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콩닥거리게 했던 팥빙수, 그 맛 섬진강 닮았네

팥빙수 한 숟갈의 감흥... '산마루 그리워' 찻집

등록 2013.06.16 14:52수정 2013.06.1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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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콩닥거리게 했던 팥빙수의 별난 맛은 아마도 섬진강을 닮았나보다. ⓒ 조찬현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건 섬진강이 아니었다. 내 가슴을 시원하게 하는 것 역시 섬진강의 모래톱이 아니었다. 섬진강 재첩으로 끓여낸 개운한 국물도 이렇게 사르르 가슴속에 녹아들지는 못한다. 섬진강 찻집의 팥빙수가 가슴을 콩닥거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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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빙수 한 숟갈에 감흥이 느껴진다. ⓒ 조찬현


팥빙수 한 숟갈에 감흥이 느껴진다. 맛이란 변화무쌍하다. 누구와 먹느냐, 어디에서 먹느냐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진다. 때론 하찮게 여겼던 음식이 가슴을 울리기도 한다. 섬진강 강가 언덕에 있는 찻집이다. 수십 차례 이곳을 오갔지만 그냥 흐르는 강물처럼 굽이치는 길을 따라 흐르곤 했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다압을 향해 갈 때도 그랬고 되돌아 나오는 길에도 역시 그대로 지나쳤다. 얼마나 달렸을까, 문득 그 언덕배기의 찻집이 떠오른다. 비상등을 켜고 핸들을 급히 되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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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가득한 산마루 그리워‘ 찻집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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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집 주변에는 예쁜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고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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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락은 온통 밤꽃이 뒤덮고 있다. ⓒ 조찬현


'산마루 그리워' 찻집이다. 섬진강 강 언덕배기에 있다. 먼발치로 섬진강이 흐른다. 반짝이는 모래톱, 원을 그리며 재첩을 잡는 어선이 보인다. 이따금씩 강바람에 밤꽃 향기가 진하게 풍겨온다. 산자락은 온통 밤꽃이 뒤덮고 있다.

섬진강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탁자에 앉았다. 멋지다. 철교는 강을 가로지르고 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섬진강의 아름다운 풍경에 어느새 홀린 걸까. 그냥 이렇게 이곳에 머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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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집의 실내는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가득하다. ⓒ 조찬현


찻집의 실내는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가득하다. 이곳을 다녀간 수많은 이들의 흔적도 보인다. 아니온 듯 다녀가기에는 아쉬움이 무척이나 많았나보다. 철따라 나오는 건강차가 눈길을 끈다. 솔잎차, 돌배차, 오미자차에 팥빙수도 있다.


마당에서 따왔다며 빨간 앵두도 함께 내온다. 가슴을 움직인 팥빙수의 맛은 어쩌면 앵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가슴을 콩닥거리게 했던 팥빙수의 별난 맛은 아마도 섬진강을 닮았나보다. 문득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픈 무더운 여름날, 다시 찾고픈 곳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섬진강 #찻집 #팥빙수 #맛돌이 #밤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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