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품 KBS에 돈 더 내라? 방통위원장의 오버

[게릴라칼럼] 공영방송 장악·종편 챙기기 논란... 반발 여론 높아

등록 2013.07.27 12:27수정 2013.07.27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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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방송과 경쟁하지 않는 청정방송이 되도록 국민들이 양해해준다면 수신료 인상은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시절, 방송통신위원장(방통위원장)을 연임한 최시중씨는 2011년 3월 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당시 나경원 한나라당(옛 새누리당) 의원이 'KBS 수신료 인상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이같이 답변했다.

줄기차게 'KBS수신료 인상' 주장한 최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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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로 불렸던 정권 최고 실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 유성호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이자 '방통대군'으로 행세하면서 최시중씨가 KBS 수신료 인상을 주장한 것은 비단 그 자리에서 뿐이 아니었다. 그는 국내에서든 외국에서든 틈만 나면 수신료 인상을 언급했다.

2010년 1월 4일 기자들과 신년인사를 하는 자리에서도 최시중씨는 KBS 수신료 인상을 끄집어냈다. 인상폭과 관련해 그는 "시청자와 KBS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상식적인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월 5천원∼6천원이 상식적인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2500원인 시청료를 두배 이상 대폭 올릴 것을 제안했다. 물가상승으로 서민경제가 악화된 상태에서 준조세인 수신료 인상을 방통위원장이 고집한 배경에 대해 여러가지로 의구심이 제기됐다.

지상파방송 및 종편·보도PP 정책, 방송통신사업자의 금지행위 위반시 조사·제재, 방송통신 이용자 보호정책 수립·시행, 개인정보보호정책 수립·시행 및 불법유해정보 유통방지, 방송광고, 편성 및 평가정책 수립·시행, 미디어 다양성 정책 등 국가의 중요한 언론정책을 다루는 방통위 수장이 특정 방송사의 수신료 인상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방통위원장은 MBC와 KBS의 사장을 뽑는 이사진을 추천하는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로 인해 MB정권은 초기부터 공영방송사의 지배구조와 운영에 강력한 지배력을 가졌고, 공정성과 정치적 독립성에 대한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방통위원장이 공영방송 수신료 인상을 자주 거론한 것은 방송사 지배구조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력을 이용해 방송을 장악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친위대 사장을 낙하산으로 잇따라 투하함으로써 방송의 생명인 공공성과 독립성에 심각한 훼손을 가져온 것이 이를 방증한다.

거기에다 이명박 정권은 권력창출에 기여한 보수신문들에게 종합편성채널(종편)의 날개를 달아줬다. 결국 KBS 시청료 인상은 전파의 주인이자, 납세의 주체인 국민을 볼모로 권력창출 및 권력 유지를 도모하려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알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시청료 인상에 반발했던 것이다.

그러나 정권이 바뀐 지금도 KBS 수신료 인상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가일층 고조되는 양상이다. 지난 대선에서 51.6%대 48%로 승리한 여당과 박근혜 정부는 지난 정권에서 추진하려다 실패한 KBS 시청료 인상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경재 방통위원장의 고집

"KBS 수신료 인상은 내 기본 철학."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친박실세', '제2의 최시중'이란 논란 속에 등장한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임명 이후 줄곧 수신료 인상을 들먹이더니 최근에는 자신의 철학이라고까지 표현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KBS 수신료를 인상시키고, 광고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온 데 이어 23일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조직을 정비한 지 100일을 맞아 "KBS의 공정방송을 위해 수신료를 높이고, 광고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 내 기본철학"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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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6월 13일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대기하고 있다. ⓒ 남소연


그는 "국회의원이었던 10년 전부터 일관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통위원장이 그렇게 한가한 자리인가? 많고 많은 방송·통신·신문사들은 제쳐두고 왜 KBS만을 걱정하며, 국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준조세 성격의 수신료를 인상시키려 드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제2의 '최시중식 방송장악' 음모가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한 생각이 앞선다.

왜냐하면 이 위원장은 "현재 BBC나 NHK는 수신료 비율이 80% 이상이지만 KBS가 수신료로 충당하는 비율은 38.5%, 광고 41%"이라며 "방송이 광고에 의존함으로써 광고주에 의해서 방송 내용이 좌우되면 사회와 정당한 여론을 왜곡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이 외국의 사례를 들며 수신료 인상을 주장했던 내용과 비슷하다.

그러나 영국의 BBC나 일본의 NHK가 전 세계적으로 모범을 보이고 있는 공영방송이란 점, 공공성과 독립성을 최고의 기치로 여기며 정치적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은 우리나라 공영방송들과 큰 차이다. 그런 중요한 방송의 가치는 제쳐두고 왜 수신료 인상만을 이야기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그의 발언에 진정성이 의심되는 이유는 "공정방송을 위해선 오로지 수신료를 높이고 광고를 줄여야 한다"는 데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그는 "광고로 운영하는 공영방송이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민간 방송과 경쟁하다 보니 질저하가 온다"며 "KBS2가 MBC, SBS보다 공공성 지수에서 더 낮다는 평가도 이런 이유"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경재 방통위원장의 말은 사실일까? KBS가 광고 때문에 공공성과 자율성에 침해를 받고 있는 걸까? 광고가 부족해서, 아니면 시청료가 적어서 연일 들불처럼 거세게 확산되고 있는 국정원의 선거개입 규탄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는 것일까? 수만명이 모인 촛불집회를 단신으로조차 다루지 않는 방송이 과연 공정하다고 이야기할수 있을까?

방통위원장으로서 할 말이 있고 해서는 안 될 말이 있다. 그는 특정 방송사를 위한 방통위 수장이 아니다. 틈만 나면 KBS 수신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그의 고집에는 또 다른 '방송 장악'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비등한 것이다.

현행 방송법 제65조는 수신료 금액을 KBS 이사회가 심의·의결하면 방통위를 거쳐 국회 승인을 얻어 확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뜩이나 KBS 여당 추천 이사들이 기습적으로 수신료 인상안을 내놓아 비판이 따갑다. 게다가 최근 KBS의 불공정 보도로 인한 원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시점이다.    

그런데 방통위원장이 광고 축소를 전제로 수신료 인상을 언급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제 막 출범 1년을 넘긴 종편 4사가 지난해 276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KBS의 광고 축소는 결국 '종편 먹을거리 퍼주기'가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KBS의 광고를 줄여 종편에 광고 파이를 나눠주겠다는 의도로밖에 이해하기 힘들다.

이경재 위원장은 최시중씨의 전철을 밟기로 작정한 것일까? 그렇지 않고서는 반대 목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KBS수신료 인상에 이렇게 전념할 순 없다.

공정하지 않은 방송에게 국민들이 돈을 지불한 이유가 없다. 어느 누가 자신에게 해로울 불량품에 더 돈을 주려고 하겠는가? 방통위원장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방송의 기본 가치인 정치적 독립과 공공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일이다.
#이경재 #최시중 #방통위원장 #KBS 수신료 인상 #공영방송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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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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