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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표 콘서트'란 이런 것...흥분한 관객에 맞불 놓았다

[공연리뷰] 싸이 콘서트 '달밤에 체조'...4시간 동안 30여 곡 선보였다

13.12.25 11:06최종업데이트13.12.2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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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부터 24일까지 총 5회에 걸쳐 단독 콘서트 <달밤에 체조>를 연 가수 싸이. ⓒ YG엔터테인먼트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공연을 하면 마지막 날 관객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있거든요. 여러분들은 기대 이상입니다."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던진 싸이의 이 한마디에, 1만 2천 명의 관객은 일제히 함성을 내질렀다. 시간은 이미 오전 1시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이 날만을 기다려온 듯한 관객은 지친 기색이 없었다. 24일 오후 11시 45분부터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싸이 콘서트 <달밤에 체조> 마지막 공연은 애초부터 밤샘을 각오한 관객들과 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 싸이로 어느 때보다 큰 폭발력을 자랑했다.

이날 공전의 히트곡 '챔피언'과 '연예인', 그리고 'Right Now'로 공연의 포문을 연 싸이는 전 세계적 인기를 얻은 '강남스타일'과 '젠틀맨'을 포함해 '새', '끝', '낙원', '흔들어 주세요', '아버지' 등 자신이 만들고 부른 노래와 '나 이런 사람이야', '내 여자라니까' 등 자신이 만들어 다른 가수들에게 선사한 곡까지 선보이며 분위기를 한껏 돋웠다.

이것으로도 모자랐던지 연달아 앙코르를 자청한 싸이는 추억의 가요·팝송 메들리를 비롯해 '챔피언'과 '강남스타일'을 다시 한 번 부르고 나서야 공연을 마쳤다. 공연 초 "지구력, 근력, 끈기만 있으면 여러분들이 집에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한 것처럼, 장장 4시간에 걸쳐 30여 곡의 라이브를 관객에게 선사한 것이다.

싸이 특유의 무대 연출·여장은 여전...GD·아이유·노홍철도 가세

20일부터 24일까지 총 5회에 걸쳐 단독 콘서트 <달밤에 체조>를 연 가수 싸이. ⓒ YG엔터테인먼트


무엇보다 싸이표 콘서트의 미덕은 화려한 무대 연출에 있다. 이번 <달밤의 체조> 콘서트에서도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다채로운 무대 자체에 있었다. 노래 박자에 맞춰 쉴  새 없이 폭죽이 터지는가 하면, 무대 뒤 대형 스크린으로 가사의 내용과 맞는 샌드 애니메이션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특히 '젠틀맨'을 선보일 때는 원곡엔 없던 댄스 브레이크를 넣고, 암전된 무대 위에 일렬로 늘어선 싸이와 댄서들의 옷에 부착된 조명 장치를 시간차로 작동해 안무에 역동적인 느낌을 더했다.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여장'도 여전했다. 그간 비욘세, 박지윤, 보아, 소녀시대 등 다양한 여가수들의 무대를 패러디했던 싸이가 이번에 택한 곡은 원더걸스 출신 가수 선미의 '24시간이 모자라'. 이미 몇 차례 공연을 진행한 만큼 싸이가 '24시간이 모자라'를 패러디했다는 사실이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실제로 마주한 싸이표 '24시간이 모자라'는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몸에 딱 달라붙는 붉은 빛 의상을 입은 채 요염한 눈빛과 몸짓을 선보이는 싸이의 모습에 관객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이렇게 달아오른 분위기에 다시 한 번 불을 지른 것은 특별 게스트의 등장이었다. 싸이와 한 식구인 빅뱅의 지드래곤은 지난 4월에도 싸이 콘서트의 게스트로 무대를 빛낸 데 이어, 이번 콘서트에서도 게스트로 등장해 '크레용' '판타스틱 베이비', '삐딱하게'로 공연을 펼치며 관객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20일부터 24일까지 총 5회에 걸쳐 단독 콘서트 <달밤에 체조>를 연 가수 싸이. ⓒ YG엔터테인먼트


이날 지드래곤은 "(싸이의) '24시간이 모자라'를 보고 나니 공연하는 내내 그 잔상이 남아서 집중이 안 됐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일본에서 공연을 마치고 바로 왔다. 원래는 게스트로 예정되어 있지 않았지만, 이번 콘서트를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될 것 같아 (싸이에게) 졸라서 오게 됐다"고 싸이와의 끈끈한 의리를 드러내기도 했다.

