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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종, 세상에서 가장 짠한 남자가 왔다

[TV리뷰] SBS '힐링캠프'서 인생굴욕 3종세트 털어놔..."매번 제로세팅"

13.11.05 10:11최종업데이트13.11.0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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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한 김민종.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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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義理)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봤다. 사전에서 말하는 의리란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사람관의 관계에 있어서 지켜야 할 바른 도리'란다. '지켜야 할'이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당위성. 본래 의리란 것이 마땅히 '지켜야 할' 가치인 것은 맞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 의리를 지키다 인생의 단맛 쓴맛 다 본 이가 있다. 그 슬픈 사연의 주인공은 배우 김민종.

국내에 '의리'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연예인이 몇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는 드라마, 영화, 예능 할 것 없이 '의리'를 주야장천 입에 달고 사는 배우 김보성일 것이고, 그 다음은 김민종이 아닐까 싶다.

지난 주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해서도 그 의리 때문에 모든 걸 잃어서 다시 시작한다고 외쳐대더니, 지난 4일 방송 내용은 어찌 더 심각하다. 사기로 50억을 잃었다고 한다.

<힐링캠프> 김민종 편을 통해 확실히 하나 배우는 것은 '인감(?) 간수'인 것 같다. 옛 어른들이 말씀하길 '부모 자식 간에도 보증은 서지 말라' 했고, 해마다 보는 토정비결에는 '해를 입을 수 있으니 사람을 가리어 사귀라'고 경고하고 있는데 김민종의 경험담을 들어보니 절대 흘려들을 이야기가 아니다.

의리 때문에 인생을 매번 '제로세팅'하고 있다는 배우 김민종의 두 번째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최근에 <힐링캠프>에서 한 출연자가 한 번의 녹화로 2회분의 출연료를 챙긴 적이 드물었는데, '의외'로 김민종이 그 행운의 주인공(?)이 되었다. 여기서 '의외'라고 한 이유는 지금 김민종에게 이렇다 할 이슈가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드라마도, 음반 발매도 없는 상황에서 1인 토크쇼에 출연해 2회분의 분량을 뽑아냈다는 것은 인간 김민종에게 그만한 역사가 없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만능엔터테이너 김민종 "어느 순간부터 이름 잃었다"

김민종은 1990년대를 대표하는 하이틴 스타였다. 작품 안에서는 김희선, 송혜교 등 당대 최고의 여배우와 연기하며 우수에 젖은 눈망울과 달콤한 저음의 목소리로 여심을 자극했던 로맨티시스트였고, 무대에서는 날렵한 콧날 사이로 터져 나오는 비음에 슬픈 멜로디를 싣던 '감성 발라더'였다. 그렇게 김민종은 임창정과 함께 대한민국 대표 만능엔터네이너의 양대산맥으로 한동안 연예계를 군림했다.

그랬던 그가 어느 순간부터 그의 얘기처럼 자신의 이름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지난 해, SBS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 출연하기 전까지 자신의 이름을 가수 '김종민' 이나 '김정민'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하는 그의 얘기는 괜히 꾸며낸 말이 아니다. 실제로 어느 순간 그가 대중으로부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니까.

냉정히 말해 2001년에 송혜교와 함께 연기했던 SBS 드라마 <수호천사> 이후로 그가 출연했던 드라마와 영화는 대중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특히 영화 쪽으로는 그가 풋풋한 신인 시절 출연한 하이틴 계열의 영화를 제외하고는 내세울 만한 작품을 찾기 어렵다. 한때 충무로에는 '김민종이 출연한 영화는 망한다'는 슬픈 전설이 역병(?)처럼 돌기도 했으니 감독들이 캐스팅 대상에서 그를 제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사실 이날 방송에서 그가 해명을 하기 전까지는 그의 연이은 실패가 작품을 고르는 '선구안'이 밝지 못해서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이름을 점차 잃어가기 시작한 시기에 그의 발목을 잡은 건 역시나 그놈의 '의리'였다.

김민종이 출연을 하지 않으면 영화 제작비 투자를 받지 못한다기에 의리로 도장 쾅! 내 후배가 하는 작품이니까 까불지 말고 참여하라는 선배의 강압(?)에 못 이기는 척 도장 쾅! 심지어 상대가 먼저 앓는 소리를 해대면 자신이 괜히 미안해져 도와주기까지 했다고.

이쯤 되면 김민종이 진정 보살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 착하다 못해 무른 사람은 지금도 자신에게 피해를 줬던 작자(?)들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고 얘기를 덧붙인다. 이제는 다 용서했고 인생에 있어 좋은 경험했다고 생각한다나 어쩐다나. 류수영, 노홍철 버금가는 긍정왕이 납셨다.

이날 방송에서 김민종은 자신의 굴욕적이고 슬픈 인생사를 '영화', '사기', '사랑'의 세 주제로 나눠 여과 없이 털어 놓으면서 지나간 일은 잊고 다시 시작하겠다는 불굴의 의지를 줄곧 내비쳤다. ⓒ SBS


이날 방송에서 그는 자신의 굴욕적이고 슬픈 인생사를 '영화', '사기', '사랑'의 세 주제로 나눠 여과 없이 털어 놓으면서 지나간 일은 잊고 다시 시작하겠다는 불굴의 의지를 줄곧 내비쳤다. 그 의지를 상징하는 말이 바로 제로세팅, 그는 복음(?) 전파하듯 이 말을 반복했다. 25년을 배우로 살아 놓고도 배우라는 이름에 스스로가 걸맞은지 쑥스럽다는 그의 말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4년 전 사랑이 마지막이라는 그는 솔직히 눈이 높아 결혼이 쉽지 않은 것 같다고 고백한다. 얼마 전에는 노쇠한 체력 탓에 소개팅에서 만난 여성을 놔두고 집으로 도망치기까지 했단다. 사랑 앞에서 쑥스러운 남자인 냥 코스프레(?)를 하다가도 갑자기 수맥의 중요성을 엉뚱하게 설파하고, 파킨슨병을 앓았다는 어머니의 일화를 전하면서는 금세 눈시울이 붉어지는 남자 김민종. 사이사이 그의 목소리로 추억의 발라드 명곡을 듣고, 이런저런 이야기안에서 인생에 참고할 만한 교훈까지 듣다보니 시간은 금세 흘렀고 흐릿했던 추억은 선명해졌다.

그가 출연한 이날 <힐링캠프>는 정말 오랜만에 출연자와 시청자가 함께 힐링되는 방송이었다. 그의 인생이 증명하는 '제로세팅'의 교훈은 현재를 살아가며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겪는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이기에. 그의 노래 '세상 끝에서의 시작'처럼 힘든 이들 모두가 다시 또 시작하기를. 이제 한 번 쓰러졌을 뿐이니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길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jksoulfilm.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힐링캠프 김민종 신사의 품격 제로세팅 성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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