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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캠프' 이적, 이제 중2병 환자들과 이별해도 좋다

[TV리뷰] '힐링캠프'를 통해 본 사적인 이적

13.08.06 10:35최종업데이트13.08.0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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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이적 ⓒ SBS


'패닉', 그러니까 과거 이적의 열성적인 팬 층은 정말로 그랬다.

세상을 향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싶지만 자립심은 부족해 책상에 앉아 그저 공상만 일삼던 열등생. 혹은 순종하며 사는 듯하지만, 실상은 자신의 관점으로만 온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보던 가짜 모범생들.

샐린저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에 등장하는 콜필드마냥, 어린 날의 이적은 그런 '중2병' 환자들의 대변자이자 '워너비'였다.

제도권 안에서 1등으로 자랐지만 제도권 밖에서 그들을 조롱하며 이상향을 노래하는 고학력 딴따라. 명확한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은유적 가사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몽환적 멜로디의 천재 뮤지션. 확실히 지금의 이적과는 사뭇 다른 이미지다.

'기다리다'에서 '다행이다'로

그런 그가 확실히 변한 것이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다행이다'의 대중적인 성공이후가 아닐까 한다. 특유의 천재적 똘끼(?)가 충만했던 시절은 같은 천재였던 정원영·한상원 등과 함께했던 '긱스(Gigs)'때가 피크였고.

하지만 지난 5일에 방송된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그는, 이러한 변화에 대한 이경규의 질문에 "이제 평범한 단어로 비범함을 말한다"고 말했다. 글쓴이에게 있어서 이적의 사랑에 관한 최고의 명곡은 패닉 1집에 실린 기타 선율의 '기다리다'였지만, 이젠 결혼식 축가곡으로 널리 불리는 피아노 선율의 '다행이다'가 된 것처럼 말이다.

실제로 그는 결혼 이후, <무한도전> 출연 이후, 그리고 Mnet <방송의 적> 출연 이후 대중과 섞이며 그들에게 덮여진 자신의 이미지를 지혜롭게 소비시키고 있다. 그러한 목적이 <에스콰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코미디가 세상을 구원하리라 믿는" 자신의 신념 때문이든, 혹은 '패닉'을 모르는 새로운 세대를 향한 전략적인 자기 PR 때문이든. 

천재 '이적'을 위하여

<힐링캠프>에서의 '이적' ⓒ SBS


고백하건대 과거 찌질한 중2병 환자였던 글쓴이가 보던 이적은, 그렇게 이제 꽤나 편해진 그 누군가가 됐다. 숙취 덕분에 명곡이 나왔다 고백하고, 사석에선 지적인 야한 농담의 대가라는 고백도 꽤나 담담하게 말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아쉬움은 없다.

어쩌면 미간에 내천자 새기며 세상을 욕하던 삐죽머리 뮤지션과 이제 조금은 가볍게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반가움이랄까. 아니면 그는 자기가 원할 때면 언제든지 '패닉'의 타이틀을 달고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그를 향한 음악적 신뢰 때문이랄까.

어쨌거나 유재석의 말대로 어려웠을 것 같았던 이미지의 그는, 이제 중2병 팬들을 벗어나도 좋을 것 같다. 비범한 그의 음악을 언제든 기대해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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