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과 '밀양' 얘기하면 축제도 참여 못한다?

대구민예총 "컬러풀퍼레이드 행진 저지 책임져라"... 대구시 "압력 없었다"

등록 2013.11.08 16:54수정 2013.11.0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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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3일 대구시가 주최한 컬러플퍼레이드에서 공식 참가작에 대해 '밀양'이라는 단어가 들어갔다는 이유로 퍼레이드를저지한 사건에 대해 민예총 대구지회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공권력을 남용했다며 대구시를 비난했다. ⓒ 조정훈


지난달 대구에서 열린 컬러풀페스티벌 축제에서 '밀양'과 '핵'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만장을 들고 행진을 한다는 이유로 퍼레이드팀의 행진을 가로막고 만장을 훼손한 것으로 알려져 문화예술단체와 시민단체 등이 대구시를 비난하고 나섰다.

컬러풀페스티벌은 대구시가 주관하고 대구문화재단이 주최한 축제로 올해 대구시 중구 동성로와 중앙로에서 10월 11일부터 13일까지 3일간 펼쳐졌으며 메인프로그램인 컬러풀퍼레이드는 12일 예심을 거쳐 13일 결선이 열렸다. 여기에는 유치원생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86팀이 참가했으며 참가인원도 2500여 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주최 측은 대구민예총이 참가한 '피어나라 바나리-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 팀이 예심을 통과하고 결선에 나가 퍼레이드를 준비하는 도중 '핵'과 '밀양'이 정치적인 단어라며 삭제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해당 퍼레이드팀이 이를 거절하자 경호요원 등을 통해 행진을 가로막았다.

'피어나라 바나리···' 팀은 학과 고래, 멸종위기의 동물들과 잡초, 자작나무 등의 식물, 구름, 태양 등의 자연물, 핵폐기물, 송전탑 등 다양한 인공물을 등장시키고 인류가 함께 지켜내야 할 지구가 인간의 탐욕 때문에 망가지고 있는 현실에서 힘을 모아 이들을 지켜내자는 주제로 초·중·고등학생 80여 명이 '평화란 밀양을 일궈온 이들의 행복', '핵 싫어 해 조아' 등 6개의 만장을 들고 행진하려 했다.

행진이 시작되기 2시간 전부터 대구시와 대구문화재단 직원 10여 명이 이들의 행진을 막고 '핵'과 '밀양'이라는 글자를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이 두 단어는 정치적으로 예민한 단어이기 때문에 행사에 부적절하다는 이유였다.

대구민예총 참가 퍼레이드팀, 축제 주최 측에 의해 행진 가로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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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열린 컬러풀페스티벌 퍼레이드에서 진행요원들이 '피어나라 바나리-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 팀의 만장에 '밀양'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퍼레이드를 저지당했다. ⓒ 한상훈 대구민예총 사무처장


프로그램을 기획한 신동재 환경퍼레이드 감독은 "금지된 조항은 정확하게 반사회적, 반윤리적인 것으로 적시되어 있다"며 "우리의 만장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고 반박했으나 퍼레이드를 저지당했다.


이후 2시간 동안 대치하다 퍼레이드를 강행했으나 대구시청 공무원들과 경호요원들에 의해 다시 저지당했다. 대치하던 중 만장이 훼손됐고, 결국 26명만이 흩어져 행진을 계속하고 나머지 인원들은 불안에 떨다가 집으로 향했다.

대구민예총은 "예선에서 밀양과 핵에 대해 문제제기가 없었으나 결선 당일 대구시 관계자가 축제사무국에 전화를 해 압력을 넣었다"고 주장하고 대구시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대구시는 "축제 운영 전반에 대한 권한과 책임은 축제 사무국의 예술감독에게 있고 대구시는 관여하지 않았다"며 행사진행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한 데 대한 유감을 나타냈지만 공무원들이 관여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대구시는 공식 답변서를 통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정치적 현안을 축제장에서 표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귀 단체를 반사회적, 반윤리적 이념을 전파하는 단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이슈가 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축제 사무국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구시는 "예술감독 책임" 감사관실은 "공무원의 판단"... 해명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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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민에총과 인권운동연대 등은 지난 10월 13일 컬러플페스티벌 참가작에 대해 퍼레이드를 막은 대구시를 규탄했다. ⓒ 조정훈


하지만 대구민예총과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등 시민단체들과 인디053, 스페이스 우리 등 문화단체, 청소년교육문화공동체 반딧불이 등 청소년단체 등은 7일 오후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구시를 규탄했다.

이들은 "자의적 기준으로 시민들의 자발적 퍼레이드를 사전 검열하는 공무원들의 권한남용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면 대구시가 주최하는 축제에 어떤 시민들이 함께할 수 있겠느냐"며 '대구시의 몰상식한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더욱이 대구시의 답변 내용에 대해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대구시의 압력에 의해 저지된 퍼레이드의 책임을 축제예술감독과 사무국에 넘기고 편향된 정치적 해석으로 퍼레이드 작품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잣대가 문제라는 것이다. 이들은 대구시에 대해 책임자 문책과 적절한 해명,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또한 왜곡된 의사결정 구조를 반복하지 않도록 체계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대구시는 기자회견 후 가진 면담에서 모든 책임을 예술감독에게 돌렸다. 하지만 감사관실의 답변과 달라 거짓해명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최수환 대구민예총 지회장을 비롯한 참가자 5인은 김대권 문화체육관광국장, 홍성주 문화예술과장과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홍성주 과장은 "모든 책임은 예술감독이 가지고 있으며 이날 행사를 저지한 것도 예술감독"이라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들이 예술감독에게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구시 감사관실은 '담당공무원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정치적 현안을 표현하는 것이 컬러풀축제의 취지와 맞지 않다고 판단해 축제사무국과 검토를 거쳐 이루어진 결정'이라고 밝혔다.
#컬러풀 퍼레이드 #대구민예총 #대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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