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후보자 기탁금 제도, 폐지하는 게 맞다

[헌법 이야기] 공직선거에 예비후보자 제도

등록 2013.12.10 09:34수정 2013.12.10 09:34
0
원고료로 응원
우리나라 공직선거법엔 예비후보자 제도가 있다. 예비후보자 제도는 선거운동의 자유를 좀 더 보장하고자 도입된 것이다. 이 제도는 본선거의 후보자로 등록할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예비후보자가 본선거의 후보자로 등록을 한 후 그 선거에서 당선되거나 유효득표총수의 100분의 15 이상을 득표한 경우에는 그가 납부한 기탁금 전액을, 유효득표총수의 100분의 10 이상 100분의 15 미만을 득표한 경우에는 그 기탁금의 100분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반환받게 되는 등 득표율에 따라 납부한 기탁금의 반환가능성이 열려 있다.

예비후보자가 본선거의 후보자로 등록하지 않는 경우에는 후보자 본인의 사망, 당내경선 탈락과 같은 객관적 사유로 후보자로 등록하지 못하는 자에 대해서만 기탁금을 반환하고 있다.

지난 달 28일 헌법재판소는 예비후보자의 기탁금 반환과 관련된 결정(2012헌마568)을 했다.

사례를 보면, A씨는 제19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예비후보자로 등록하면서 공직선거법에 따라 예비후보자 기탁금 300만 원을 관할선거구에 납부하였다. 그 후 A씨는 변비를 포함한 질병 때문에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예비후보자를 사퇴하였다. 이와 같은 사퇴사유는 공직선거법의 예비후보자 기탁금 반환 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위 기탁금은 국가에 귀속되었다.

이에 A씨는 질병과 같은 부득이한 사유로 예비후보자를 사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기탁금을 반환하도록 규정하지 아니한 위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재산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A씨의 심판청구를 기각했다.

헌재는 "비후보자의 무분별한 난립과 선거운동의 과열·혼탁을 방지하고 그 성실성과 책임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납부한 기탁금을 반환하지 아니하는 것이 예비후보자 기탁금 제도의 본래적인 취지에 맞다"면서 "만약 예비후보자가 본선거의 후보자로 등록하지 아니하면서도 기탁금을 반환받을 수 있는 사유로서 질병과 같은 사유가 허용된다면, 예비후보자의 기탁금 반환이 폭넓게 허용되어 예비후보자의 난립을 방지하고 선거운동의 성실성을 담보하려는 기탁금 제도 본래의 취지는 상당부분 퇴색된다"고 박혔다.


이번 사안에서 헌법재판소는 예비후보자의 책임성과 성실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예비후보자의 기탁금 반환 사유를 객관적이고 예외적인 사유로 한정해야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거공영제가 원칙인 우리나라에서 예비후보자에게 기탁금을 받고, 본선거에 후보자 등록하지 않은 이유로 기탁금을 국고로 환수하는 건 문제가 있다.

누구든지 자유롭게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예비후보자 단계에서 기탁금을 납부하는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선거과정에서의 책임성과 성실성은 금전으로만 담보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여경수 기자는 헌법 연구가입니다. 지은 책으로 생활 헌법(좋은땅, 2012)이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예비 후보자 #기탁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내게 힘이 되는 생활 헌법(좋은땅 출판사) 저자, 헌법 연구자.

AD

AD

AD

인기기사

  1. 1 80대 아버지가 손자와 손녀에게 이럴 줄 몰랐다
  2. 2 "은혜 모른다" 손가락질에도... 저는 부모와 절연한 자식입니다
  3. 3 "이재용은 바지회장"... 삼성전자 사옥앞 마스크 벗고 외친 젊은 직원들
  4. 4 "내 연락처 절대 못 알려줘" 부모 피해 꽁꽁 숨어버린 자식들
  5. 5 한국에서 한 것처럼 했는데... 독일 초등교사가 보내온 편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