드라마 촬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아이유 또한 시간을 쪼개 무대에 올랐다. '분홍신'과 '좋은 날' 무대로 남성 관객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은 아이유는 "예상치 못한 함성에 눈물이 날 만큼 기쁘다"라며 "그래서 예정에 없지만, 캐럴을 조금 불러 드리겠다"고는 무반주로 캐럴 한 소절을 들려주며 관객의 환대에 화답했다. 또 방송인 노홍철은 앙코르 무대에서 동물 옷을 입은 채로 무대에 등장, 여성 댄서들과 함께 화끈한 춤사위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그런가 하면 이날 싸이는 현장을 찾아 준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이규혁 선수를 향한 이벤트를 펼치기도 했다. 관객들 앞에 그를 소개하며 응원을 부탁하고는, 세계 스프린트 선수권과 동계 올림픽 출전을 앞둔 그를 위해 '넌 할 수 있어'를 열창한 것. 이와 함께 싸이는 노래 말미에는 무대 뒤 스크린에 역주하는 이규혁 선수의 사진을 커다랗게 띄우는 것으로 오랜 우정을 나눈 이규혁 선수에 대한 마음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사람들이 기대해줄수록 강해진다...기대 많이 해 달라"

20일부터 24일까지 총 5회에 걸쳐 단독 콘서트 <달밤에 체조>를 연 가수 싸이. ⓒ YG엔터테인먼트


이날 콘서트 중간 중간, 싸이는 본의 아니게 '국제 가수'가 된 것에 대한 생각과 신곡에 대한 계획을 살짝 공개하기도 했다. 먼저 "'내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지'라고 생각한지 15개월이 지났다"고 운을 뗀 싸이는 "(해외 진출 뒤) '큰 부담을 어떻게 견디느냐'라고 물어보기도 하는데, 나는 이게 천직인 것 같다"라며 "나는 사람들이 기대해줄 수록 강해진다. 그러니 기대를 많이 해 달라"는 말로 앞으로도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갈 것을 다짐했다.

또 "2002년 '챔피언'을 만든 이후, 이 노래를 뛰어넘는 '강남스타일'을 만든 게 딱 10년 만인 2012년"이라고 설명한 싸이는 "그래서 '강남스타일'을 뛰어넘는 다음 히트곡은 10년 뒤인 2022년에 나오는 것이 아니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는데, 나는 히트곡이 나올 때까지 계속 곡을 쓸 것"이라고 말하며 향후 발표할 신곡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면서도 싸이는 앞으로 많은 이들이 '딴따라'이자 '댄스가수'인 그를 오래오래 사랑해 주기를 바란다는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또 그만큼 그에게 쏟아지는 1만 2천 명의 함성에 연신 감사를 표했다. 앙코르 무대에서 끝내 팩소주 하나를 단번에 들이킨 그는 '세월이 가면'을 부르면서는 관객을 향해 90도 인사를 건네며 눈물을 보였고, '여러분'을 부르면서 또 한 번 감격에 복받친 듯 한동안 노래를 잇지 못했다.

"제 무대가 멋있는 건 저 때문이 아니고, 무대 장치 때문도 아닙니다. 바로 여러분 덕분입니다. 배우는 나이에 따라 할 수 있는 역할이 다 있는데, 가수는…늘 똑같거든요. 그래서 제 꿈은 60살이 넘어서도 수영복을 입고 여장을 하는 겁니다. 정말, 이 직업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싸이 강남스타일 젠틀맨 아이유 지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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