경로가 아니라고 밝혀진 증거제출 문서들도 철회하지 않고, 유씨에 대한 공소내용도 변경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검사가 제출한 유씨의 출입경기록 내용과 유씨에 대한 공소사실은 서로 모순된다. 검사 제출 출입경기록은 유씨가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2006년 5월 27일 싼허세관으로 나온 뒤 한 시간도 안돼 다시 싼허세관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갔다고 돼 있지만, 공소사실은 5월 하순경 두만강을 도강해 북한으로 들어간 것으로 돼 있다. 증거와 공소사실이 모순되는 것이다.

이 부분의 공소사실은 유씨 동생 유가려씨의 진술에 의존한 부분으로, 유씨는 법정에 나와 국정원의 회유·협박으로 허위진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1심에서 유가려씨의 진술조서는 유씨의 간첩혐의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유일한 증거로 제시됐지만, 여러 객관적인 증거들과 모순돼 사실로 인정되지 않았다.

서로 모순되는 증거와 공소장, 그대로 공판 진행?

검찰 입장에선 비공식 경로로 입수한 게 밝혀져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적어진 유씨의 출입경기록을 증거에서 철회할 것인지, 이미 1심에서 사실로 인정받지 못한 유가려씨의 진술조서를 증거에서 철회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28일 공판이 예정된 상황에서도 어떤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는 24일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 수사 특별검사 임명법 제정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에는 전해철·진선미 민주당 의원, 서기호 정의당 의원, 송호창 새정치연합 의원이 참여했다.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위조 #재판부 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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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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