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 남자화장실에 20~30m 줄 선 이유

[산행의 즐거움] 대관령 능경봉을 다녀와서

등록 2014.01.20 12:05수정 2014.01.2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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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경봉을 해바라기산악회에서 간다고 한다. 동이님이 이번 정기산행 코스가 좋은데 한번 가보는 거 어때 하며 산행 욕구를 부추긴다.


능경봉. 대관령 우측에 있는 1123m 태백산맥의 한 봉우리이다. 능경봉하니 선불교의 6대 조사 혜능이 생각난다. 왜일까. 혜능이 일자무식이지만, 수행으로 참선으로만 삶의 도를 터득하여 책만 읽고 터득한 다른 스님들 보다 우월한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책과 문서가 아닌 삶의 경험으로 참된 경지에 이른 혜능. 능경봉과 능자가 닮았구나. 그 산을 다녀왔다.

산악회의 산행에 동참하려면 아침 5시 정도에는 일어나야 한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고통일 수 있다. 이러한 구속없이 얻어지는 단체 행동의 맛은 없다. 한손으로 두 개의 물건을 동시에 잡을 수 없고 다른 하나를 잡으려면 지금 잡고 있는 하나를 놓아야 한다. 이것이 삶의 원리 아니던가. 홀로 산행의 자유가 있듯 단체 산행의 구속이 있고, 홀로 산행이 많은 타자와의 어울림이 없듯 단체 산행은 많은 다양한 타자와의 어울림과 마주침이 있다. 다양한 타자와의 마주침과 어울림을 느끼며 산행의 즐거움을 찾아 단체 산행을 나선다.

중부선을 타다가 영동선을 타며 쌩쌩 달려온 25명의 산객을 실은 대광고속관광버스가 원주를 지나 문막휴게소에 잠시 주차한다. 이게 왠일인가. 문막휴게소에 들려 화장실에 갈려니 여자화장실만 줄이 선줄 알았더니 남자화장실도 줄이 20~30m정도 줄이 서있다.

다행인 것은 여자화장실 줄에 비해 남자화장실 줄은 들어가는 속도가 엄청 빠르다는 것. 40년 넘게 인생을 살아왔지만, 공중남자화장실에 이렇게 많이 줄서서 기다리기는 처음이다. 문막 휴게소를 뒤로 하고 1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구대관령휴게소 주차장은 말그대로 관광버스 주차장이다. 대략 70여대쯤 되는가. 모두 능경봉으로 가는것은 아니고 반절 정도는 좌측의 선자령으로 올라가고 나머지는 우측의 능경봉으로 올라간다.

봄가을 성수기도 아니고 산행에 그리 좋은 계절이 아닌 겨울에 이토록  많은 산객들이 산행을 하는 것을 보니 우리나라에 산행인구가 참 많다는 것과 이제 자린고비 처럼 돈모으는 데만 급급한 돈의 노예가 아니고 건강과 즐거움을 찾아 적당히 돈을 소비할 줄도 아는 돈의 주인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함이라 할까. 아무튼 설악산이나 북한산 같은 유명산만 산행인구가 많은 것이 아니라 전국의 이름 별로인 산도 이렇게 산행 인구가 많음은 우리나라가 잘사는 나라로 가고 있음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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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경봉에 오르는 산객들 능경봉 초입에서 본 산행을 즐기는 산객들의 엄청나다. ⓒ 한윤희


풍차 아니 풍력발전기가 빙빙 돌아가고 있는 선자령 능선을 마주보며 능경봉에 오른다. 앞사람 발자국따라 뒷사람에 밀려 오르다 보니 벌써 능경봉 정상이다. 1123m가 이렇게 쉽게 올라지는가. 대관령고개의 높이가 800m쯤 되니 800m는 거져 먹고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충 2킬로미터는 설밭을 걸어오며 몸은 풀었다.

능경봉에서 바라보는 저멀리 강릉시내와 동해바다의 푸르름이 아침안개와 어울려 그들만이 만들수 있는 아름다움을 뽐내고, 선자령 능선의 양떼목장 초지는 풍력발전기의 빙빙돔과 어울려 인공물과 자연의 조화를 선보인다. 역시 정상 조망의 매력은 탁뜨임에 의한 시원함이다. 답답함의 해소이다.

능경봉에서 능선따라 1230m의 고루포기산을 가는 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눈밭길이다. 가면서 몇몇 산객은 비료포대로 미끄럼을 타기도 한다. 능선길 옆에는 눈이 없는 부분도 많은데 능선길은 왠일로 눈이 이렇게 많이 쌓여 있는가. 산객들이 지나가면서 바람에 날라가지 못하게 또는 햇빛에 잘 녹지 않게 밟아주어서 인가 . 

저멀리 선자령 능선은 나무가 없고 대부분 초지로 되어 있어 선자령을 걸을 때는 좌우 시야가 확트여 걷기 좋으리라 생각된다. 이곳 능경봉 능선은 침엽수는 없고 활엽수로만 되어 있어 모든 나무가 다 앙상한 가지만 보이고 있다. 가끔 온몸이 새하얀 자작나무 군락지도 보여 신비감을 주기도 한다. 새하얀 눈밭에 새하얀 자작나무숲 무엇이 더 새하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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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경봉에서 바라본 선자령 능선 풍력발전기와 조화를 이룬 선자령 능선의 아름다움. ⓒ 한윤희


걷다보니 한 산객무리들이 점심식사를 하기 시작한다. 우리 일행 중에도 앞에가는 대장을 향해 밥먹고 갑시다. 소리치는 회원이 있다. 누굴까. 간이 부었다. 아니 용감함이지. 자신의 욕구를 욕망을 표현하는 것이니.

적당히 양지가 있고 바람이 없는 곳에서 우리 일행도 점심식사를 한다. 누가 맛있는거 싸왔나. 남정 내들은 대부분 코펠에 버너에 라면을 끓인다. 날라리님은 부대찌개도 끓인걸 가져와 버너로 가열까지 하네. 옆에 커피향님인지 날라리짝님인지는 홍어무침까지 해왔구나. 고향 충청도에서 잔칫날에 꼭 올랐던 홍어무침이다. 그리고 파김치. 콩자반 등등 여기에 소주에 커피 등등. 잘 먹었다. 산행에서 먹는재미 빼면 뭐가 있나. 여러 재미 중에 본능을 충족시키는 재미를 따라올 수 있는것은 없지. 이제 고루포기산을 향해 나아간다.

고루포기에는 무엇이 있나. 앙상한 나뭇가지와 눈밭이 있지. 비록 추운 날씨에는 상고대의 절경이 펼쳐질 수 있는 능경봉과 고루포기산이지만, 상고대 너의 아름다움보다 따뜻한 겨울 산행의 즐거움을 취했다. 둘을 가질수 없으니.
덧붙이는 글 능경봉을 오르며 선자령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상고대를 보지 못함은 아쉬울 것이 없는데 그 이유는 상고대를 보지 못한 댓가로 따뜻한 겨울산행을 했기 때문이다.
#선자령 #능경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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