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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1안타에 빛나는 '레전드' 장성호의 쓸쓸한 겨울

[프로야구] 최준석-히메네스 가세로 자리 잃어... 내년 시즌 1군 잔류도 불투명

13.12.18 17:01최종업데이트13.12.1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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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한 롯데 자이언츠의 겨울행보가 심상치 않다. FA최대어로 꼽히던 국가대표 포수 강민호를 시장에 보내지도 않은 채 눌러 앉혔고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홈런 타이기록(6개) 보유자 최준석을 8년 만에 컴백시켰다.

일찌감치 쉐인 유먼, 크리스 옥스프링과의 재계약에 성공한 롯데는 내년부터 확대되는 외국인 엔트리를 좌타거포 루이스 히메네스로 채웠다. 기대대로 내년 롯데의 중심타선이 '손석히 트리오(손아섭, 최준석,히메네스)'로 가동된다면 다재다능한 외야수 전준우의 활용범위 또한 더욱 넓어지게 된다.

하지만 롯데가 보여준 공격적인 투자의 이면에는 기존 선수들의 자리가 좁아진다는 부작용도 있다. 그 중에는 주전 자리는커녕 1군엔트리 잔류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입지가 좁아진 선수도 있다. 바로 프로야구 통산 최다안타 2위(2071개)에 빛나는 '스나이퍼' 장성호다.

9년 연속 3할에 빛나는 교타자의 상징, 30대 초반에 하락세 찾아와

프로 데뷔 후 지난 18년 동안 광주, 대전, 부산 연고팀에서 선수 생활을 했지만 사실 장성호는 은평구 가좌로에 위치한 충암 초, 중, 고교를 졸업한 서울 토박이다. 하지만 연고구단이었던 OB베어스는 장성호 대신 투수 김선우(휘문고), 박명환(충암고), 한명윤(성남고)을 선택했고 장성호는 2차 1순위 지명을 받고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했다.

프로 첫 시즌부터 고향을 떠나야 했지만 해태 입단은 장성호에게 기회였다. 당시 해태는 김성한의 은퇴로 1루 자리에 구멍이 나 있는 상황이었고 김응룡 감독은 한낱 유망주에 불과하던 장성호를 1997 시즌부터 주전 1루수로 중용했다.

입단 2년 동안 이종범, 홍현우 같은 선배들 밑에서 '조연'으로 착실하게 기량을 쌓은 장성호는 입단 3년째이던 1998년, 타율 .312 15홈런을 기록하며 이종범이 일본으로 떠난 해태의 새로운 간판스타로 자리잡게 된다.

야구팬들에게 본격적으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후부터 장성호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1998년부터 2006년까지 무려 9년 연속 3할타율(역대 타이)을 기록했고 매 시즌 20개 내외의 홈런을 때려내며 만만치 않은 장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현재 손아섭(롯데)이나 김현수(두산 베어스)가 그렇듯 당시 장성호는 대한민국 교타자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많은 선수들이 그렇듯 장성호 역시 부상이라는 암초를 만나 흔들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2009년엔 후배 최희섭, 나지완 등과의 주전경쟁에서 밀리며 입지가 좁아진다(그 즈음 조범현 감독과의 불화설도 있었다).

2011년 6월에는 안영명, 김경언 등이 포함된 3대3 트레이드를 통해 한화 이글스에 새둥지를 틀었지만 두 시즌 동안 208안타에 그치며 안타 제조기 장성호의 명성을 끝내 되찾지 못했다.

최준석-히메네스-박종윤-박준서, 쉽게 보이지 않는 스나이퍼의 자리

2010년까지 중심타자로 활약하던 김태완이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장성호는 최하위 한화에서조차 '잉여전력'으로 분류된다. 결국 장성호는 작년 11월 신인 투수 송창현과의 맞트레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됐다.

하지만 이대호, 홍성흔, 김주찬이 빠진 롯데도 장성호에게 기회의 땅이 되진 못했다. 장성호는 올시즌 왼쪽 팔꿈치 부상에 시달리며 45경기에 결장, 타율 .266 4홈런27타점으로 자신과 팀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래도 올 시즌까지는 부상을 당해 결장해도 그의 회복을 기다리는 자리라도 있었지만 내년부터는 장성호가 뛸 자리조차 마땅치 않다. 장성호가 뛸 수 있는 1루와 지명타자는 이변이 없는 한 35억 원을 주고 영입한 '귀하신 몸' 최준석과 올해 트리플A에서 18홈런을 터트렸던 히메네스의 자리가 될 것이다.

장성호의 노련함과 아직 녹슬지 않은 컨택 능력을 고려했을 때 대타 요원으로의 활용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대타, 대수비 요원은 리그 최고 수준의 1루 수비력을 자랑하는 박종윤과 내년 시즌 새 주장으로 선임된 박준서가 맡을 가능성이 높다.

장성호는 해태 시절 간간이 좌익수 수비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장성호의 수비력을 차치하더라도 현재 롯데의 좌익수 자리엔 이승화, 김문호, 김대우, 조홍석 등 좌타자들이 차고 넘친다. 결국 장성호는 주전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기 전까진 1군 엔트리 진입도 쉽지 않은 난감한 입장에 놓여 있는 셈이다.

장성호는 올 시즌까지 통산 2071개의 안타를 치며 양준혁의 기록(2318개)에 247개로 접근했다. 장성호가 갑자기 '이병규급 회춘'을 하지 못하는 이상 248개의 안타를 때리기 위해서는 적어도 3년 정도는 1군 선수로 꾸준히 안타를 적립해야 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당연해 보였던 장성호의 프로야구 역대 최다안타 기록 경신이 이젠 그리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다. 날카롭고 정교한 타격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나이퍼'의 말년이 쓸쓸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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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 장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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