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사태 확산... '아랍의 봄'은 꿈이었을까

이집트서 83명 사망자 발생... 튀니지·리비아서도 혼란 계속

등록 2013.07.29 10:10수정 2013.07.29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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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8일(현지시간), 군부에 의해 축출된 무르시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카이로에 위치한 라바 알 아다위야 사원 근처에서 군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연합/EPA


'아랍의 봄'은 꿈이었을까.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축출 이후 혼란을 겪고 있는 이집트에서 지난 주말 사이 8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AP통신이 28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 8일 군 병력의 발포로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자 50여 명이 사망한 이후 최대 유혈사태다.

이집트 최악의 무력 충돌, 83명 사망

이번 충돌은 이집트 군부 수장이자 과도 정부 국방장관인 압델 파타 엘시시가 그의 지지자들에게 "(무르시 지지자들의) 잠재적인 테러리즘"에 맞서는 군부의 통치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기 위해 거리로 나가라고 촉구한 뒤 일어났다. 이에 지지자들이 거리로 나섰고 무르시 지지자들과의 충돌이 발생했다.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8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무르시 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무슬림 형제단은 이번 유혈사태가 과도정부의 잔인함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슬림 형제단의 최고 지도자인 무함마드 바디는 엘시시가 "피의 정권"을 이끈다면서 지지자들에게 또 다시 들고 일어날 것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무슬림 형제단이 국내외의 동정심을 얻기 위해 지지자들의 죽음을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AP 통신은 무슬림 형제단이 무장한 군대, 경찰 또는 과도정부의 지원을 받은 폭력배들에 의해 이들이 죽임을 당했다고 주장하지만, 목격자들의 증언이나 SNS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무르시 지지자들이 반대세력에게 계속해서 돌과 화염병을 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도정부 측에 따르면, 이로 인해 경찰도 부상을 입었다.

국제사회는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이집트군은 의사 표현과 집회의 자유 등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폭력은 정치적 해결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군부의 무력진압을 규탄했다. UN 인권 대표인 나비 필레이 역시 "모든 경고와 요청에도 불구하고 지난 한 달간 150명이 넘는 이집트인들이 시위 도중 죽었다"면서 "무슬림 형제단 지지자들은 다른 사람들처럼 평화롭게 시위할 권리를 갖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EU 외교안보 대표 캐서린 애시튼은 28일 이집트를 방문해 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아랍 문제점 알렸지만, 사회·경제적 진보 없었다"


또 다른 '아랍의 봄'의 진원지인 튀니지, 리비아에서도 연일 유혈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2010년 말 재스민 혁명이 일어났던 튀니지에서는 야권 지도자들의 잇따른 죽음 이후 반정부 시위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5일 세속주의 성향의 야권 지도자인 무함마드 브라흐미는 자택 주변에서 괴한 2명이 쏜 총탄 10여 발을 맞고 사망했다. 지난 2월 좌파 정치연합인 대중전선 지도자 초크리 벨라이드가 무장 괴한이 쏜 총탄에 맞아 사망한 지 5개월여 만이다. 브라흐미의 죽음에 분노한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시위대 1명이 사망하는가 하면, 경찰차에 설치된 폭탄이 터지기도 했다.

리비아에서도 26일 야권 정치인이자 유명 변호사인 압둘 살람 알 무스마리가 사원에서 새벽기도를 마치고 나오던 도중 괴한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무스마리가 숨진 벵가지는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 전 대통령의 축출을 이끈 리비아 혁명의 요람이었다. 무스마리 암살의 배후로는 무슬림 형제단이 지목되고 있다. 이후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고, 27일에는 벵가지의 한 교도소에서 1000명이 넘는 죄수들이 탈옥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7일 칼럼을 통해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아랍인들의 삶은 사회적·경제적으로 나아지지 못한 반면, 세속주의자와 이슬람주의자 등 수많은 반대 그룹들의 충돌이 개혁을 되돌렸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고질적인 사회문제인 위험한 교통 시스템, 높은 문맹률은 무시됐다. 이집트인들의 40%는 하루 2파운드(약 3400원)도 벌지 못한다. <가디언>은 "아랍의 봄은 아랍의 문제점을 전 세계에 알렸지만 진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아랍의 봄 #이집트 #튀니지 #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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