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먹는 밥은 신선이 먹는 밥과 같지요"

[보물섬 남해 맛집] 금산의 기운을 간직한 금산 산장

등록 2013.10.08 20:03수정 2013.10.08 20:03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경남 남해 금산 중턱 맛집의 가정식 백반입니다. ⓒ 임현철


여행 다니다 보면 느낌이 비슷한 곳이 더러 있습니다. 이럴 땐 대개 땅 기운이 비슷하거나 그 사람 마음에 쏙 드는 등의 이유입니다. 최근 느낌이 비슷한 곳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은 보리암이 자리한 경남 남해 금산의 가정식 백반과 선암사와 송광사가 있는 전남 순천 조계산의 보리밥집입니다. 자연풍광이나 지세 등은 서로 다르지만 자연 속에 자리해 그윽한 기운을 품고 있어 나그네의 식욕을 일깨우는 '밥집'이란 공통점이었습니다.

지난 4, 5일 경남 남해군과 경남도민일보의 '해딴에'가 함께 진행하는 남해 팸투어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 여행은 남해 금산 산행, 부소대와 보리암 탐방, 문항마을 후리그물 체험, 독일마을 맥주축제 관람, 두모마을 카약 체험, 유배문학관 관람, 먹거리 탐방 등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중 관심을 끌었던 건 남해 금산 중턱에 자리한 '금산 산장'의 가정식 백반이었습니다. 산 중턱에 자리한 탓에 정성이 가득했습니다. 기본 맛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게다가 땀 흘린 뒤에 오는 갈증 해소용이라 치더라도 직접 담은 막걸리가 일품이었습니다.

"여기에서 먹는 밥은 신선이 먹는 밥과 같지요!"

a

금산 중턱의 맛집 '금산산장'입니다. 순천 조계산 중턱의 보리밥집이 생각나더군요. ⓒ 임현철


a

남해 금산 산장에서 본 남녘 다도해가 멋스럽습니다. ⓒ 임현철


a

텃밭에서 상추 뜯는 어머니들의 모습이 정겹습니다. ⓒ 임현철


"여기는 직접 재배한 채소로 음식을 만들어."


남녘의 다도해가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산장에 도착하자, 아주머니께서 상추를 뜯고 계셨습니다. 자연 속 맛집다움에 믿음과 정이 듬뿍 느껴졌습니다. 요리는 제철에 직접 농사지은 것을 뜯어 하는 게 최고지요. 바로 뜯어 된장에 싸먹어도 최고입니다.

"여기에서 먹는 밥은 신선이 먹는 밥과 같지요."

정현태 남해 군수의 자랑에서 묘하게 노장사상의 한 자락 속으로 들어가는 듯했습니다. 속으로 '오늘 신선이 한 번 되어 볼까나?' 했습니다. 물론 현실이야 그저 인간일 뿐이지만 정신까지 중생일 필요는 없으니까. 신선이 될 준비 속에 밥상을 받았습니다.

밑반찬 종류가 많았습니다. 특별히 주문한 도토리묵 무침과 오이 부추 무침, 꼬막 무침, 두부국, 콩나물, 깻잎장아찌, 멸치, 버섯나물, 마늘장아찌, 김치, 된장국 등 12가지나 됐습니다. 특히 남해의 특산물로 유명한 마늘과 멸치까지 차린 걸 보니 이곳은 진정한 남해 '알리미'구나, 여겨졌습니다.

하여튼 남해 금산의 정상 부근에 있는 밥집에서 이렇게 많은 밑반찬을 내놓는다는 건 대단한 일입니다. 요리 재료를 사서 산을 오르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었습니다. 암튼 먹는 사람 입장에선 미안하고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이럴 땐 맛있게 먹는 게 배려일 것입니다.

"우리 남해 특산물인 마늘과 멸치 많이 드세요"

a

주인장이 직접 담은 걸죽한 막걸리입니다. ⓒ 임현철


a

고향집 같은 가정식 백반이 미소짓게 합니다. ⓒ 임현철


a

남해 명품 마늘로 만든 마늘장아찌입니다. ⓒ 임현철


"막걸리부터 한 잔씩 하시지요. 이 집 막걸리 맛은 특별합니다."

낮에는 막걸리 두 잔이면 족합니다. 진한 맛이 입맛을 당깁니다만, 더 마셨다간 낮술에 '뿅'가니 조심해야 합니다. 더 마시려거든 이곳에서 잠을 자며 마시는 방법이 있습니다. 천지 자연 속에서 느긋하게 여유를 즐기는 것도 행복입니다.

"우리 남해 특산물인 마늘과 멸치 많이 드세요."

마늘장아찌를 손에 들고 먹고 있는데, 또 마늘을 권합니다. 단군 신화 속 <곰과 호랑이>가 100일 동안 마늘 등을 먹으면 사람으로 변한다고 도전했던 인간으로의 변신 이야기까지 있을 정도니, 특히 마늘이 좋다는 말은 더 이상 필요 없겠지요. 남해의 명품 마늘이 구수함을 더합니다.

음식이 짤 줄 알았더니 짜지 않아 좋습니다. 입에 착 달라붙는 게 말 그대로 가정식 백반입니다. 어머니가 차려주신 고향의 맛입니다. "부족하면 더 드세요"라는 권유까지 더해져 정이 가득합니다. 이곳은 아내와 하룻밤 청하고 싶은 그런 집입니다.

a

산속에서 숙박도 가능하다니 아내와 다녀갈까 합니다. ⓒ 임현철


a

아침 햇살에 빛나는 남해의 다도해 ⓒ 임현철


a

구수한 맛이 여태껏 남아 있습니다. ⓒ 임현철


덧붙이는 글 제 블로그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보물섬 #남해 #마늘 #정현태 #금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종영 '수사반장 1958'... 청년층이 호평한 이유
  2. 2 '초보 노인'이 실버아파트에서 경험한 신세계
  3. 3 '동원된' 아이들 데리고 5.18기념식 참가... 인솔 교사의 분노
  4. 4 "개도 만 원짜리 물고 다닌다"던 동네... 충격적인 현재
  5. 5 "4월부터 압록강을 타고 흐르는 것... 장관이에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