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교육청, 전국 최초 '탈핵' 관련 교육자료 만든다

[주장] 핵 문제 제대로 이해하는 기회로 삼아야

등록 2014.02.18 09:57수정 2014.02.1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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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교육청(교육감 김승환)이 교육청 차원에서는 전국 '최초로' 핵 발전과 관련한 초·중·고교 학습용 교육자료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구체적인 자료 개발을 위한 세부 일정이 진행되고 있어 올해 말이면 그 구체적인 결과물을 보게 될 것 같다.

가칭 '과학(에너지이해)교육자료 개발'로 이름이 붙여진 이 사업은, 핵(원자력) 발전과 관련하여 교과서에 우호적으로 표현되어 있는 내용의 문제점을 살피고 이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한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획되었다.

이 사업의 최종적인 목적은 핵(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균형 잡힌 이해를 돕는 교육자료를 개발하여 학교 교육 현장에 배포하는 것이다. 올해 12월말이 시한으로 정해진 이 사업이 마무리되면 전북 지역의 각급 학교에 전국 최초의 이른바 '탈핵' 관련 교재가 배포되어 핵(원자력) 발전과 관련한 진일보한 교육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었다.

나는 이번 사업의 집필위원 중 하나로 개발위원회 말석에 앉게 되었다. '전국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게 될 교육사업이니만큼 이번 사업에 동참하게 된 데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이 글에서, 이번 사업의 '역사'를 기록하는 심정으로 지금까지 진행된 사업 추진 경과를 살펴보려고 마음 먹은 이유다.

이 사업의 시작은 전북 환경·생태 관련 시민연대의 제안이 이루어진 2013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시민연대는 전북교육청에 일선 학교 현장의 핵 발전 교육 실태를 파악한 뒤 이를 바탕으로 교사용 탈핵 부교재를 개발할 것을 제안한다.

이후 전북교육청과 시민연대는 2013년 10월 중순경에 두 차례에 걸쳐 교육자료 개발을 위한 사전 협의를 가졌다. 그 두 차례의 협의에서 교재 개발을 위한 실무팀 구성, 교재의 수준, 발간 일정과 시기 등의 내용이 개략적으로 토의되었다.

2014년 1월 27일에는 1차 교육자료개발위원회 협의가 이뤄졌다. 이날 협의에서는 이번 사업을 통해 개발하는 교육자료의 보급 대상을 교사용으로 하자는 내용 등이 주로 논의되었다. 2월 초에는 추가적인 협의가 진행되었다. 그 과정에서 교육자료개발위원회 구성 및 위원 조정이 이루어져 집필진 9명과 운영진 4명의 명단이 확정되었다.


2월 10일에는 2차 교육자료개발위원회가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서 교육자료의 개발 일정과 교재 구성, 교재명, 위원회 명칭 등의 안건이 올라왔다. 세 시간여에 걸친 이날 협의회에서 집필진과 운영진은 이들 안건 외에 다른 여러 가지 문제를 놓고 진지하게 토론을 벌였다.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되었던 사안은 교재의 성격과 외형적인 형식, 현장 활용 방안에 관한 것들이었다. 교재의 '역사적인' 의의와 현장 활용도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교재 구성을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토론을 거듭했다. '탈핵'이라는 명칭을 두고서도 위원들 사이에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18일, 교육자료개발위원회는 3차 모임을 갖는다. 이번 모임은 집필위원 중심의 워크숍 형태로 이루어진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탈핵 전도사'인 김익중 교수(동국대 의대)를 모시고 탈핵 강연을 들은 뒤, 전체적인 교재 구성 및 집필 방향, 목차 등의 내용을 중심으로 토의를 가질 예정이다.

우리 사회는 핵 발전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이 거의 해마다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송전탑 설치 문제로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밀양은 그 대표적인 곳이다. 지금 밀양의 주민들과 경찰들은 매일같이 '전쟁 아닌 전쟁'을 벌이고 있다. 밀양에서는 송전탑 문제로 주민 두 명과 공사 작업자 한 명이 목숨을 버리거나 잃었다.

물론 그런 처참한 일들로 말미암아 좀 더 많은 사람이 핵 발전 이면의 문제를 살필 수 있게 되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사람들은 핵 문제에 둔감하다. 밀양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향해 '당신들은 전기 안 쓰냐'고 묻는 용감한(?)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값싸고 안전한 원자력 발전이 뭐가 문제냐며 핏대를 울리는 사람들도 많다. 수십년간 무방비적으로 '원자력 신화'에 노출된 결과일 것이다.

전북교육청이 이번 사업을 개발하려는 교재가 의미 있게 다가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밀양 덕분일까. 학교 바깥의 많은 시민들에게 '탈핵'은 더 이상 낯선 용어가 아니다. 그러나 학교 안의 교사와 학생들 중에는 '탈핵'이라는 말 자체를 낯설어하거나 심지어 거부감을 보이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교과서를 통해 이루어지는 에너지 관련 교육이 '원자력 안전 신화'나 '원자력 경제성 신화'에 점령당한 결과가 아닐까.

이번 사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교육자료는 학교 현장의 교사·학생들이 핵 발전의 위험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재생가능에너지를 중심으로 미래 에너지를 모색해 보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이번 교육자료가 '원자력 안전·경제성 신화'에 빠져 있는 전북의 교사·학생들에게 멋진 길라잡이가 되어주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제 오마이뉴스 블로그(blog.ohmynews.com/saesil)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탈핵 #핵 발전 #원자력 #전라북도교육청 #탈핵 부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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